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게'에 맞춤형 도서 제공합니다

2020-08-10 11:21:21 게재

강동도서관, 시장 상인에게 월1회 방문 대출·반납 … 가게에 '서가' 지원도

7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전통시장에는 '책 읽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특별시교육청강동도서관의 '책 읽는 가게'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곳들이었다. '책 읽는 가게'는 강동도서관의 찾아가는 서비스로 월1회 10~20권의 책들을 가게에 직접 찾아가 대출, 반납받는 서비스다.
강동도서관 사서들이 7일 '책 읽는 가게'에 책을 전달하고 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이정일 축산사랑 사장(왼쪽)과 김만순 강동도서관 관장(오른쪽). 왼쪽 아래 사진은 강숙희 대치떡집 사장(왼쪽)과 김보미 강동도서관 문헌정보실 실장(오른쪽). 오른쪽 사진은 홍상두 우성청과 사장(왼쪽)과 김 실장(오른쪽). 사진 이의종


◆맞춤형 큐레이션 제공 = 강동도서관은 바로 옆에 시장이 위치한다. 상인들과의 상생을 고민하던 도서관은 2011년부터 가게에 직접 찾아가 책을 대출해 주고 반납받는 '책 읽는 가게'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2011년에는 20개 가게가 참여해 730권을 대출했다. 올해 8월 기준 48개 가게들이 함께한다.

서비스를 위해 강동도서관 사서들은 2~3곳의 가게들을 담당하며 맞춤형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회원 가입 당시 희망하는 분야의 도서, 자녀 유무 등을 상인들이 적어내면 이를 토대로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상인들이 원하는 책을 1순위로 제공하며 자녀들의 나이대를 고려해 아이들이 원하는 책이나 학습 관련 서적을 큐레이션한다. 또 가게 운영이나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쉽게 풀이된 경제경영·재테크 서적들을 제공한다. 2019년부터는 가게에 서가를 꾸릴 수 있도록 북큐레이션 서가를 지원하고 있다.

◆가게에 책이 한가득 = 이날 방문한 정육점 축산사랑에는 가게 입구 책상에 책들이 가득했다. 이정일 축산사랑 사장은 10여권이 넘는 책들을 읽고 사서가 방문할 때 책을 반납하고 새 책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장은 "사서들이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가입한 지 7~8년 됐다"면서 "처음에는 책 잘 안 읽었는데 책을 가져다주니까 그 책들은 다 읽게 됐다. 저뿐 아니라 집에 가져가 가족과 함께 읽는다"고 말했다.

강숙희 대치떡집 사장은 "장사하니까 가게를 지켜야 해서 도서관에 가기가 쉽지 않은데 책을 갖다 주고 가져가니까 편리하다"면서 "책을 읽을 때는 '나쁘게 살지 말자'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 김경희 카페 핑크&블루 사장은 "카페 베이커리 비즈니스 책들을 많이 읽으며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인테리어를 위한 영상을 직접 만드는데 관련 책들도 빌려 읽고 있다"고 말했다.

임은서 음식점 황금오리 사장은 "요리 관련 새로 나온 책을 많이 빌려줘서 항상 우리 가게에는 요리책이 대기 중"이라면서 "책을 보면서 직접 음식을 해보고 모르는 것들을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카페 '완자네콩가게'는 그림책으로 북큐레이션된 서가를 카페에 배치해 뒀다. 이날 만난 정완철 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오는 어머니 손님들이 많아 그림책 서가를 지원받았다"면서 "어머니들이 담소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이 핸드폰을 보거나 심심해하지 않고 그림책을 본다"고 말했다.

◆사서가 먼저 다가가기 = 상인들의 독서를 독려하기 위해서지만 10~20권이 들어 있는 책꾸러미를 들고 가게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사서들도 힘들 때가 있지만 상인들을 만나 "도움이 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 특히 '책 읽는 가게' 서비스 총괄담당자인 김보미 실장은 2019년부터 서비스를 맡아 이끌면서 서비스를 재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6월 시장 상인회를 직접 찾아가 홍보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도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꾸준히 서비스를 운영했다.

김만순 강동도서관 관장은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사서가 먼저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세계적 북디렉터 하바 요시타카의 글 중에 '고객이 책을 찾지 않는다면 책이 고객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면서 "일상에 지쳐 책을 멀리하게 되는 사람들 곁으로 찾아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책들을 추천, 제공해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독서의 즐거움 속으로 이끌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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