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보, 만수위 상태서 큰비 맞았다
8개 보 7~8월 상류 유입량, 하류 방류량 똑같이 유지해
7월 말 안동·임하댐 만수위 … 보들은 '관리수위' 고집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4대강사업으로 설치한 16개 보가 이번 홍수에서 홍수조절을 했는지, 반대로 홍수를 더 키웠는지 논쟁이 커지고 있다.
보가 홍수조절을 했다는 쪽은 '물그릇을 키웠으니 그만큼 홍수가 조절된 것'이라고 하고, 홍수를 키웠다는 쪽은 '보 구조물 자체가 강물 흐름을 방해해 수위를 높였다'고 주장한다.
물그릇을 키웠다면 그 물그릇을 비워놓아야 그만큼 홍수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마이워터(MY WATER)' 홈페이지에서 낙동강 수계 8개 보 '수문 그래프'를 비교·검색해본 결과 전혀 뜻밖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8개 보 모두 장마철에도 '만수위' 유지 = 낙동강 수계 제일 위에 있는 상주보(경북 상주시) 수문 그래프를 보면 7월 12일부터 8월 11일까지 유입량과 방류량 그래프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유입량과 방류량이 같다는 건 저류(홍수조절)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걸 뜻한다.
이 기간 동안 상주보 수위는 47미터(저수량 10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47미터는 상주보 관리수위로 고정보 높이와 같다.
상주보는 만수위를 유지하다가 8월 8일 큰비를 맞았다. 초당 2421톤의 물이 유입되면서 수위가 47.24미터까지 올라갔다. 8월 11일 현재 상주보 유입량은 초당 2927톤, 방류량 2930톤, 수위는 47.02미터다. 상주보 하한수위는 43.6미터지만 이 기간 동안 한번도 여기까지 물을 뺀 적이 없다.
9일 새벽 낙동강 제방이 유실된 합천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월 24일 큰비로 유입량이 초당 3667톤으로 늘어나자 수위가 12미터까지 올라갔다. 합천보 관리수위는 10.5미터. 방류량을 초당 3215톤으로 늘려 28일엔 수위를 9.44미터까지 떨어뜨렸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뒤로 합천보는 계속 수위 9.3미터를 유지했다. 8월 9일 초당 1만1482톤의 물이 유입됐고 수위는 최대 17.6미터까지 올라갔다. 관리수위 10.5미터를 7미터 이상 초과했다.
이날 새벽 4시 합천보 250미터 상류에서 낙동강 제방이 30미터 가량 유실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홍수 예상될 경우 가동보 개방할 수 있어 = 상류 상주보에서 하류 함안보까지, 낙동강 수계 8개 보들은 이 기간 동안 모두 '관리수위'(만수위)를 유지했다. 7월 22일~23일 큰비가 와서 관리수위를 넘어서자 방류량을 늘려서 관리수위까지 떨어뜨렸다. 더 이상 수위를 낮추지 않고 보에 물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8월 6~8일 물폭탄을 맞았다.
낙동강에 있는 8개 보의 저수용량은 총 6억7000만톤에 이른다. 8개 보를 하한수위(가동보 개방 수위)로 유지했다면 최소한 그만큼의 홍수조절 효과라도 있었을 것이다.
2019년 6월 28일부터 시행한 '보 관리규정'에 따르면 보 관리자는 보 수위가 상한수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상한수위를 초과한 경우 가동보 수문을 개방할 수 있다. 또 홍수시 발전방류 및 가동보 수문방류를 통해 보를 관리수위 이하로 운영할 수 있다.
◆ 7월 31일 임하댐 홍수기제한수위까지 올라가 = 7월 말부터 낙동강 수계에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7월 31일 임하댐 수위가 161.11미터까지 올라갔다. 홍수기제한수위 161.70미터 바로 코밑이었다.
8월 2일엔 하루에 81mm가 내렸다. 안동댐 유입량이 초당 900톤 정도로 늘었고 안동댐은 방류량을 초당 588톤까지 늘렸다. 이런 상황에서 낙동강 보들은 물을 가득 담은 채 더 큰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8월 6일까지 관리수위를 계속 유지한 이유는 그 이하로 내려갈 경우 취수가 불가능한 양수장들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홍수 상황에서 낙동강 수계 8개 보는 홍수조절기능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