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고용서비스 강화 '지금이 적기다'(2)│한국의 공공고용서비스 강화방안 좌담회

"고용서비스 전문인력 2만명 이상 확보해야"

2020-12-18 11:33:38 게재

유길상 교수 "인프라 취약, 전문성 미흡 … 서비스 담당자 역량이 고용정책 성패 결정"

내년 도입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공공고용서비스(고용서비스) 인력을 2만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은 한국노총과 내일신문이 4일 공동주최로 개최한 '해외사례를 통해 본 한국의 공공고용서비스강화방안' 좌담회에서 제기됐다.

한국노총과 내일신문이 공동주최한 '해외사례를 통해 본 한국의 공공고용서비스강화방안' 좌담회가 4일 노총화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내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적어도 2만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 이의종


발제자로 나선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적정한 고용서비스 인력규모는 국가별로 다양하지만 실업급여 수급자에 비해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같은 실업부조 수급자는 매우 복합적인 취업애로요인을 갖고 있어 개별 구직자의 특성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 부족으로 현재도 일선 고용센터에서는 취업 지원, 고용보험사업, 노동시장정책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부터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적어도 2만명 정도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길상 명예교수

이어 "그동안 고용노동부(고용부)가 고용센터 인력확충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공무원 조직만으로 계속 운영하는 한 대폭 증원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특히 "적정인력을 확보하고 서비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고용센터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고용서비스 선진국들의 경우 독일은 9만5000명, 프랑스 5만5000명, 일본 2만7000명 수준의 고용서비스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 이후 고용서비스 혁신을 국가적인 핵심정책으로 추진해 고용서비스 거버넌스에서의 노사정 파트너십, 중앙과 지방의 협업, 종사자의 역량 개발, 맞춤형 고용서비스 등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고용노동부(고용부) 중심으로 관련부처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설치·운영하는 100곳의 고용복지+센터(고용센터)의 정원은 2018년 9월 말 현재 총 5277명(공무원 3346명, 직업상담원 1931명)이다.

◆탄탄한 전달체계 구축 과제 = 유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오랫동안 고용서비스 확충 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임시방편적 대응에 그쳐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쳤다"면서 "고용서비스 거버넌스와 역할 정립·분담 등 체계적 구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프라가 취약하며 종사자의 전문성이 미흡하고, 인력도 부족한 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유 교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2021년부터 새로 도입되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고용서비스의 탄탄한 전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중앙, 중앙-지방, 공공-민간 파트너십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국도 고용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파트너십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그러나 유사한 고용서비스 기관이 난립하고 있고, 민간위탁도 값싼 서비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센터를 중심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고용서비스를 충실히 하면서 대상별 특성에 맞는 고용서비스기관과 연계해 발전시키는 협업체계가 필요하다"면서 "참여기관을 하나의 팀처럼 일사불란하게 운영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선진국들은 공공고용서비스기관은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에서 지역의 지자체, 교육훈련기관, 기업과 경영자단체, 노동조합, 민간고용서비스기관 등 다양한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인력을 지원하는 등 다양하게 협력하는 방식으로 지역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유 교수는 "고용서비스 담당자의 역량이 고용정책의 성패를 결정한다"면서 "따라서 고용서비스 종사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전문인력 지원을 국가가 책임지고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용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교육은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고용정보원 등이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애단계별, 서비스 영역별, 필요한 역량의 수준별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을 참고해 고용서비스 담당자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훈련체계를 구축하고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수봉 교수

◆"노동자 참여, 모범사례 발굴해야" = 이날 좌담회는 유 교수 발제 후 지정토론자 4인의 토론과 자유토론으로 이어졌다.

좌담회 좌장을 맡은 어수봉 교수(한국기술교육대 HRD전문대학원)는 자유토론에서 "거버넌스에 노사의 참여, 특히 노동조합의 참여에 대해 대체로 이의가 없지만 '어떻게'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며 "반대하는 측에서는 노동조합이 인원수를 늘리거나 권한을 확대했을 때 도대체 뭐가 좋아지냐, 시끄럽기만 하지 전문성도 없으면서 자기주장만 하는 것이 아니냐 는 등의 반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조합이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했더니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사업도 잘되고 효과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평가가 필요하다"며 "요새 유행하는 광주형 군산형 등과 같이 모범사례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상원 고용부노동조합 위원장은 "상담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에 참여하지만 '밥그릇을 내놔라'는 식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노동이 어떻게 전달이 되고 산업에서 어떻게 거듭나는지, 전달체계는 제대로 갖췄는지 등 인적자원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노사정은 고용서비스와 관련해 여러가지 합의를 했지만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계 일부에서 투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노사정 합의가 변질되는 과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도 "2013~2014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직업훈련과 관련해 노동조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담당공무원이 바뀌자 교육프로그램은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한 고위공무원이 노동자들이 산업별ISC에서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끝내 관철시키지 못했다"면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나서려해도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본부장은 "광양 등지에서 자격증 취득률, 취업률 등에서 굉장히 높은 성과를 냈다"면서 "이런 사업들 대부분이 폐지돼 실제로 노동조합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땅히 없다"고 강조했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장은 "노사가 참여해 좋은 사례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것들이 유명무실화돼 고민"이라면서 "하지만 노사가 함께 혁신을 통해 뭔가 이뤄냈던 지역의 경우 그 전통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광양의 경우 아직까지 노사가 협력하고 함께 성과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것들을 다시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면 충분히 구체적인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다.

