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업의 말밥과 채찍

2020-10-27 12:24:48 게재

당근은 말이 좋아하는 뿌리채소다. 그래서 보통 ‘말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사람들이 상대방 의견에 공감을 표시할 때도 “당근”이라고 한다. 당근은 말을 듣지 않는 말을 움직이기 위해 유인용으로, 그리고 인류역사에서 일종의 동기부여를 위한 수단으로 표현되어 왔다. 반면 채찍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해 고통을 느끼게 하는 도구다. 주로 강제적인 제재나 처벌의 상징이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은 역사상 오래된 교육방법과 통치정책이었고, 여러 형태의 제도와 정책으로 구현되어왔다.

소비·생산 늘었지만 환경개선 못 따라가

어떤 제도나 정책을 수립할 때 ‘당근이 옳으냐, 채찍이 옳으냐’하는 논쟁이 있기도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친 당근이나 채찍은 타성이나 의존, 방어적이거나 소극적 사회현상과 사람들을 만들어내기 쉽다.

우리나라의 축산업 생산액은 2020년 현재 약 19조8000억원 규모로 전체 농업 총생산액 50조4000억의 39.3%를 차지한다.

식생활 수준도 크게 향상되어 2019년 우리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고기 우유 계란 포함)은 약 136.4kg으로 1970년대 11kg보다 무려 12.4배 증가했다.

이렇듯 축산업의 소비와 생산이 급격히 늘었지만, 그동안 양적성장에 초점을 맞춰온 탓에 열악한 사육환경과 가축분뇨처리 시설 등 축산물 생산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축사나 퇴비장, 부숙이 덜 된 퇴·액비의 농경지 살포시 나오는 냄새 때문에 민원과 갈등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축산악취 민원은 7627건으로 2015년 4323건에 비해 76.4%나 늘어난 상태다.

정부는 이러한 축산환경 개선을 위한 채찍으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분법, 2006.9.27.) ‘악취방지법’(2004.2.9.) ‘대기환경보전법’(1990.8.1.) ‘비료관리법’(1976.12.31) 등을 제·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법률에 따라 엄격한 기준 적용과 이에 따른 제재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당근으로 축사시설현대화(2009~2024년),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확충(퇴·액비화 2007년, 에너지화 2010년부터), 광역축산악취개선사업(2016년부터), 퇴비유통 전문조직 육성, 마을형 공동퇴비시설 지원 등 축산업 현대화와 가축분뇨의 효율적 처리와 경축순환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도들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축산업의 환경위해요소 개선을 위한 규제들이 시대와 현장실천의 괴리로 인해 자칫 산업을 위축시키고 범법자를 양성하게 한다면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일례로 가분법 액비살포지침의 ‘살포거리 제한’, 악취방지법의 ‘악취배출시설과 중복규제’ 등에 대한 제도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부 지원정책이 나눠주기식 자금지원 위주로 지속 편향되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별 농가나 가축분뇨처리산업체가 제반 법규와 규정을 준수하고 환경부하 유발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산업발전에 기여할 때 소비자와 일반국민들이 정부의 지원정책에 동의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축산환경개선을 위한 기술개발과 보급 교육 컨설팅 등을 활성화하고, 민·관 산학연이 협업과 융·복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산업계가 채찍에 위축되고 당근에 의존하기보다 자율적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