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망, 민간에 맡긴 입양제도 탓
아동 우선 아닌 예비부모 욕구 위주
인권단체,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 요구 …"첫 대면서 입양 결정, 사후관리 형식적"
지난해 10월 13일 발생한 고 정인이 사망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예방대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실한 입양제도 속에서 급속 입양된 아동이 입양 후 8개월 만에 사망에 이르는 비극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입양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송파병)이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은 재학대를 막지 못한 아동학대 대응체계도 부실하지만 입양기관의 문제점도 크다.
예를 들면 입양결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아동과 예비입양부모가 처음 대면하는 날 입양을 결정했다. 입양아동 평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결연과정임에도 서로 교감하기 위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고 입양 전 사전위탁제도인 '임시인도'도 활용하지 않았다.
◆예비부모에 대한 검증 단계부터 부실 = 남 의원은 "이번 사망아동의 입양을 진행한 홀트아동복지회는 예비부모에 대한 검증하는 단계에서부터 부실했다. 예비입양부모에 대한 상담 가정조사원 교체, 주관적 판단에 의한 평가 기술 등 전문적인 검증 도구를 사용 및 검증절차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입양 결정 후 복지회의 사후관리 부실도 지적됐다. 입양아동이 양부모에게 인도된 후 2개월이 지나고서야 첫 가정방문을 했고 사후관리 중 입양부모의 학대징후를 발견했음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등에 신고하거나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 정인이의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는 6일 '고 정인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입양과정과 사후관리는 매뉴얼대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양부모는 입양 신청일(2018년 7월 3일)로부터 친양자입양신고일(2020년 2월 3일)까지 여러 차례의 상담과 아동과의 첫 미팅을 포함하여 총 7회 만남을 가졌고 △입양실무매뉴얼의 사후관리는 1년 중 4회 실시하며 가정방문 2회, 유선, 이메일, 사무실 내방 등의 상담으로 2회 실시하면 되는데 복지회는 사례관리 기간인 8개월 동안 3회의 가정방문과 17회의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사과 입장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전문입양기관으로서 앞으로 사후관리 지원 등을 잘하겠다고 덧붙였다.
◆탁틴내일 등 복지부의 특별감사 요구 = 이와 관련 탁틴내일 한국입양인연대 등 미혼모 한부모 아동인권단체들은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해 복지부의 특별감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해당기관의 입양사후관리 및 결연과정, 친모상담과정에 대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합당한 처분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입양절차를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공공의 개입을 강화하여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그동안 아동복지학회나 법률 전문가들도 한결같이 입양절차에 대해 공공이 책임지고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결연위원회'를 구성해 입양을 결정하고, 입양 결정 전 사전위탁제도인 '임시인도 결정'을 법제화해 입양아동의 인생이 결정되는 과정이 충분히 숙고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김현주 복지부 아동복지과장은 "현재 우리나라 입양과정은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입양아와 예비부모와의 결연이 아동의 이해보다 예비부모의 선택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입양기관과 예비부모의 접촉과정을 통해서만 사실상 입양이 결정되는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양절차를 공공이 관리해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공개 입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입법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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