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42억달러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을 포기했나

2020-08-06 12:17:58 게재

닛케이아시안리뷰

일본 주간지 '닛케이아시안리뷰' 5일자에 따르면 지난 6월 3일 일본 고노 타로 방위상은 "'이지스 어쇼어'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브리핑을 듣고 열불이 났다. 그는 "왜 더 빨리 알아채지 못했나"라며 방위성 간부들을 힐난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육상배치형 탄도미사일 방어(MD) 시스템으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요격미사일과 고성능 레이더를 지상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3년 전 42억달러 규모의 이지스 어쇼어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북한은 잇따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었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미국 무기를 더 많이 사야 한다'고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사진 왼쪽)과 일본 고노 타로 방위상이 지난달 10일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EPA=연합뉴스


그런데 이지스 어쇼어의 '부스터 로켓'(발사추진 보조로켓)의 추락 범위가 이전에 추산했던 것보다 훨씬 넓다는 점이 발견됐다. 미사일방어시스템이 자리할 야마구치현과 아키타현의 민간거주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일본 방위성 관료들은 최근에야 이같은 결함을 발견하고 고노 방위상에게 보고했다.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미 국방부는 일본 측에 '부스터 로켓 결함을 고치기 위해 2000억엔(18억9000만달러)의 비용과 12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과거라면 미국산 무기의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미국산 무기는 원체 비싼 데다 인도 기일을 넘기는 게 예사였다. 그럼에도 일본에선 동맹인 미국에 지불해야 할 대가의 일부로 여겨졌다. 이는 1960년 현 아베 신조 총리의 조부가 서명한 '미합중국과 일본의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으로 거슬러오른다. 물론 일본도 이 조약에 의거해 자국의 안보비용을 미국에 전가시킴으로써 경제개발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음이 명확해졌다. 고노 방위상은 브리핑을 받은 다음날, 아베 총리의 집무실에 찾아가 "이지스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 구매계획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보고했다.

아베 총리는 경악했다. 하지만 고노의 확고한 태도에 설득 당했다. 이지스 방어시스템을 취소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두달이 지났지만 결정의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안보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미국은 부스터 결함 논란을 일본의 정치적 결정을 위한 구실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이 결정으로 방어력에 허점이 생기는 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일부 우파 정치인들은 이를 일본의 전후 지위를 재고할, 오랫동안 기다린 기회로 삼고 있다. 바로 적국에 대한 선제타격 능력 확보다.

이같은 정치적 후폭풍을 등에 업고 고노 방위상은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고노는 아베의 뒤를 이을 3명의 총리 후보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닛케이는 "이지스 시스템 계약 파기로 고노의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미일 안보동맹에 내재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양국 모두 관계가 불공평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값비싼 우정

계약 파기 결정 전에도, 고노 방위상은 국방개혁가로 인식됐다. 그는 정부예산 낭비를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일본 기득권의 기준에서 보면 별난 인물이다. 그는 허리띠 대신 멜빵을 메고 베이지색과 보라색 소형 가방을 들고 다닌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공개한 적이 없다. 그의 한 측근은 농담삼아 "일본의 핵가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일본의 주류 정치권과 상당히 다름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일단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공부했고, 미 국회의사당에서 인턴을 했다. 트위터 팔로워가 160만명이다. 그리고 기득권을 자주 공격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일본에서 가장 잘나가는 정치적 가문의 자손으로, 기득권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의 부친은 외무상과 집권여당 자민당 총재를 지냈다. 그의 조부는 부총리였다. 그럼에도 고노는 원자력발전과 같은 이슈에서 자민당의 전통적 입장에 반대하는 괴짜다.

고노 방위상은 국방예산을 낭비한다고 여기는 사안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2019년 방위상에 오른 직후 그는 미국 군사장비 구매와 관련해 광범위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는 '대외군사판매'(FMS)라는 특별협약을 통해 이뤄진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고자 할 때 미 정부가 대신 구입해 넘겨주면 동맹국은 추후에 해당 비용을 지급하는 판매방식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관계의 상징으로 간주한다.

FMS 협약에 따라 동맹국은 미국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매자는 가격을 협상할 수 없다. 방위성 관료들은 장비 인도 날짜가 제멋대로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인도 지연에도 페널티가 없다. 때문에 일상화됐다. 첫 계약 이후 필요한 모든 장비는 건건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 옵션이다. 당초 예상비용을 크게 초과하는 것은 고질적인 상례가 됐다.

