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변호사의 재개발·재건축 이야기 (4)

재개발·재건축 협력업체 선정, 공정성 담보할 수 있나

2020-11-25 16:00:13 게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전면 개정 전까지 협력업체 선정 절차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조합은 협력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조합 집행부와 협력업체 사이의 비리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사업비 상승 혹은 용역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했고, 그 피해는 종국적으로 조합원들이 떠안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 개선과 예방을 위해 도시정비법은 공사·용역에 관한 계약에서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도록 개정됐다.

도시정비법이 입찰방법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아 문제

일반경쟁입찰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최저가로 입찰한 자를 선정하는 최저가방식, 입찰가격과 실적·재무상태 등 비가격요소 등을 평가항목으로 정해 항목마다 개별 점수를 붙여 합산 점수로 평가하는 적격심사방식, 입찰가격과 사업참여제안서 등을 평가하여 선정하는 제안서평가방식이 그것이다. 적격심사방식이 대부분 조합에서 선택하는 입찰방식이다. 입찰에 참여 협력업체들의 평가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총회에 상정하고, 총회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고점을 얻은 업체를 선정자로 결의한다.

그런데 도시정비법 등에서 입찰 방법을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적격심사방식이 무엇인지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평가항목이나 그 평가점수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조합 집행부는 입찰방식으로 적격심사기준을 적용하고, 그 비가격적 평가항목을 임의로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정해 항목에 대한 평가점수를 높게 설정할 수 있다. 결국 조합 집행부가 수의계약으로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결국 도시정비법에서 협력업체 선정에 대한 일반경쟁입찰 방법으로 정한 입법취지는 몰각되고, 그 규정은 형해화될 수밖에 없다.

적격심사기준 결정에 대의원회 결의 얻는 것이 해법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적격심사방식의 평가항목 및 평가점수를 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평가항목을 정하고 규제하는 한계, 조합의 자율성 보장 등을 감안했을 때 입법적 방법 보다 이사회의 적격심사기준 결정에 대하여 대의원회 결의를 얻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입찰과정에서 조합 집행부인 이사회는 적격심사기준에 대한 평가항목과 평가항목당 평가점수를 정한다. 그리고 이를 대의원회에 상정한다. 대의원회는 의결기구인 총회 권한을 대행하면서 조합 집행부에 대한 견제 기구이다. 이러한 대의원회에 적격심사기준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면 대의원회는 그 평가항목 및 점수에 대하여 검토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항목과 점수에 대한 기준이 특정 업체 선정을 위한 것인지 여부를 가리고 결의로써 이를 동의 여부를 표시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위와 같은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의원회 결의 없는 이사회 결정은 위법

만약 이사회가 적격심사기준에 대한 대의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입찰절차를 진행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도시정비법상 적격심사기준에 대한 대의원회 결의가 요구되는 것이라면 거치지 않은 이사회 결정은 위법한 것이다.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대의원회는 총회 의결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외에는 총회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그리고 총회의 결의사항은 ‘조합원 권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의사결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조합원 권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의사결정 사안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총회결의 사항 외에는 대의원회 결의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협력업체 선정방식과 관련하여 개정 도시정법에서 새로 규정된 일반입찰방식은 입찰방식 및 절차를 정하지 않아 발생하였던 비리 등을 방지하고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적격심사기준을 조합 이사회 임의로 조합 집행부와 유착된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정하여 사실상 수의계약과 같게 정하게 된다면 일반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하지 않아 발생하였던 문제점이 다시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조합원의 권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사회의 적격심사기준 내용의 결정은 조합원의 권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해당하고, 이는 달리 도시정비법 시행령에서 총회결의사항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므로, 대의원회 결의 사안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도시정비법상으로도 이사회의 적격심사기준에 대한 결정은 대의원회 결의 사안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대의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사회의 결정은 위법한 것이다. 만일, 조합이 이러한 하자를 안고 입찰절차를 강행한다면, 이는 입찰절차중지 가처분 소송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고, 입찰절차가 마쳤다면 입찰무효 확인의 소 그리고 계약이 진행되었다면 계약무효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준비하는 조합은 그 절차를 유의해야만 한다.

 

김형철 변호사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