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효율성의 시대 | ①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

매출 증가에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하는 대형주에 '주목'

2020-09-23 11:20:11 게재

각국 정부 저탄소 사회 전환 노력 가속화 … 글로벌 기업 동참 속도 빨라져

한국거래소 "탄소효율 높은 기업에 더 많은 투자 유도" … 관련주 주가 상승

내년부터 발효되는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세계 각국 정부는 그린 뉴딜을 통한 저탄소 사회 전환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또한 RE100 캠페인 참여 증가 등 기후변화 대응에 빠른 속도로 동참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은 새로운 사업의 변수이면서 극복해야 할 위험요인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례들을 통해 탄소효율성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환경성과가 좋은 기업들의 재무성과가 높아질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경우 탄소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커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10월 중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매출 증가에도 배출량 감소하는 대형주에 주목할 것을 권유했다.

◆시장의 관심은 친환경·저탄소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한국거래소가 다음달 발표할 예정인 '탄소효율 그린뉴딜 지수'에 포함될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내 그린 뉴딜 방안을 발표하고 2025년까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기반 확대와 그린 모빌리티 투자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향후 국내 신재생 에너지 관련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지난 7일 정부의 한국판 뉴딜종합계획 구체화의 일환으로 KRX BBIG K -뉴딜지수 5종을 발표했다. 최근 미래 성장주도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을 기반으로 한 KRX BBIG K-뉴딜지수, KRX 2차전지 K-뉴딜지수, KRX 바이오 K-뉴딜지수, KRX 인터넷 K-뉴딜지수, KRX 게임 K-뉴딜지수 등 총 5개 지수다.

이와 함께 10월 중에는 탄소집약도를 기준으로 한 탄소효율지수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탄소효율은 탄소집약도의 역수로, 한 단위의 탄소배출로 얼마의 매출액을 창출하는지를 나타내는 탄소생산성과 같은 개념이다. 기업의 사업 환경을 친환경, 저탄소 기반으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각 종목별 산업 특성 및 매출 단위당 탄소배출량을 점수화해 탄소효율점수가 높은 기업의 투자 비중이 높아지도록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탄소효율성 높은 기업" = 그동안 많은 연구에서 환경설비투자로 인한 원가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환경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녹색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해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온실가스오염물질 배출량 원단위가 감축될수록 기업의 재무성과는 향상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가 준비하고 있는 탄소효율 지수의 핵심은 매출단위 당 탄소배출량"이라며 "아직 상세한 종목 선정방법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가장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는 경우, 즉 매출 증가에도 배출량이 감소하는 대형주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 (NGMS)이 지난 7월 발표한 2019년 기준 업체별 명세서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상장사 중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했음에도, 전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한 기업들은 8개 종목이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6% 증가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29.5% 감소했다. 한온시스템은 매출액은 20.5% 급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10.2% 줄었다. 현대글로비스, LG이노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CJ대한통운, 일진머티리얼즈, 만도 등도 대부분 매출은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했다.

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탄소효율성이 기업성과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연구는 탄소 저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기업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며 "반면,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경우 탄소위험에 노출된 정도가 커 기업성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탄소 효율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통한 비용절감으로 이윤 증대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환경대응이 늦어질수록 규제 준수 비용은 증가하고 소비자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아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 구축 = 한편 각국 정부의 기후 대응 정책 및 관련 모멘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수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 볼 때 기후 대응 정책은 환경 보호와 경기 개선, 그리고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EU가 지난해 말에 발표한 그린딜은 제1정책 아젠다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사회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 대응 정책이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EU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기후 변화 대응에 따른 경제 개선을 기대했다.

그린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린 딜이 시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고용창출 효과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린딜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정유 산업이나 세금 공제 등 가계 소비 촉진을 유도한 재정정책보다 훨씬 높았다. 김 연구원은 "이는 각국 정부들이 그린딜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정책적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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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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