올해 1월 고노 방위상은 FMS에 대한 그간의 터부를 공개적으로 깼다. 그는 "일본과 미국은 무기의 구매와 관련해 아직 인도되지 않은 것, 해결되지 않은 것을 푸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스 어쇼어 역시 그같은 관점에서 고노의 표적에 들었을 것이다. 이지스 어쇼어는 최근 수년 동안 FMS를 통한 구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상징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는 방위성 간부들에게 '미국 무기 도입을 결정한 이후 총 비용이 치솟은 경우, 이를 취소할 때 어떠한 결과가 예상되는지 연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 유라이어 올랜드는 "일본 정부가 FMS 프로세스에 갖고 있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 FMS 프로세스를 보다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선하고 있다"며 "미국은 그런 이슈에 대처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안보협력 관계를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등급' 동맹

2017년 42억달러 이지스 어쇼어를 구매하겠다는 결정은 당시 일본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과 중국은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로부터도 보호하는 차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과정에서 전 세계로 확대된 전후 동맹체제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 그는 2016년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동맹과의 무역에서 8000억달러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동맹을 지키려 군사력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미국의 군사력에 무임승차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아베 총리는 즉각 행동에 돌입했다. 일본을 미국 동맹국의 표본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 대선 이후 트럼프를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이었다. 그리고 2017년 11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많은 미국 군사장비를 구매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그 다음날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2기를 배치하겠다는 결정을 승인하며 이에 화답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일본의 미 군사장비 구입은 크게 늘었다. 2019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인 7013억달러를 기록했다.

미 외교협회(CFR) 아시아 선임연구원이자 '공화국의 방패 : 미 동맹국의 승리와 위험' 저자인 미라 랩-후퍼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구매는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의 '일등급'(Gold-star) 동맹이 되고자 하는 아베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일본은 상대적으로 적은 국방비가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뒤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고 우방이 되려는 일본의 노력은 후퇴했다. 이지스 어쇼어를 취소한 결정은 사전 경고 없이 이뤄졌다. 고노 방위상은 지난 6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4일 일본 국가안전보장회의가 결정을 공식화했다.

고노 방위상의 설명은 미국 측을 당황케 했다. 미국의 반응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발사되는데, 부스터 로켓이 민가에 떨어진들 큰 상관이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FMS 계약을 담당하는 미국 국방안보협력국은 일본의 취소 결정에 대해 언급을 삼갔다. 올랜드 대변인도 '일본 정부의 자체적 결정'으로 표현했다.

일본 정치권도 혼란스러워했다. 자민당 간사장인 니카이 도시히로를 포함, 방위산업과 관련된 의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니카이 간사장은 6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취소 결정에 대한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의회와 그 어떤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결정은 정치적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총리 측근들에 따르면 현재 아베의 우선순위는 국내정치다. 높은 지지율 덕분에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아베 총리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스캔들과 코로나19에 대한 허술한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지율도 큰 폭 하락했다. 측근 중 한 명은 "만약 아베 총리가 이지스 어쇼어의 부스터 로켓이 민가에 떨어질 가능성을 알고도 배치를 강행했다면, 더 심한 비판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해당 결함을 고치는 데 2000억엔의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진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다.

알려진 결함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지스 어쇼어 구매가 좌절된 또 다른 이유를 지적한다. 바로 '효과가 없다'는 것. 동북아시아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점차 팽창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일본 방위성 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33발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이 시험발사에는 여러 기의 미사일을 한 타깃에 집중하는 '포화공격', 고각으로 발사해 낙하속도를 빠르게 하는 '고각발사 미사일'도 포함됐다. 이런 미사일은 사실 요격하기 어렵다.

또 중국 정부는 일본이 점유하는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에 지난 일요일까지 111일 연속 자국 배를 들여보내며 일본을 자극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의 국방지출은 거의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지출은 매우 점진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차세대 무기, 특히 탄도미사일은 일본 방어망을 확실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 요격기가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보다 몇 배 더 비싼 것을 고려하면, 사실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압도한다는 게 정직한 분석이다.

다쿠쇼쿠 대학 국제학부 교수인 사토 헤이고는 "정부가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을 때, 전문가들은 이미 그같은 방어망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지스 어쇼어를 배치하는 데 10년 가까이 걸린다. 그 동안 적국은 보다 효과적인 무기를 개발해 미사일 방어망을 교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방위상은 "부스터 로켓의 민가 낙하 가능성이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취소한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지스가 북한의 신형 미사일에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계속 제기됐다. 그게 바로 취소의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단순하고 가성비 좋은 미사일 방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군사 독트린을 마련해 보복공격, 나아가 선제공격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입안된 일본 헌법 9조는 '주권국으로서 전쟁할 권리'를 배격하고 있다. 이 원칙 때문에 일본은 매우 독특하고 방어적인 안보정책을 갖게 됐다.

