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가뭄 대만, 내달부터 물배급 … "글로벌 반도체 수급 우려 커져"
2021-03-25 12:06:28 게재
닛케이아시아
닛케이아시아는 "전세계 기술공급망의 가장 중요한 연계점인 대만에서의 심각한 가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4월부터 타이중과 먀오리, 창화현 등 중부지역에서 일상 수준 대비 물 소비를 13% 줄인다. 그리고 내달 6일부터는 공급 감축율을 15%로 늘린다.
대만 정부는 일부 지역의 물공급을 15% 줄이기 위해 수돗물 공급을 일주일 중 이틀 동안 중단키로 했다. 공급이 중단되는 지역은 물탱크트럭이나 물저장시설, 지하수 등 비상조치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대만 수자원공사 부사장인 왕이펑은 닛케이에 "물 공급 중단 지역엔 타이중과 먀오리의 산업단지를 포함한다. 일주일에 이틀간 급수가 중단되는 지역 기업들에게 물을 미리 저장해놓거나 물탱크트럭을 동원하라고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향을 받게 되는 먀오리현 주난산업단지와 광위안산업단지는 타이완의 기술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연계점이다.
이 지역은 두 개 구역으로 나뉘어 A구역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B구역은 목요일과 금요일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다.
이곳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제조사 'AU옵트로닉스'와 '이노룩스'는 "가뭄 악화로 물배급 상황이 벌어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제조사 폭스콘의 자회사인 이노룩스 관계자는 "이미 물소비를 15% 이상 줄이는 목표를 달성했다. 소비하는 물의 95%를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룩스는 물탱크트럭 운용업체들과 공급계약을 맺어 시범운용에 들어갔다.
테슬라와 애플의 협력업체인 AU옵트로닉스 폴 펑 회장은 "이노룩스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물탱크트럭 기업과 계약을 맺었지만 물탱크까지 동원하는 방안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뒀다"며 "우리는 각 공장 지하에 물저장시설을 갖고 있다. 일부 공장은 최대 열흘 동안 물공급이 중단돼도 공장을 돌릴 수 있는 저수 용량을 자랑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TSMC, 메모리IC업체인 윈본드(화방전자) 등 주요 반도체회사들은 타이중에 공장을 갖고 있다. 반면 파이슨일렉트로닉스와 글로벌웨이퍼스, 이노룩스 등 칩과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먀오리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핵심 자동차칩 제조사인 르네사스와 NXP, 인피니언 역시 화재와 지진, 폭설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칩과 디스플레이 제조엔 고순도 청정수가 많이 필요하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대만은 각국으로부터 물부족 문제를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닛케이는 "대만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64%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재의 물부족 상황이 심화된다면 그같은 예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은 2015년 봄에도 부분 단수와 물배급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는 게 대만정부의 판단이다.
지난해 10월에서 올 2월까지 총 강우량은 단 752㎜에 그쳤다. 2014년 10월부터 2015년 2월까지의 1059㎜보다 훨씬 적다. 당시 단수와 물배급 조치는 2015년 6월초가 돼서야 완전히 해제됐다. 일부 지역의 경우 최대 61일 동안 물공급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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