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의 비밀│(34) 레이저쎌

LSR(반도체 칩 레이저 접합 신기술)장치 양산화 성공 … 세계 최고 기업 러브콜

2021-03-03 13:55:26 게재

레이저 면광원 원천기술 확보

반도체·IT·전기차배터리 적용

설립 7년만에 200억원 투자 유치

세계 1위 기업들이 설립 7년에 불과한 국내 스타트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스템은 글로벌기업의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제조공정에 적용됐다.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자금은 200억원에 이른다. 2년 후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세웠다.

레이저쎌(대표 최재준) 이야기다. 시장에서 레이저쎌(Laserssel)에 큰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새로운 레이저접합기술' 개발과 '시스템 양산화 성공'에 있다.

반도체는 미래산업의 중심에 있다. 5세대통신(5G)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반도체가 없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 실시간 쏟아지는 대용량 정보처리 능력이 중요해지자 반도체 기술은 적층과 대면적 기술이 대세다.

적층과 대면적 기술은 칩이나 소재의 접합(본딩)능력에 좌우된다. 반도체 접합은 레이저(Laser) 열을 가해 이뤄진다.

레이저쎌 핵심기술은 레이저와 직결돼 있다. 통상적인 레이저기술은 점 형태의 레이저빔이다. 반면 레이저쎌은 레이저 광원을 점에서 면으로 변환시켰다. 세계 최초로 레이저 면광원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에 80여건 특허등록과 출원을 했다.

면광원은 자체 개발한 초정밀 특수렌즈 모듈인 'BSOM(Beam Shaping Optical Module)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면광원 레이저 면적은 최대 80x80mm이다. 레이저 점광원을 BSOM시스템으로 사각이나 원 모먕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변형시킬 수 있다. 이 기술은 세계 최초로 레이저쎌이 특허를 획득했다.

'NBOL'(iNnovation Bonding Optical Laser)도 개발했다. NBOL은 고출력 특수 레이저발생시스템으로 다양한 레이저를 발생시킨다. 세계 최초 냉각시스템 일체형으로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레이저쎌은 BSOM시스템과 NBOL을 적용해 'LSR'(Laser Selective Reflow) 장치를 완성했다. LSR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의 표면실장(SMT) 단계에서 레이저 면 광원으로 칩이나 소자를 인쇄회로기판(PCB)에 접합하는 장치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성남 판교 크루셀텍 본사에서 만난 최재준 대표는 "LSR은 세상에 없던 반도체 접합기술"이라며 "면광원 접합기술은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기업도 상용화에 실패해 포기한 고난도 기술"이라고 전했다.

실제 레이저쎌 접합방식은 기존과 판이하게 다르고 문제점도 해결했다.

기존 방식은 대기가열식이다. 오븐 역할을 하는 장비에 수분동안 칩과 PCB(연성회로기판)을 넣고 대기를 가열해 접합했다. 이 방식은 열에 의한 휨 현상 등 변형이 발생했다. 칩과 인쇄회로기판 각각의 열팽창 계수 차이 때문이다.

변형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에는 접합부위에만 열을 가하는 열압착접합장비(TCB, Thermal Compression Bonding)를 도입했다. TCB는 휨 현상은 해결했지만 시간 당 생산성이 기존 방식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레이저쎌 LSR은 면광원 레이저로 칩 여러개나 실리콘 소자 전체를 단 한번에 접착할 수 있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레이저 쏘는 시간이 TCB는 10~15초간 걸리지만 LSR은 수초 이내에 불과하다. 특히 아주 짧은 시간만 열을 조사해 휨 발생을 해결했다.

TCB 장비는 10억~20억원을 호가하고, 대부분 일본과 독일 업체가 만든다. 국내기업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LSR 원천기술 확보는 반도체 제조공정 장비 국산화라는 의미도 갖는다.

최 대표는 "LSR은 TCB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전력소모 감소, 작업속도 향상 등 효과가 매우 크다"면서 "적용분야도 넓어 다양한 업종의 글로벌기업들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레이저쎌 기술력은 글로벌시장에서 검증을 마쳤다. 회사 설립 2년차인 2016년 미국 AREA컨소시엄에서 1년 반동안 LSR 기술우위성과 제품신뢰성을 검증받았다. 그 결과 세계 1위 고객사들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다.

LSR은 확장성을 지니고 있어 미래가 더 기대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지공정,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듈 공정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미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과 IT업체, 자동차제조사에 LSR시스템을 납품했다.

미니발광다이오드(LED)의 경우 더 작고 많은 LED 칩을 넣어 밝기를 높인다. 칩이 1만~1만5000개 수준이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미니LED를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미니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LSR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메모리 반도체와 글로벌 패키지업체들과도 긴밀히 협업 중에 있다. 일본의 전기자동차 전장부품 관련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레이저쎌 기술력은 사람에 기반하고 있다. 레이저쎌은 기술기반 스타트업답게 임직원 30여명 중 90% 이상이 기술자들이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분야 전문가다. 김남성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이오테크닉스 CTO 출신으로 특수레이저 전문가다.

지난해 매출은 43억원 정도다. 올해는 두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최 대표는 "레이저쎌은 LSR 원천기술로 반도체 레이저 접합 분야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세계 1위 기업들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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