"화학반응 에너지,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

2020-07-31 11:40:31 게재

기초과학연구원

화학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열로 모두 방출된다는 기존 상식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은 화학반응 뒤에 분자가 추진력을 얻어 확산이 가속되는 것을 발견했다고 31일 밝혔다.

확산은 분자가 주변 분자들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무작위 움직임을 말한다.

분자는 화학반응을 할 때, 원자들 사이의 기존 결합을 끊고 새 결합을 형성하면서 다른 물질로 바뀐다. 이 때 발생하는 반응에너지는 열 형태로 발산돼 사라지고, 분자 움직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상식이었다.

연구팀은 화학반응 시 분자 이동을 추적해 확산이 거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분석해 반응에너지가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됨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액체 용매 속 화학반응에서 증가하는 분자 움직임을 관찰하고, 이 움직임이 기존의 열 방출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동력에 의한 것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용매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핵자기공명으로 관찰해 각 반응물 분자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실험 결과 반응 뒤 분자의 확산이 빨라지며, 이러한 확산은 열 방출로 대류가 일어났을 때의 분자 움직임 시뮬레이션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는 반응물이 열 이외에 다른 동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또 촉매가 관여하는 반응이 일반 화학반응과 전혀 다른 형태의 분자 확산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15가지 화학반응에서 분자들의 확산 속도를 분석한 결과 촉매반응은 촉매없는 반응보다 반응에너지 대비 확산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어 촉매 농도가 불균일한 미세유체칩 안에서 화학반응을 진행하는 실험에서 용매가 촉매 농도가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촉매가 많은 쪽 반응 분자들의 운동이 활발해져 촉매가 없는 쪽으로 확산하는 현상으로 풀이했다.

스티브 그래닉 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존의 화학반응의 에너지 개념을 다시 쓴 연구로, 화학반응에서 생기는 에너지가 물질을 이동시키는 기계적 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을 최초로 제시했다"며 "이는 분자 단위에서 동력이 필요한 초소형 로봇, 약물 전달 연구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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