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AI교육

AI교육, 사람과 미래 모두 담는다

2021-03-24 11:39:17 게재

AI는 삶의 '반려' … AI와 소통능력 전 세대에 필요한 소양·수업시수 조정 필요

인공지능 기술로 인간 문명의 발전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지능형 알고리즘의 개선, 데이터의 대량화에 따른 빅데이터 기술향상, 컴퓨팅 파워가 커지면서 인공지능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인공지능 발전과 인터넷 연결은 초지능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은 가상과 현실의 벽을 깨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필수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직도 인공지능 교육 과정과 방향 설정은 더디다. 특히 대학의 인공지능 교육과정은 사회진출 교두보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인공지능 정책과 비전을 들여다본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교육을 받아야 하나요?" "10년 뒤에도 지금 배운 코딩교육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된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까요?"

코딩교육은 시간낭비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상반된 주장이 부딪힌다. 사교육시장은 코딩 조기교육을 내세워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한다. 코딩은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의 언어로 명령어를 작성하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구화초등학교, 동수영중학교, 광주광덕고 AI 수업 장면. 이미지투데이


전문가들은 "코딩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 코딩을 넣은 것은 컴퓨터언어와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이유는 코딩을 통해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서울 노원구 초등학교 김 모 교장의 말이다. 교육의 본질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사고 폭을 넓히고 인공지능 방향설정에 다가서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2015개정 교육과정이 논의되기 전부터 인공지능 교육과 전략을 준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인공지능 교육내용과 목표, 학습모형에서 평가까지 만들어 학교에 도입하고 있다.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능력 키워야 =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정부 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 설계도를 제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세계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화 가속 및 데이터 축적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불이나 전기보다 인공지능의 파괴력이 더 크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시대에는 사람 중심의 창의성이 핵심이 된다.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정해진 답을 찾는 능력이 빠르고 정확하다. 기존 교육과정의 고정된 틀을 깨야 한다. 정해진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으로 인간의 고유 능력에 인공지능의 능력이 더해진 '인간+AI 협업'이 중요하다.

AI 시대 '혁신'은 기존 틀을 넘어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창의력에서 출발한다. 교육부는 소통과 협업에 기반을 둔 집단 창의성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 정답만 쫓는 학습보다 새로운 접근을 불러일으키는 독창적 질문, 문제설정 능력 및 협업에 기반을 둔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 환경을 학습자 수준에 맞춰 최적화시킬 계획이다. 개별화 교육도 준비 중이다. 학습자 중심의 AI, 빅데이터 등을 학습자에게 맞춰 최적화시키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인공지능 교육이 확대되고 자리를 잡아가면 학습자는 인공지능을 수업 보조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장에 정착되면 학습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학습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식전달 효율이 높아질수록 학교와 교사는 수업기획, 학생과의 유대감 형성, 학생 정서관리 등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원격수업에서 인공지능이 차지하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인공지능은 자기주도 학습과 성취도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정부는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인간다움과 미래다움이 공존하는 교육'으로 설정했다. 감성적 창조적 인재상으로 인간중심 사고에 바탕을 둔 인재양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학습 환경과 정책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교육과정은 인공지능 기술 확산 등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학습자 스스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적응하도록 설계했다. 미래사회에 대비해 신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워낸다는 목표다.

◆인공지능 교육 실행력 높여야 안착 = 교육부가 강조하는 '미래교육'의 핵심도 인공지능교육이다. 전국 초중고 모든 교실 무선망 구축, 원격수업에 쌍방향 화상수업 도입, 고교학점제·인공지능교육 활성화 추진 등이다.

인공지능 선택 교과과목 범위도 넓혔다. 올해 2학기부터 고교에서 인공지능 기초와 인공지능 수학을 진로선택과목으로 운영한다. 학생 스스로 문제인식부터 해결과정까지 경험하는 과정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정중심 평가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다. 자율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를 지난해 35개교에서 올해 103개교로 대폭 늘린다.

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인간 존엄성 교육도 강화한다. 초중고는 수업내용과 교육콘텐츠에 인간과 인공지능을 비교해 인간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내용을 확대한다. 유 부총리는 "미래의 삶을 주도할 학생들이 AI의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과 윤리, 가치를 담아내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시범운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융합교육을 진로교육 분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초중고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공유하지 못했다.

자칫 기술개발과 습득에 빠져 인공지능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핵심 추진과제로 인간에 집중하는 교육,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 기술과 결합하는 교육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 충분한 동력이 있는가 여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교육의 핵심을 사람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한다. 2018년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정보교육으로 상정하고 체계적인 양성과정을 설계했지만, 정책의 변화나 수업 시수부족, 시도교육청 상황에 따라 현장적용 속도가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AI인재 양성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인력 부족은 60.6%에 달했다. 국제사회가 분류한 AI 고급 인재는 미국 중국 유럽에 집중되어 있고 한국은 1.8%에 불과했다.

서울 마이스터고 김 모(AI 담당) 교사는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교육 분야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며 "산학협력을 통한 공동연구와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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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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