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매물이 인기 있는 이유

2020-10-19 11:00:24 게재

생보사보다 성장성 높아

금융지주사 등 관심 계속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비대면 문화 확산 속에서 보험업계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소형 손해보험사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 고령화의 벽에 부딪힌 생명보험사보다 성장 전망이 나은 손보사가 M&A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처음 손보사 M&A시장에서 인수 소식을 알린 곳은 하나금융지주였다. 지난 2월 하나금융지주는 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며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동차보험에 특화된 더케이손보를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보장이 가능한 디지털 종합손보사로 키워나간다는 방침 하에 지난 6월 하나손해보험을 출범시켰다.

더케이손보에 이어 올해 하반기 M&A시장에 나온 손보 매물은 악사손해보험이다. 지난달 말 삼정KPMG가 주관한 악사손보 예비입찰에는 교보생명이 단독입찰했다. 디지털 생보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교보생명은 악사손보를 인수해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몇몇 중소형 손보사들이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해보험도 몇년 내에 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4월 사모펀드 JC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변경된 MG손해보험도 언제든지 매물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흥국화재의 경우 최근 M&A 대상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락한 바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최근 자회사 캐롯손해보험 지분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덩달아 매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생보사에 비해 손보사 매물에 대한 언급이 더 잦은 이유는 손보산업이 가진 성장가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인구 고령화 등으로 생보사의 성장성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손보사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발전가능성이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판매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이 간단한 손보상품이 더 유리이다. 반면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으로 대표되는 생보상품은 보험료가 높아 디지털을 통한 영업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핀테크 업체들이 손보사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들은 손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험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다.

손보산업의 성장성은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중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47조81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조9223억원) 증가한 반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54조161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7%(1조915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손해보험 원수보험료(퇴직연금 포함)는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생명보험 수입보험료(퇴직연금 포함)는 3.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와 IFRS17 도입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 때문에 시장에서는 생보사보다는 손보사 인수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면서 "금융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금융지주사나 자금 여력이 되는 사모펀드들이 지속적으로 손보사 매물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 중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손해보험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 손보사 매물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의 경우 최근 악사손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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