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고용서비스 강화 '지금이 적기다'(1)

고용위기에 수요급증, 서비스 품질은 '글쎄'

2020-12-07 14:00:13 게재

국민취업지원서비스 앞두고 인력난 우려 확산

4차산업혁명·저성장시대 일자리 부족 대비해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위기로 공공고용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4차산업혁명과 저성장시대에 따른 고용시장 변동으로 공공고용서비스 수요는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 공공고용서비스는 정부, 공공기관이 구직자들에게 고용정보, 직업지도, 취업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개인에게는 취업, 기업에는 인재확보 기회를 제공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708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42만1000명 감소했다. 이는 지난 4월(-47만6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며 두 달째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취업자 수는 3월(-19만5000명), 4월(-47만6000명), 5월(-39만2000명), 6월(-35만2000명), 7월(-27만7000명), 8월(-27만4000명), 9월(-39만2000명)에 이어 8개월 연속 감소했다. 2009년 1∼8월 8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실업자는 102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4000명 늘었다. 취업 자체를 포기해버린 구직단념자도 11만2000명 늘어난 6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영향으로 실업급여,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이 급증했고 재취업지원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무급휴직자,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으로 업무가 급증했다.

지난 10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긴급 고용 안정 지원금 상담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GDP 대비 투자비중, OECD 평균 1/3 수준 =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공공고용서비스는 양적 질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고용서비스 종사자의 전문성이 미흡하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그나마도 비정규직으로 채워 고품질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국내 공공고용서비스 분야는 투자비중이 낮다. 한국의 2017년 기준 GDP 대비 고용서비스 투자비중은 0.04% 수준이다. OECD 평균 0.13%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된 서비스 대상인 취업취약계층들이 공공고용서비스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찾는 비중은 고령층 33.4%, 경력단절여성 10.4%, 장애인 13.1% 등에 불과하다. 또 최근 일자리정책 예산이 급증하는데도 2018년 72.1점 이었던 고용서비스 품질지수가 지난해 70.9로 하락하는 등 국민들의 체감 만족도는 낮은 상황이다.

공공고용서비스가 전체 구인·구직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기대보다 낮다. 지난해 연간 노동시장 내 일자리(고용보험 가입자 기준)를 얻는 사람 734만명 중 워크넷 구인인원은 189만명으로 채용인원 대비 26.0% 수준이다. 또 지난해 월 평균 구직자 352만여명 가운데 공공서비스 이용자는 33만5000여명으로 9.5% 수준이었다. 특히 워크넷을 통해 구인하려는 기업의 경우 5~99인 영세 사업장이 77.8%를 차지했다. 구직자는 고졸이하 · 취약계층이 다수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23.2%) 청년과 대졸 이상(25.5%) 고학력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독일 9만5000명, 고작 한국 5300명 =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전달체계를 꼽는다. 국내 공공고용서비스기관은 고용부를 중심으로 관련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설치·운영하는 고용복지+센터(고용센터) 98개소와 아직 전환하지 않은 2개소 등 100곳이 핵심이다.

하지만 고용센터는 업무량 증가와 인력 부족 그리고 전문성 부족 등으로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고용센터 인력 5300여명 중 상담·취업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은 1700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행정·급여지급 업무를 수행한다. 고용센터의 주된 기능이 상담인데도 상담인력이 오히려 적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고용유지지원금이나 무급휴직 등 상담업무가 폭증하자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기간제 상담사 2400명을 채용했다. 실업자 등 구직자에게 일자리 상담을 해주는 상담원 자신은 한시적 기간제 신분으로 고용이 불안한 상황을 연출했다.

공공고용서비스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관련 인력이 9만5000여명에 달해 국내 사정과 대비된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고용부도 고용센터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처럼 공무원 조직을 유지하는 한 대폭 증원을 통한 인력확충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따라서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고용센터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용센터를 계속 공무원 조직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일자리관련 기관들을 통합해 공단화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공단형식의 공공고용관련 기관을 설립해 기존 관중심 운영체제를 일자리 수요자이자 공급자인 노사중심으로 축을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즉 고용부는 정책부처로, 고용보험과 취업지원은 일자리공단으로 전환해 정책과 집행을 분리하는 형태다. 특히 노동계는 4차산업 등 신규 일자리창출을 위해 개방적 민간영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서비스 종사자 역량 강화 시급 = 노동계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 추가적인 고용서비스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기존 고용안전망 혜택을 보지 못하는 저소득층,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위한 제도다. 만 15∼64세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해 노동시장 진입을 도와주는 복지정책이다. 이 제도는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하는 고용보험과 달리 정부 예산으로 수당을 지급해 '한국형 실업부조'로 불린다.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구직자취업촉진법) 시행에 따라 2021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취업취약계층 약 60만명에 대해 맞춤형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저소득층은 구직촉진수당 병행 지급)한다.

고용부는 취업취약계층의 조속한 재취업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공공고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공고용서비스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개인 맞춤형 전문 고용서비스 제공 △구인기업의 맞춤인재 신속채용 지원 △가까운 곳에서 더 편리하게 서비스 이용 △전문화된 양질의 고용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서비스 종사자 역량 강화 절실 = 하지만 인력문제가 정부 계획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고용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에 따라 당장 최소 3000명 이상의 상담원 채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 등의 반대로 2021년 8월 600명, 2022년 상하반기 800명 등의 인력만 확보했다.

노동계에서는 벌써부터 상담원 인력확충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일자리 상담의 질' 논란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일자리를 알선하는 직업상담원에 대한 인력확충 계획이 불충분하다"면서 "그동안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로서 국가의 고용서비스 역할이 제고돼야 함에도 직업상담원 등 취업인력규모가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인력뿐 아니라 고용센터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며 국가 고용안정전산망 인프라 구축이 부실한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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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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