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국가보안법 전시회

2020-08-27 11:28:19 게재

여성 11인 목소리도 담겨

'국가보안법'이라는 국가폭력 이야기가 피해자들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시된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전시회 추진위원회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국가보안법 전시회를 25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민주인권기념관에서 개최한다.
12개의 문, 12개의 질문│전시의 첫 번째 문을 여는 공공미술작품. 모두 12개의 문으로 제작돼 있고, 문은 지그재그형태로 나열돼 있다. 각각의 문들에는 12개의 질문이 써 있다. 사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민주인권기념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중앙정원에 설치된 조형물이 눈에 띈다. 작품 '12개의 문, 12개의 질문'은 전시의 첫 번째 문을 여는 공공미술 작품이다. 각각의 문들에는 '모든 권력은 어떻게 국민으로부터나오나요', '국가는 어떻게 국민을 보호하나요', '법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습니까' 등 국가보안법으로 감금된 세계의 문을 열수 있는 12개의 질문들이 쓰여있다.

민주인권기념관 1층에 마련된 '말의 세계'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양벽을 따라 나무걸이에 빈 종이가 걸려있다. 가장 안쪽에는 국가보안법 법령 낭독 영상이 상영되고 있고 영상 아래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 조명 아래 나희덕 시인의 시 '파일명(서정시)'이 프린트된 종이와 이를 필사할 수 있는 종이와 펜이 함께 놓여 있다. 관객이 국가보안법 법령을 들으며 저항의 의미로서 시를 필사하고 필사한 종이를 벽면에 걸어두고 가는 참여형 전시다. 필사한 글 하단에 참여 관객마다 원하는 저항의 메시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여성의 시각으로 국가보안법 참상을 고발하는 '나의 말이 세계를 터뜨릴 것이다'와 '국가보안법 연대기'의 두 파트로 구성된다. 1부가 진행되는 5층 전시장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이었을 때 많은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 당사자들을 가두고 심문했던 조사실로, 국가보안법에 연루된 여성 11인의 경험과 삶을 민주인권기념관 5층에서 11개의 조사실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자신의 삶의 기억을 용기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 구술집은 배우, 소설가, 가수, 래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11명의 낭독자들의 목소리로 녹음됐다.

2부에서는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의 72년간의 역사와 적용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들이 사건기록 분석에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국가보안법 제·개정의 역사와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관객들은 국가보안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수사기관과 판사, 피고인과 변호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라 현재 오프라인으로 전시 관람이 불가능하지만 민주인권 기념관 홈페이지 혹은 국가보안법 전시회 추진위 홈페이지와 에스엔에스 계정을 통해 온라인 전시장(https://dhrm.or.kr/online-exhibit)에 입장할 수 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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