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규제효과 크지 않다"

2020-09-08 11:03:32 게재

경제개혁연구소 분석 … 규제대상은 확대, 예외규정 그대로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실제 규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에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7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시행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범위 확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 소속 금융·보험사가 소유한 비금융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일부 강화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 소유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신설 △상출집단 지정방식 변경 △지주회사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 등을 담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대상 26%로 확대됐지만 =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대상기업이 확대된다. 재벌그룹 계열사 4개 중 1개가 해당된다. 5월 1일 기준으로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2292개 중에서 598개 계열사(26.1%)가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210개 규제대상과 비교해 388개 회사가 늘어난 셈이다. 개정안은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 비상장 구분없이 20%로 일원화했고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당성 요건과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규모' 요건의 엄격함, '정상거래' 입증 문제,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사유(긴급ㆍ효율ㆍ보안성)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단순히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확대됐다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가능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호텔신라 삼성전자 에스원 소폭의 의결권 제한 효과 = 이번 개정안은 상출집단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비금융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계열사간 합병ㆍ영업양도에 대해서만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상장사의 경우 임원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은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허용(동일인측과 합산해 15%까지)하고 있는 규정은 현행 그대로다.

총수일가 지분은 낮고 금융·보험사 지분이 높은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5월말 기준으로 에스원과 삼성전자 호텔신라 3개 회사에 불과하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에스원은 의결권 2.4% 감소, 삼성전자는 3.9% 감소, 호텔신라는 5.3% 감소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도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후 동일인(총수일가) 지분율이 15% 내외에 불과하다. 총수일가측이 단독으로 합병이나 영업양도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도 금융보험사와 마찬가지 = 상출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도 금융보험사와 마찬가지다. 상장회사에 대한 예외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계열사간 합병·영업양도에 대해서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이처럼 의결권 제한 계열사는 삼성전자 등 80개사다. 5월말 지분율 기준으로 삼성전자 등 48개 회사는 의결권 감소 효과가 1% 미만으로 미미하다. 5%이상~10% 미만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는 곳은 이노션 한 곳이다. 10% 이상 제한되는 곳은 영풍그룹의 유미개발 뿐이다.

의결권 제한 전 동일인측 의결권이 50% 이상이지만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으로 동일인측 지분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회사는 삼성생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현대중공업그룹) 포스코엠텍 E1 등 4개 회사다.

합병결의를 가르는 66.7% 미만으로 떨어지는 회사는 롯데역사 유미개발(영풍그룹) 2개 회사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의결권 제한 후에도 동일인측 지분율이 50%나 66.7%에 가깝기 때문에 제한효과가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지분율 요건 상향은 기존 지주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실효성이 떨이지고 신규 지주회사만 규제를 받기 때문에 규제 불균형이 발생한다. 지주회사에 대한 행위규제 강화는 경제력집중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기존 지주회사집단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노종화 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해 시행되더라도 기존 상출집단, 공시집단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국회에서 개정안을 기초로 입법취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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