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효율성의 시대│② 기후변화의 위협과 기회

탄소위험 낮은 기업 수익성 더 '양호'

2020-09-25 11:44:06 게재

기업 경쟁력 개선으로 매출 증가 … 경영자 현금보상 수준도 높아져

규제대응비용 증가·수출·자본조달 제약 … 탄소관리, 이젠 생존전략

탄소위험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동종 산업 대비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이 높은 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위험이 낮을 경우 수익성에 기초한 경영자 현금보상 수준도 더 높았다. 탄소효율성이 기업성과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연구는 탄소 저감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매출 증가 등 성과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저탄소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기업들에게 이제 생존전략이자 경쟁력에 대한 도전, 성장의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집약도, 기업 수익성과 비례 = 25일 한국세무학회가 발간한 세무와 회계저널 최신호(제21권 제3호)에 실린 논문 '탄소위험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및 수익성과 경영자 현금보상과의 관련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탄소집약도는 기업의 수익성과 양(+)의 관련성을 보이며, 탄소위험이 낮은 기업이 높은 기업보다 수익성이 더 높았다. 특히 탄소집약도는 기업 성과와 경영자 현금보상과의 양(+)의 관련성을 강화시켰다. 이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유가증권상장사 중 비금융업에 속하는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임원 1인당 현금보상 평균값은 19.670이며, 높은 기업의 평균값은 19.180으로 1% 수준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현금보상수준이 높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평균값은 0.063이며, 높은 기업의 평균값은 0.035로 1% 수준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 총자산이익률의 경우에도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평균값은 0.037이며, 높은 기업의 평균값은 0.026으로 10% 수준에서 차이를 보임으로써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수익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이 높은 기업 보다 수익성이 양호했다. 이로써 탄소집약도가 낮을 경우,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의 평균값은 0.235이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기업은 외국인 지분율 평균값이 0.167로 1% 수준에서 차이를 보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함을 알 수 있다.

탄소효율성이 기업 성과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연구결과는 그동안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S&P 500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탄소배출량이 많을수록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됐고, 나아가 탄소배출을 공시조차하지 않은 경우 시장으로부터 더욱 저평가를 받고 있다.

논문 저자인 김선화, 정용기 전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영자 현금보상과의 관계도 분석했다. 이들은 "단순히 수익성에 기초해 경영자 현금보상이 이루어질 경우 경영자들이 매출증가를 통해 수익성만을 극대화하고 탄소위험관리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경영자에게 탄소배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유인을 제공하고 향후 바람직한 경영자 보상설계에 대한 단서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탄소위험은 1원의 매출을 창출하는데 배출하는 탄소의 양을 말하며, 탄소집약도는 탄소위험의 측정치로 사용된다. 탄소집약도가 높다는 의미는 상대적으로 탄소함유량이 높은 에너지사용 비율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같은 열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전체를 석탄으로 소비하는 경우와 전체를 천연가스로 소비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석탄을 사용하는 경우 탄소집약도가 높다.

◆기후변화, 자본조달 제약 위험 = 기후변화는 기업들에게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소이자 새로운 기회요인이다. 탄소규제기업은 탄소규제위험 및 경쟁위험에 직면할 수 있어 탄소위험관리가 기업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탄소배출을 효율적으로 줄이지 못할 경우 탄소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규제대응 비용의 증가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반면 기후변화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탄소배출을 감축시킨 기업들은 규제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낮고 초과감축량 만큼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팔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양호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기업의 탄소위험관리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기초한 경영자 현금보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경우 매출액은 증가하는 반면 탄소배출량이 감소해서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자세히 살펴보면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인 전환위험과 물리적 영향에 관련된 물리적 위험이 있다.

전환위험에는 △정책과 법률의 변화로 인한 위험(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 부과삼림이나 토지 이용 정책 변화에너지 관련 규제의 변화 등)과 △소송과 법적 분쟁 위험 (산사태 책임을 둘러싼 소송 등) △기술 진보와 혁신으로 인한 위험 (재생에너지 발전, 기술에너지 저장 기술 등의 진보와 혁신으로 기업 경쟁력 약화 등) △시장 위험 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시장의 수요 공급에 변화로 인한 리스크(최근 배추 가격 폭등평판 위험 기후변화에 미온적인 기업에 대한 평판 변화) 등이 있다. 물리적 위험에는 태풍으로 인한 공장 침수 등 특정한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한 단기적 위험과 기후 패턴의 변화로 인한 장기적 위험으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나 장기 가뭄으로 인한 사막화 등 장기적 위험이 있다.

기후변화는 또 기업들에게 전통적 방식의 자본조달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가장 강하게 도입되고 있는 유럽에서 은행 및 전통 금융시장을 통한 탐사 및 생산 E&P(Exploration & Production) 자금조달은 자연스럽게 축소되고 있다. 미국의 E&P 자금조달에 있어서는 회사채, 특히 하이일드 시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2014~2018년까지는 셰일 붐 효과가 있었으나, 기후변화 대응, 저유가와 최근 팬데믹 상황이 겹치면서 이러한 자금조달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는 기후관련 주주제안과 이에 대한 찬성률이 높아진 데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특히 미국이 포함된 북미 지역에서 기후관련 주주제안 및 찬성 비율이 높다. 유틸리티, 오일 및 가스산업에서 기후관련 주주제안이 높은 경향을 볼 때, 탄소감축 방안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이제 환경리스크를 감안한 여신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9일 '적도원칙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기업대출심사에서 탄소배출량도 적용한다고 밝힌바 있다.

◆새로운 성장 기회 제공 = 기후변화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기회를 제공한다. 기후변화 정책은 일반적으로 민간 영역에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며 혁신을 촉진한다. 이러한 정책은 기업에게 비효율성을 제거하도록 하고 비용 절감을 가져 온다. 많은 연구에서 환경설비투자로 인한 원가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환경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녹색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제고하여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밝혀내고 있다.

금융시장에도 기회를 가져온다. 자본시장, 은행 및 다른 금융회사들은 저탄소 기술과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기업들은 다가올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장기로 큰 규모의 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거대 기업은 물론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은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커짐에 따라 이에 부수하는 다양한 서비스 산업(신기술 도입을 위한 기업금융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배출권 중개인, 탄소자산 관리 및 전략컨설팅, 배출량 관련 점검·보고·인증 서비스, 법률 서비스 등)이 생겨나고 성장하게 된다. 임 연구원은 "기업들이 탄소규제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경쟁력에 대한 도전과 함께 성장의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탄소 중립 달성 선언'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 시진핑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정상 연설에서 '중국은 2060년 이전 탄소 중립달성'을 선언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세계 1위의 탄소 배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함으로써 탄소 저감 산업과 기업의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산업으로 전기차·2차전지 및 태양광·풍력·재생에너지, 유틸리티·그리드, 수소산업, 대체육 산업 등이 중국 저탄소 전략의 수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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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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