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문화재 수리 이력제

문화재 원형 보존, 해법 있다

2021-01-08 11:42:39 게재
나기백/문화재예방관리센터/비매품

문화재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리기록을 체계적으로 남겨 오류를 최소화하고 관계자들이 해당 내용을 실시간 공유하는 '문화재 수리 이력제'다. 무분별한 보수와 소모적 논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자는 문화재예방관리센터(이사장 나기백)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재 수리 이력제'의 개념과 체계를 설명한 해설서다. 문화재 수리 이력제의 개요부터 운영체계, 명칭과 표기 표준화 필요성, 기록 작성 방법과 예시 등을 담고 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10여년에 걸쳐 현장에서 적용, 실증한 내용에 이론적 살을 붙여 체계화했다.

문화재예방관리센터는 문화재 관리정책 틀을 바꾼 주역으로 꼽힌다.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한 사후보수에 그치고 있던 2008년 '사전예방관리'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다. 서구의 보존과학자들이 먼저 제기한 개념을 확장, 옥외 건조물까지 전면 적용했다.

이듬해 전라남도와 문화재청에 제안, 2010년부터 3년간 '문화재 상시관리활동지원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2013년 '문화재돌봄사업'으로 이름이 바뀌어 17개 시·도에 확대됐다. 2014년부터 관리 대상이 시·도 지정 문화재까지 확대됐고 현재는 비지정문화재까지 같은 개념으로 돌보고 있다.

문화재 관리에 있어 절대적인 가치는 '원형 보존'이다. 훼손이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수리, 관리해야 한다. 문화재를 처음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보존·관리,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지 기록이 있다면 시행착오와 논란을 줄일 수 있다.

수리 이력제가 그 대안이다. 문화재예방관리센터에서 2016년부터 활용 중이다. 센터는 건물에 '명칭'을 부여하고 부재별로 '번호'를 매기는 방식을 제안했다. 간결하게 위치를 특정해 수리하고 혼선을 줄일 수 있다.

기록은 온라인상에 남기는 게 좋다. 실시간 정보를 최신화할 수 있고 이해 관계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기백 이사장은 "국가 차원에서 전문영역까지 포함한 진화된 체계를 구축, 종합관리한다면 문화재 수리정보를 실시간 열람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며 "무분별한 보수와 학계의 소모적 논쟁을 일정 부분 종식,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한발 나아가 문화재 돌봄사업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이사장은 "아직도 풀 깎고 청소하는 사업 정도로 치부하고 고령자 중심 단순 노무직종처럼 유지되고 있다"며 "전문가형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고 청장년층과 전문인력이 유입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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