정홍준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고용서비스 사업을 위한 재정이 나올 곳은 고용보험기금과 정부지원 뿐"이라며 "재정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으로 고민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정협의에서 노사가 기금을 조금 더 내는데 힘을 보태고 정부도 비슷한 수준으로 매칭펀드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다 중단됐다"면서 "이런 논의를 계속해서 재정확충 방안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노동자 실질적 참여 보장해야"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수혜대상을 효과적으로 발굴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기존 고용센터가 담당할 수 있는 기준과 인력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고용서비스 거버넌스에 당사자인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는 현재 없다. 고용보험위원회에 노조 추천위원이 포함돼 있지만 노동자 직접 참여 통로는 없다. 관련부처가 참여하는 고용서비스에 대한 중앙수준의 위원회를 상시화해 컨트롤 타워를 구성하고 여기에 노사단체가 참여해 정책·운영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노조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어려움을 직접 전달할 수 있으며 대안적인 제안도 가능하므로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고용서비스 정책의 효과적인 전달과 취합을 위해서는 민간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공무원 인력을 계속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민관협력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기존 민간위탁 방식과 같은 업무위탁이 아니라 함께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상원 한국노총 공공연맹 고용노동부노동조합 위원장] "국민일자리공단으로 전환 필요"

고용서비스는 국가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급증했을 때 역할이 커진다. 위기발생 전에 준비를 해야 제기능이 가능하다. 기존 고용센터는 물적·인적인프라 부족으로 초기상담이 부실하고 입주기관 간 연계시스템이 미비하다. 여기에 전산시스템 노후화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담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그동안 노동연수원 교육을 수차례 개편했지만 같은 수준의 반복적인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고용서비스 강화를 위해 일자리 관련 기관들을 통합, 일자리공단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과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차이로 공무원(행정)과 공무직(상담)으로 나뉜 이원적 시스템이 서비스 전문성을 제약하고 있다. 동일 직렬 운영이 필요하다.

특히 4차산업혁명 등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는 개방적 민간영역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정책부처로, 고용보험과 취업지원은 일자리공단이 담당해 정책과 집행을 분리해야 한다. 많은 선진국들에서 효과가 입증된 제도다.

[최태호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과장] 물적·인적 인프라 확충 진행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지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업무가 고용센터에 폭주했다.

고용센터는 위기상황에서도 고용정책 전달 기능을 소화해냈다. 내년 국민취업지원제도,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등 서비스 수요 증가에 맞춰 고용센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먼저 접근성 강화를 위해 자치단체 등과 함께 중형고용센터 30개소, 출장센터 40개소를 연말까지 설치한다. 고용서비스 접점이 171곳으로 확대된다. 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통해 인력 보강도 이뤄진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이후 상담에 전념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프랑스가 우수사례로 꼽힌다. 디지털화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고용서비스와 관련한 디지털화가 상당부분 진행됐다. 여기에 화상면접,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보강하면 위기상황 대처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한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고용서비스 관련 협의체들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노동계 실질적 정책 참여 필요"
고용정책은 고용서비스 교육훈련 지역 산업 등이 있다. 대상도 청년 여성 고령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고용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에서 운영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노동계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데 일부에서 차단됐다. 고용센터는 대부분 인력이 고용보험업무에 집중돼 취업서비스 질이 낮다. 특히 전문상담원 부족으로 심층상담과 같은 고품질 서비스 제공에 역부족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숙련된 인력이 부족하다. 일본은 전문상담자의 자질이 피상담자의 진로와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 단카이세대(1947~1949년 태어난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에 대비해 2002년부터 5년간 5만명의 커리어 컨설턴트를 양성했다. 우리나라도 피상담자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경험한 퇴직 예정자를 집중 교육해 컨설턴트로 양성,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공고용공단'을 설립해 관 중심 운영체제를 수요자이자 제공자인 노사중심으로 축을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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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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