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③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위기 극복하는 절대 가치다"

2020-09-16 10:58:06 게재

기술벤처 1세대, 혁신의 상징 … "중소·중견기업 유동성 확보 관건"

정부는 빨리 잘할 수 있는 기업·분야 분별해 정책지원체계 구축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세상 질서를 바꾸고 있다. 개인 일상은 물론 산업과 경제에 뉴노멀(New Normal)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비상상황이다. 특히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미래가 암담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만 한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시대에 중소기업 생존방법의 지혜를 얻기 위해 중소기업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한다.


"지식과 기술, 정보가 빛의 속도로 공유되는 시대에 혁신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위기를 극복하는 미래 성장동력은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를 찾았다. 환갑을 갓 넘긴 백발의 황철주 회장은 미소지으며 강한 어조로 '리더십과 기업가정신'을 말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빠른 속도에 걸맞는 결정을 하려면 리스크(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를 책임져야 한다. 리스크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의 지도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논리다.

황철주 회장은 1959년 경북 고령 빈농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공고 졸업 후 인하공전에 진학, 인하공대를 졸업했다. 취업했던 외국회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자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벤처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공학한림원 IP전략협의회 공동위원장,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위기 극복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현금 확보를 주문했다. 지금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을 과감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는 선택과 집중을 주문했다.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기업과 분야를 분별해 지원하는 정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혁신의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시장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보다 모방 기업이 더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최근 주목받는 플랫폼사업에 대한 잣대도 분명했다. 황 회장은 "기존 일자리를 빼앗거나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면서 수익을 독식하는 플랫폼기업은 정부가 지원하거나 육성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 회장은 기술벤처 1세대로 기업가정신과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는 기업가에게 행복의 시작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혁신은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 광주공장 외벽과 R&D센터 1층 로비 전면에 대형 태극기를 걸었다. '나쁜 생각 안하고, 대한민국 기술 자존심으로 어려움을 이기자'는 의미다.

그의 집무실은 따로 없다. 넓직한 회의실에서 토론하고 보고도 받는다. 혁신이 상투적인 구호가 아닌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혁신, 1등, 성공은 리스크(Risk), 속도와 시간의 변수를 극복한 결과다.' 황 회장의 혁신에 대한 생각이다.

■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굉장히 어렵다. 현재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똑같은 어려움에 처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일단 버티며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리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어도 기다리지 못하면 실패다. 기업이나 국가나 큰 손해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려워하기 보다는 어떻게 기회를 잡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리더의 판단과 결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 현 상황이 기회라고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코로나19 위기는 일부 기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업종과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문제는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시장이 닫히면서 발생했다. 선발주자든 후발주자든 시장이 열릴 때를 기다려야 한다. 모두에게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후발주자에게는 선발주자를 따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혁신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잡아야 한다.

■ 중소벤처기업들이 당장 준비해야 할 일은

모든 기업들은 현금흐름(Cash-flow)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은 미리 예측하고 충분히 준비했다. 중견·중소벤처기업들이 걱정이다. 방법은 요즘 증권시장이 좋다. 상장회사라면 유상증자하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정부 역할은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노력할 때 정부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 대출 상환을 유예하거나 이자도 인하해 기업 부담을 줄여야 한다. 위기 때는 미래를 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자금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선택과 집중을 설명해 달라.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시대다. 지식과 기술, 정보와 통계가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많이 아느냐보다 빨리 잘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본다. 빨리 잘할 수 있는 산업군, 기업군을 명확하게 구분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 모든 기업이 빨리 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분업적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대학, 출연연이 따로 가면 망한다. 함께 빨리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 이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한국경제 성장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좀 부족하더라도 협력에 힘쓰면 세계경쟁력을 갖추고 지속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분업적 협력시스템 구축은 리더십에 달려있다.

■ 중소·중견기업을 이끌고 있는 산업 1세대 경영자들이 분업적 협력에 적극적일까.

과거에는 모든 게 부족해 열심히만 하면 성장하는 시대였다. 과거에는 모방이 가능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기술과 지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다. 1등과 최고가 아니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혁신을 해야 한다.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바뀌지 않으면 무너진다. 지속가능한 분업적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좋은 중소·중견기업을 찾아 협력하고 혁신에 힘을 모아야 한다.

■ 최근 플랫폼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반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은 분명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원래 플랫폼은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다. 하지만 플랫폼으로 인해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거나, 이익을 그 기업만 독식한다면 문제다. 정부는 그런 기업을 지원하거나 육성해서는 안 된다.

■ 요즘 기업가정신을 더욱 강조하는 이유는

과거에는 헝그리정신으로 열심히 일을 했다.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일을 하면 성과가 있었다. 요즘엔 다르다. 변화 속도가 빠른 시기에는 더 빨리 잘해야 한다. 속도와 시간을 극복하려면 위험(리스크)을 예상하며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위험을 회피하려는 문화가 짙다. 이 문제해결은 리더십 밖에 없다. 기업가정신으로 뭉쳐진 리더십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 연재기사]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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