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도 공간혁신

"학교를 넘어 미래의 삶 설계하는 곳"

2021-03-10 11:26:36 게재

사각형교실은 창의성 가로막아 … 디지털-아날로그 융합, 인터페이스 혁명

교육부는 개교 40년 이상 된 낡은 교육시설 1400개를 미래학교 개선사업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18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사업으로 꼽힌다.
단순 노후건물 개선사업이 아닌 학생중심의 창의성을 기반으로 둔 공간혁신을 목표로 삼았다. 미래학교에 학습과 쉼, 놀이가 공존하는 창의적 학교 시스템을 구축한다. 미래학교는 사전기획부터 설계까지 학생·교사 등 사용자 참여를 중시한다.

"건축물 양식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바라봐야 할 학교는 여전히 관리자 중심적 형태에 머물고 있다. 지금 학교는 학생 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무시하고 소통을 단절시키며 창의성을 억압하는 구조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장연우씨가 졸업 작품으로 학교 공간혁신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장연우(동덕여대 시각실내디자인학과 졸업)

◆공간혁신을 졸업작품으로 선정한 배경은 = "학교 다니면서 아이와 교사가 주인이 되는 공간을 생각했어요. 집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훨씬 길잖아요."

장씨는 학생이 학교의 주인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경계를 허무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졸업작품은 같은 과 이희재 정수진 씨와 함께 완성했다.

작품 주제는 '낙원'. 학교생활을 즐기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을과 소통한다는 의미를 담아 '락(樂 絡 格) 원(苑)'으로 지었다. 수락산의 자연을 학교로 끌어들이고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과정도 놓치지 않았다. 단절이나 이분법적 사고는 모두 제거했다. 고민과 상상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무려 7개월이 걸렸다.

코로나19 상황이 발목을 잡았지만 해당 학교인 서울시 노원구 신상계초등학교를 수십번 답사했다. 조감도 100장에 '집보다 행복한 꿈의 학교'를 담았다.

노원구 신상계초등학교 조감도 '낙원'은 학교를 크게 교실과 다교육동, 강당, 교무행정동으로 단순화시켰다. 특징은 '단차'를 활용해 건물 공간을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공간혁신에 담아야 할 교육과정은 = '학교건축이 교육의 성격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에 참여자 모두 동의했다. 나아가 공간의 재배치로 사회 지배구조의 배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우선 작은 학교 공간을 확장하기로 했다. 수락산 품에 안긴 학교 공간 기울기를 활용해 단차를 뒀다. AI와 향후 새로 접목되는 디지털 교육과정도 빼놓지 않았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무한대의 '가상공간'이 탄생했다. 인터넷 공간은 땅이나 건물 면적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저학년과 고학년, 교사가 소통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섰다. 한옥개념의 중정을 곳곳에 넣었고, 분절적이고 일방통행의 계단은 만남의 광장으로 바꿨다. 안전과 환경, 기후변화에 대비해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코로나19를 생각하면서 지구온난화와 공간혁신의 관계를 고민했다. 교육과정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혁신이지만 다른 이에겐 기득권을 사수해야 하는 고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 안전, 에너지 문제, 냉난방, 미세먼지도 공간혁신에 담았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에 대비할 수 있는 공간도 중요하지만 안전불감증을 없애는 커리큘럼을 만드는 것은 더 시급한 과제였다. 대안으로 '가변공간' 설치를 제안했다.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출입문으로만 탈출하는 것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의 벽을 움직여 안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변공간을 설치하고 이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장씨는 '더 많이, 더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사회에 학교 공간혁신은 미래 도시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도시의 특징은 좁은 공간이다. 이런 환경에서 질병과 전염병, 갈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고의 틀을 깨야 혁신 가능" = "내가 만들고 싶은 교실은 '틀이 없는' 교실이다. 한국 학교들 대부분이 일제 잔재다. 복도-교실, 실내-실외 등 공간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져 틀에 갇힌 형태다. '공부는 교실에서, 놀이는 운동장에서'부터 성적과 등수, 대입을 위해 12년을 보내는 구조다."

지금 사회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원한다. 갇힌 틀 속에서는 점수와 등수만 보인다. 하지만 틀이 없는 곳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기계적으로 생활하는 틀을 깨고 적성에 따라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문제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놀이수업을 통한 창의력과 토론이 가능한 교실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설계에 담았다. 놀이수업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배려, 공존 등을 배우고 깨닫는 장(場)이 되기를 원했다.

다락방 해먹 트리하우스 암벽타기 등 여유시간에 언제든 즐길 수 있는 무제공간으로 설계했다. 생태교육도 교육과정에 소화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한국과 일본의 학교 공간 구성을 비교해봤다. 장씨는 "예상은 했지만, 학습공간을 제외한 다목적 공간과, 교류와 소통의 공간이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공간 재배치의 의미와 중요성은 = 공간혁신에서 '공간의 재배치'는 중요한 요소다. 공간의 재배치는 교육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공간혁신은 학교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건물을 뜯어고치거나 새로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교육과정을 담아낼 수 있도록 공간 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 씨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낡은 건물 리모델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공간혁신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씨는 "학교라는 공간은 동질감 형성이나 집단지성, 공동체문화의 근본이 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정성이 담보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래의 새로운 생각을 펼쳐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공간혁신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조감도 100장에 무엇을 담았나] "창의력 안전 고려한 꿈의 학교 그렸다"
학교공간 '민주성 회복' 우선
"단순 리모델링 아닌 공간 가능성에 눈떠"
[학교는 네모난 감옥?] 공간혁신이 부른 학교의 재발견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