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9곳 등기이사 겸직

2021-03-22 11:40:34 게재

충실의무 이행 차질 우려 … 10년 감사 재직하기도

3월 넷째 주는 현대자동차 등 1095개 상장법인 정기주주총회가 열린다. 특히 26일 495개사가 집중 개최될 예정이다.

총수일가의 이사 과다겸직과 장기재직, 거래관계 법무법인 출신 이사후보들이 적격성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KG모빌리언스·HDC 총수일가 과다겸직 = 22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KG모빌리언스는 25일 주총에서 곽정현 KG그룹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곽 후보는 기업집단 KG의 총수 곽재선 회장의 아들이다. 곽 부사장은 이 회사 외에 계열회사인 KG케미칼(대표이사), KG스틸(대표이사), 스룩(대표이사), KG ETS, KG동부제철, KG제로인,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무려 9곳 회사의 등기이사(대표이사 3곳 포함)를 겸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내이사 후보자가 겸직 5개를 초과하는 경우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하고 반대를 권고한다.

지배주주 일가가 이사회 내에서 3분의1을 초과하는 경우 회사 이익보다 지배주주 이해관계를 위한 의사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사회 독립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부사장은 9곳의 계열회사에서 상근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 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일가(곽재선ㆍ곽정현)가 사내이사 2명을 모두 맡게 돼 이사회 구성이 독립성 확보와 멀어지게 된다.

HDC 정몽규 회장도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될 경우 5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HDC가 지분을 95%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에이치디씨아이앤콘스를 제외하더라도 정 회장은 상장사인 HDC 대표이사와 함께 HDC아이콘트롤스, HDC현대EP 상근 사내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어 충실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임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넥슨지티는 주형훈 법무법인 일현 변호사를 감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주 후보는 2014년부터 넥슨지티의 감사로 재직했다. 지난해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로 주 후보 감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후보 교체가 없었다. 주 후보가 이번에 재선임될 경우 10년을 회사 감사로 재직하게 된다.

HDC아이콘트롤스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는 회사 임직원 경력이 있다. 김세민 전 HDC아이서비스 대표이사는 이번 주총에서 HDC아이콘트롤스 사외이사로 신규선임될 예정이다.

김 후보는 회사 또는 특수관계가 있는 회사 임직원이었던 경우로 사외이사 독립성 결여가 우려된다.

또 감사 후보인 이사홍 후보는 HDC아이서비스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냈다.

◆대우조선해양, 거래관계 대주주를 사외이사로 재선임 =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이사후보도 주총 안건에 상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조대승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조 교수가 창업한 크리에이텍은 최근 3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이 발주한 조선해양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거래규모는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의 16%에 해당한다. '유의미한 거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해충돌과 독립성 훼손 우려가 있다. 조 교수는 크리에이텍 지분 44%를 가지고 있다.

회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법무법인 소속 사외이사 후보도 여전히 눈에 띄었다. HDC 신제윤 사외이사 후보는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자문을 수행했다.

신세계아이앤씨 사외이사 후보인 전홍열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도 마찬가지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모회사 이마트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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