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2법, 전셋값만 올린 악법인가

2021-03-18 11:38:30 게재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 전수조사 … 거래량 평년 수준 유지

전셋값, 2법 시행전 3개월간 18%, 시행 후 5개월간 7% 상승

지난해 7월 31일 임대차 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어느덧 8개월이 다 돼간다. 용광로처럼 끓어 오르던 전세시장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이즈음 임대차2법을 되돌아본다.

아다시피 임대차 2법은 극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시행을 주장한 측에선 “계약기간이 2년으로 확대된 지 31년 만에 임차인이 2년마다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했다.

반면, 반대측에선 전세시장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대차 2법이 갖는 의미와 시장에 끼친 영향을 볼 때 냉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내일신문은 한국도시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12만4618건(2021년 2월 1일 기준)을 분석했다.

◆전세가 얼마나 올랐나 = 임대차2법 시행 전.후 전세가격 상승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임대차 2법이 시행된 7월 31일 이후 12월말까지 5개월간 서울지역 전세가격은 7.0%(월 평균 1.4%) 상승했다. 7월말 4억8783만원에서 12월말엔 5억2202만원으로 올랐다. 최근들어 가장 높은 상승이다.


아파트 규모별로는 다소 차이난다. ‘40㎡ 초과~60㎡ 이하’는 12.2%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다. 3억5060만원에서 3억9328만원으로 뛰었다. ‘60㎡ 초과~85㎡ 이하’와 ‘85㎡ 초과’는 각각 6.8%, 6.6% 상승했다.

반면 ‘40㎡ 미만’은 0.5%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전세가격은 임대차 2법 시행 전부터 상승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하락하던 전세가격이 5월부터 반등했다. 이후 불과 3개월새 18.3%(월 평균 6.1%) 뛰었다.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거래신고제를 포함한 임대차3법을 통과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시장이 더 가열되기 전에 안정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실제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급등세는 다소 완화됐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신규 전세매물은 가격이 뛰었겠지만, 계약갱신이 가능한 전세는 5% 규율을 받았다”며 “임대차 2법이 전반적인 전세시장 가격상승을 흡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세거래 얼마나 줄었나 = 전세 거래량은 어떨까. 임대차 2법이 시행되면 임대인들의 전세기피로 전세물량은 줄고, 대신 월세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확정일자 신고기준)은 4만7398건(3월 16일 기준, 월 평균 9480건)이다.

같은 기간 2019년 5만8003건, 2018년 5만2775건에 비해 각각 18.3%, 10.2% 적은 물량이다.

그러나 2017년(4만3063건)보다는 10.1% 많다. 전월세 실거래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10년간 8~12월 연평균 거래물량(4만7082건)과 비교하면 비슷하다. 최근 2년 거래량보다는 적지만 평년수준의 거래는 이뤄졌다는 얘기다.

문제는 신규 전세공급 규모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기존 전세물량이 묶여 신규 전세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국토부가 제공하는 전세 실거래 자료로는 기존.신규 물량을 구분할 수 없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과거 경험을 보면 주택 매매가 상승은 전세가 상승으로, 전세가 상승은 다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임대차 2법이 도입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임대차 2법은 6월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완벽한 법체계를 갖추게 된다. 그간 제한적으로 파악했던 전세시장 실체를 온전히 파악하는데 한발 더 접근하게 된다. 그에 따른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더욱 수월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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