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전문가 설문조사│2021년 국내외 자동차시장 전망

중소 부품업체 3월 벼랑끝 위기설 대두

2021-01-05 14:27:56 게재

대출만기 도래, 좀비기업 증가 … '현대차-LG전자' 전기차 한판 승부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 최대이슈로 중소 부품업체의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3월 위기설도 제기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기차 시장 확대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더 어려워졌다"며 "올 3월 대출연장 만기가 도래하는 곳이 많아 벼랑 끝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영업이익으로 대출금리를 못 갚는 좀비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없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센터장은 "산업재편과 친환경차 시장 확대는 이미 주식시장에서도 판가름 났다"며 "기술력이 있으면서 자금력까지 갖춘 뉴커머들의 등장은 이미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CASE' 기술발전 지속 =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내수위축과 친환경차 시대로의 급속한 개편으로 부품업체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고, 국내 외국계 3사는 수익성 악화가 개선되지 않는데다 노사이슈까지 더해지면서 철수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선 기업간 실적차이가 갈수록 커지는데다, IT업체·중국업체 중심의 미래차 뉴커머 시장진입으로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가 올 하반기 이후 회복되더라도 미래차 준비 부족에 따른 부품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경영불안도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변화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던 국내 부품사와 외국계 완성차업체들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정부 규제 등을 탓하기 전에 구조변화에 빨리 나서야한다"고 제언했다.

김재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재편은 육·해·공 공간에 대한 이동서비스를 구축해야하기 때문에 차량 플랫폼의 동력원이 전기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변화는 산업재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차 트렌드로 꼽히는 연결성(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등 'CASE' 기술 발전이 지속되고 있어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외국계 3사의 경영난과 전기차로의 자동차 트렌드 전환 과정을 감당하기 힘겨울 것"이라며 "이는 고용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 빅뱅시대 =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는 "자동차업계는 빅뱅시대에 돌입했다"며 "해외에서는 테슬라 성장에 이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아이카) 출시를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LG전자의 전기차 경쟁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최근 유럽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 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합의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친환경, 그중에서도 전기차, 그 가운데 배터리가 핵심으로 부상했다"며 "테슬라에 이어 도요타, 포드도 독자적인 배터리 개발을 선언했다. 미래에는 배터리가 없으면 존재가치가 없다. 마치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대결과 같다"고 강조했다.

박형근 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존 업체들이 테슬라와 같은 신생업체에 위협받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추진, 중국 전기차업체의 성공적인 미국증시 상장 등 뉴커머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창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사 설립 등 기존 자동차업체와 IT업체의 협력이 촉발되는 구조개편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4일 펴낸 '인수합병(M&A) 기회 엿보는 차업계' 보고서에서 "재정·기술적으로 투자 여력을 가진 기업이 M&A에 나서며 시장재편을 주도하기 시작했다"며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한 것이나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이 이스라엘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미국의 로봇개발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이종(異種) 산업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참여자>
강건용 한국자동차공학회장,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 김재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위원, 김진국 컨슈머인사이트 사장, 김필수 대림대 교수, 문영준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성욱 한양대 교수,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재형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동헌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상무, 이민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 이백행 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 이상헌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임은영 삼성증권 선임연구원, 정도현 한국자동차연구원 본부장,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허 진 인천대 교수, (이상 가나다순, 2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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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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