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회사법 제정안 뜯어보기 | ①상장사 위한 독립법

지배구조는 상법, 재무는 자본시장법 … 이원화된 법 '비효율'

2020-08-04 12:18:41 게재

주식시장 확대·글로벌화로 회사법·자본시장법 관련성 강화

분산된 상장기업 관련 법 일원화해 시장변화 신속 대응해야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으로 흩어져 있는 상장회사 관련 법 조항을 하나로 통합해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식시장 확대 등 자본시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회사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의 관련성은 강화되는 추세인데 현재 이원화된 법체계는 새로운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하고 개선하기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정책을 다루는 주무 부처가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 지면서 혼선을 빚기도 한다.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는 독립된 상장회사법을 제정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 또한 상장회사법 제정을 제안한 상황이다.

◆소관부처 달라 '혼선' = 4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회사법은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을 통해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각종 법령이 '상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이원화 되어있다. 관련 정책을 다루는 주무부처 또한 법무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뉘어져 있어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과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법 적용에 있어서도 혼란과 해석의 충돌이 발생한다.

이용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상장회사법 입법공청회에서 "현재 3개 증권시장에 2349개 회사가 시가총액 약 1789조원 규모를 차지하는 등 상장회사는 국내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며 "그런데도 상장회사만을 위한 법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각각 지배구조와 재무활동에 관해 특례규정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법체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소관부처는 법무부와 금융위로 나뉘어 있고, 국회 소관 상임위도 법사위와 정무위로 나뉘어 있어 시장상황 변화 등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원화된 법체계의 문제점으로 △상이한 대상을 상법이라는 하나의 법률속에 편입시키다보니 회사법 개정수요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법체계의 정합성이 떨어진다 △상장회사에 적용될 여러 규정이 상법과 자본시장법 이외에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외부감사법) 등으로 분산되어 있어 규율과 수범의 측면에서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상법 제3편에 규정된 회사법은 문자 그대로 회사에 고유한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사법(私法)을 뜻한다"며 "국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대응하는 경쟁력 있는 회사법 체제의 구축을 위해서는 상법에서 회사편을 분리해 독립적인 법률로 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고 설명했다.

회사법이 적시에 적극적인 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지적된다.

노종화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상법의 회사편은 상사에 관한 '기본법'이라는 이유로, 적시에 적극적인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법원, 헌법재판소 등 주요 헌법기관 및 형사 및 검찰조직 관련 법률, 민법, 형법, 각종 소송법 등 다수의 중요 기본법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상법 개정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상법 내에서 소수주주권 등에 관한 일반조항-특례조항의 적용 우선순위를 두고, 불필요한 해석상의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장회사특례법을 제정한다면, 이러한 혼란이나 해석 충돌을 해결할 수 있다"상장회사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법·자본시장법 '충돌' 잇따라 =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주무부처가 달라 상법의 개정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신주의 제3자 배정과 관련된 사전 공시제도의 충돌 사례, 코넥스 시장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 면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신주 제3자 배정에 관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충돌사례는 신주 제3자 배정에 대한 사전공시제도를 규정한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개정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상법 개정에서는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납입 기일 2주 전까지 주주에게 통지하거나 공고하도록(제418조제4항) 정했다.

그런데 이후 2013년 자본시장법개정을 통해 주권상장법인이 신주를 배정할 때 금융위에 제출한 주요사항보고서가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공시된 경우에는 상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문제는 기간에 대한 규정이 생략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상장회사들은 신주의 제3자 배정을 하면서 주주들에게 2주 전에 공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상당 수의 상장회사가 2일 전에 공시하기도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황 조사관에 따르면 2013년 이후 3년간 실시된 284건의 상장법인 제3자 배정 방식 신주발행의 사전 공시기간은 2일 이하가 104건(36.7%), 3~7일이 48건(16.9%)으로 나타났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의 분류기준이 불명확한 문제도 있다.

2013년 개정한 자본시장법에서는 사외이사 및 상근감사에 관한 예외 규정을 신설했는데 이는 중소기업인 코넥스 상장회사에 대해 사외이사 및 상근감사의 의무 선임을 배제하는 규정으로 지배구조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상법에 규정돼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가 코넥스 시장을 새롭게 개장한 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넥스 상장회사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사외이사 등의 의무선임을 면제해 주는 규정을 자본시장법(제165조의19)에 신설한 것이다. 당초 2009년 법 개정 이후 상장회사 특례 중 지배구조에 관한 내용은 상법에 규정하고 재무에 대한 내용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했는데 이러한 분리규제방식은 법리적 근거가 아닌 소관부처의 합의로 결정했다.

◆외감법 등 단행법률도 통합해야 =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을 둔 여러 단행 법률의 통합도 제기된다.

송창영 세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국내에는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규정을 둔 여러 단행 법률이 있는데 대표적인 법률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외부감사법'이 있다"며 "이처럼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법률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고 법률을 소관하는 부처가 상이하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한 규정이 기능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있다고 보기 어렵고 편의성면에서도 통합이 바람직하다"며 "법집행의 효율성을 위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조사관은 "상장회사는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정합성을 갖춘 상장회사 관련 법체계를 마련해 상장회사 경영진,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법적 안정성을 제공하고 상장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법 상 '상장회사에 관한 특례 규정'과 자본시장법 상 '상장회사특례 규정'을 통합해 '상장회사에 관한 법률'을 별도의 독립된 회사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018년에는 중소기업에 맞게 상법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회사법을 독립된 단행법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채이배 전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법안으로 '상장회사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상장회사법 제정안 뜯어보기"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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