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품사 “코로나 사태로 원청 갑질 더 심해”

2020-12-09 12:15:58 게재

한국노총 · 중기중앙회 조사 … ‘단가 깎기 가장 불공정’ 54%, 조정신청 ‘몰라’ 47%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원청이 본인의 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하청업체에게 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경기지역 모 자동차부품업체 노조위원장의 하소연이다. 자동차부품 하청업체 42%는 원청 대기업과의 하도급거래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보다 ‘원청의 갑질’이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노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9월부터 11월까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150여곳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자동차부품 주력 제조업체 81곳, 비주력 업체 19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차 협력사가 71곳이고 2차는 24곳, 3차 이상 협력사는 5곳이다. 또한 1·2차 협력사 관계자와 경기·충남지역 노조위원장 등 50여명의 집단 심층면접(FGI)도 진행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업체 중 하도급 거래가 공정하다고 응답한 회사는 12%에 불과했다. 권리의무가 명시된 계약서를 작업 전에 제공받는 것이 기본임에도 개발작업의 경우 11%, 양산작업의 경우 21%가 작업 중에 받았다.

계약조건 중 납품단가(22%)에 대한 조건이 가장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실제로 납품단가 협상에서 불합리하게 결정된 사례가 16%였다. 자동차부품업체 절반 이상(54%)이 납품단가 깎기(CR)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인식했다. 불공정 이유로 강요(35%), 약정에 없는 인하 요구(26%), 효율성이 낮은 경우 단가 인상은 없고(17%), 효율성 대비 과도한 단가인하(11%) 등 이었다.

자동차부품업체 95%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납품단가 조정제도를 활용한 경험이 없었고 그 가운데 절반(47%)은 이 제도를 알지 못했다.

하청업체가 인건비, 원재료비 상승으로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64%는 전혀 인상되지 않았고 36%만 일부 인상됐다고 답했다.

원청으로부터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받았다는 응답은 5%로 비교적 낮았지만 실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심층면접 대상자들은 원청이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고 제3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불공정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관련해 58%가 관련 법제도 보완을 꼽았다.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 비율 상향(12%), 손해액 추정근거 마련(10%), 법률 지원 강화(9%), 입증책임 완화(9%) 등 순으로 답했다. 특히 원하청 노동조합의 공동대응이 9%로 꼽아 눈에 뛴다. 소송 등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신원 노출에 따른 보복 우려(36%), 사건처리의 공정성 결여(17%) 순으로 조사됐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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