일본의 현재 독트린에 따르면 적국이 일본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영토가 타격 당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일본이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다고 판단해 적의 기지를 먼저 타격하는 게 허용되는지는 논쟁의 대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6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민감한 영역을 건드렸다. 그는 "전쟁 억지력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주제의 민감성은 일본 관료들의 어휘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선제타격'이라는 발언은 찾을 수 없다. 대신 '자위적 반격 능력' 또는 '적기지 반격 능력' 등으로 표현한다. 7월 31일 자민당 의원들은 '적의 영토 내에서 미사일을 막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또 다른 표현을 썼다. 아베 총리는 4일 "정부는 자민당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베 총리와 보수 지지자들은 오래 전부터 헌법 9조 등에 대한 개정을 추진해왔다. 일본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한편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이지스 어쇼어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이후, 독트린 논쟁은 자민당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선제타격 능력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반대하는 의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아베가 총리와 자민당 총재로서 재임하는 기간 내에는 헌법 개정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일본 보수파들은 장기과제로라도 밀어붙일 태세다. 여론이 헌법 개정을 확고히 반대하는 데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인 코시노 유카는 "이지스 어쇼어 취소는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 제한적이나마 선제공격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 일본 내 논쟁을 불붙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전후 처음으로 '창'을 갖는 안보정책으로 진화해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스 어쇼어의 취소에 뒤이어 '적 기지 공격능력'과 관련한 논쟁이 조직적인 모양새를 띠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이 모든 상황이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학자 출신으로 안보 컨설턴트로 일하는 잭 미즐리는 "이지스 어쇼어 취소 조치는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논쟁을 일으키려는 불쏘시개로서 바라봐야 온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 논쟁이 적국의 미사일 위협 관점을 넘어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동맹으로서 미국의 신뢰에 대한 의심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쓸모없다'고, 동맹국 안보를 보장하는 게 '멍청한 짓'이라고 종종 말해왔다.

다쿠쇼쿠 대학 사토 교수는 "문제는 이웃 국가들이 일본과 미국의 안보협력을 정체됐다고, 미국의 약속이 후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주일미군사령관 케빈 슈나이더는 미국이 일본을 저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을 잠재우려 애썼다. 그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일본 정부를 돕는다는 약속을 100% 절대적으로 굳건하게 여기고 있다"며 "1년 365일 하루 24시간 한주 7일 내내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일 동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양국 정치인들이 현 상황에 의문을 표하는 유권자들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에서 1만2000명의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한국에겐 미군 주둔 비용을 기존보다 5배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는 일본을 위협하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 외교협회 랩-후퍼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요구는 일본에게 전시효과를 주기 위해 의도된 것"이라며 "하지만 일본은 전통적으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것처럼 일본에도 강경하게 미군주둔 비용 증액을 요구한다면, 실패할 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구실로 일본에서 미군을 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은 자국이 주일미군 주둔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내에는 78곳의 미군 시설이 있다. 2019회계연도에 일본은 36억7000만달러를 지출했다. 일본 방위성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15회계연도 일본의 미군 주둔 비용 부담률은 86.4%였다. 즉, 미국이 부담하는 비중은 10%대에 그친다는 의미다.

일본은 주둔비용 증액보다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군의 최신 F-35스텔스기 105대를 구입하면서 230억달러를 지불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사일사업국장인 톰 카라코에 따르면 일본은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 중 스파이7 레이더를 사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전체 시스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

카라코 국장은 "현재 필요한 것은 탄도미사일 방어뿐 아니라 통합형 대공 및 미사일 방어다. 이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기타 항공위협에 대처한다"며 "따라서 방어능력의 관점에서 볼 때, 나는 일본이 이지스 어쇼어 취소 방침을 재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내 논쟁 역시 미국 내 상황과 상당히 닮았다. 미국이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한지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게이오 대학 국제정치학 교수인 호소야 유이치는 "이제 일본은 안보와 관련해 미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재고할 때다. 스스로 나서야 한다"며 "일본은 적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헌법의 한계 내에서도 적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화의 해

지난달 방위성은 일본이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동맹 방어 의지가 퇴보할 때를 대비해 자체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차원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이 보다 공격적인 능력을 확보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환영한다고 지적하지만 결국 미일 동맹관계의 변화로 진화할 수 있다. 미 외교협회 랩-후퍼 연구원은 "이지스 어쇼어 취소 결정은 일본 방위 자율성을 일부 재천명하는 의미가 있다. 나는 동맹의 심각한 위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미국과 일본이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타격능력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 미일 양국 모두의 이해관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남은 기간 일본은 국방개혁을 강조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일본은 국방프로그램지침과 중기방어프로그램을 수정한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을 재검토한다. 또 공군 자위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자를 선정하고 주일미군 주둔 비용을 협상한다.

내년 아베 총리 임기가 다가오면서 그동안 기시다 후미오 전 방위상, 이시바 시게루 전 대신이 후임자로 거론돼왔다. 두 명 모두 결정적인 리드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스 어쇼어 취소 결정으로 고노 방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정치적 사안에 단호한 결정을 내린 점이 장점으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미일 동맹관계의 근본적 구조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미국 무기계약이 다뤄지는 방식을 변경하려고 노력한 최초의 방위상이라는 점이 먹혔다는 것.

그는 국방물자 조달 개역을 강조하며 여전히 잔소리꾼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그는 불필요하고 치명적이지 않은 군수장비를 처음으로 경매에 붙이면서 점차 늘어나는 국방비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노 방위상은 올해 가을 예정된 내각 교체에서 자리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후문이다. 그가 자리를 지킨다면, 아베 후계자로서 이미지를 차별화하기 위해 관례를 깨는 결정들을 더 많이 내놓을 수 있다. 그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총리를 목표로 삼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다. 이지스 어쇼어 취소 결정은 일본이 미일 동맹관계를 보다 거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고노 방위상의 성공은 일본 정치적 기득권을 통해 조용히 회자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일본 지도자들의 보다 많은 정치적 도전들을 촉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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