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연구·서비스 강화로 교통환경 변화 주도

2021-04-02 11:43:44 게재

R&D투자, 안전가이드라인 개발, 교통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도로 위 존중문화' 바탕으로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도 제공

도로교통공단(공단)은 1954년 창립 이후 교통안전 전문기관으로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해 왔다. 공단은 모바일 운전면허서비스 제공과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혁신에 대비한 연구에 성과를 내는 등 혁신과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9일 이주민 공단 이사장을 만나 자율주행자동차, 드론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이동수단 등장 시대를 맞아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춰 공단을 한 단계 더 도약시켜 명실상부한 교통안전 분야 선도기관으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편집자 주>


■최근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감소했지만 OECD 평균보다는 많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이주민 이사장│경찰대(1985년)/연세대 사법행정 석사(2003년)/한세대 경찰학 박사(2020년)/경찰청 외사국장(2016~2017)/인천지방경찰청장(2017~2018)/서울지방경찰청장(2018)/도로교통공단 이사장(2021.2~)

선진 교통문화는 보행자 배려 문화에서 형성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달 17일부터 차량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을 전국적으로 시행한다. 이번 정책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빨리빨리 문화가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문화로 바뀌길 기대한다. 아울러 공단은 '도로 위 존중문화'를 바탕으로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성인-노인에게 필요한 교통안전 정보 습득과 의식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책 시행에 힘입어 큰 시너지 효과가 나길 기대한다.

■스쿨존 내 사고도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폭 줄이거나 '0'으로 만들 근본 방안은 없을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통법규 준수는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공단은 어린이를 위한 교통안전교육과 어린이보호구역 내 안전시설물 현장점검 및 개선방안 마련 등을 통해 사고 방지·감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는 운전자와 어린이·보호자를 위한 교육과 홍보를 더욱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도로교통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 안전시설물 설치 등 환경적 개선, 상호 간의 배려와 안전교육을 통한 의식 수준 개선 등 3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0'건이 달성될 것으로 본다.

■최근 고령운전자의 사고가 사회적 이슈였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의 경우 법규위반보다 순간적인 판단착오 즉, 순간 대응력이 떨어짐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령자는 대체로 다른 연령에 비해 인지기능 및 신체기능 저하, 약물복용 등과 같은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고령운전자 대부분은 운전 중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비고령자에 비해 회피 능력 및 대비 능력이 떨어진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공단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2019년도부터 만 75세 이상 고령운전자의 면허증 갱신·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면허취득 또는 갱신 전에 반드시 2시간의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공단은 운전면허시험장에서 별도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운전에 필요한 능력을 스스로 진단하는 '인지능력 자가진단'과 안전운전을 위한 교육 등으로 진행된다. 이 교육은 무료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교육을 잠정 중단했으나 경찰청과 논의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예약 및 방문을 통해 교육 이수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비대면 온라인 교통안전교육도 시범 운영 중이다.

■자동차 증가를 막고 도로를 증설하면 교통흐름이 좋아지지만 사회적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대신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도로교통환경을 개선하면 보다 안정적인 교통흐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를 확장하거나 신설하는 방법이 지·정체를 해소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가용할 수 있는 용지가 부족하고 많은 예산이 필요하므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운전자에게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해 목적지까지 최단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하는 첨단교통정보시스템(C-ITS)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 신호교차로 연동시스템을 구축해 교차로에서 매번 정지하지 않고 연속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신호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공단이 교통사고, 나아가 교통안전에 대한 대국민 교육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안다.

기관·단체·기업체·노인·통학버스 운전자와 보행자를 대상으로 교통 안전의식을 높이고 교통질서의 생활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체계적인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운전면허 취소나 정지처분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별교통안전교육도 실시한다. 또 교통사고 조사, 교통보험사기범죄 조사, 안전시설담당 공무원 교육, 도로교통안전진단 교육훈련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 전문교육을 실시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증가한 배달관련 이륜차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유튜브 등을 활용한 이륜차 운전자 대상 교통안전교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공단은 이와 관련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공단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대비해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4개부처 공동으로 수행하는 다부처 R&D사업 중 경찰청의 도로교통분야 R&D 사업을 7년간 1579억원 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둘째로 시범운행지구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운전능력을 사전에 검증하는 도로주행 실증을 통해 안전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자율주행차 운전면허 법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로교통상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IoT 센서(레이다·라이다·영상)를 활용한 분야별 교통 빅데이터와 AI 학습용 데이터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우리 공단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차가 카메라 도움 없이 이동통신(LTE)을 통해 신호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교차로 주행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 이미 상용화된 LTE망을 이용하면 기반 구축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2019년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대비해 한국형 윤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단은 운전면허시험장을 운영한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새로운 이동수단 등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상용화에 앞서 운전면허체계와 안전 가이드라인 개발을 위해 안전운전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강원도와 함께 횡성에 자율주행차가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규정을 준수하는지 평가·검증할 수 있는 검증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 관련 국가 연구개발사업도 착수한다.

■최근 학과시험 인터넷 예약제 등 면허시험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험장을 직접 방문한 고객에 한해 접수 응시가 가능하던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올해 3월 22일부터 전국 27개 면허시험장에서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대기시간 소요 등의 불편 사항을 해소하고, 시험장 내 인원을 분산시켜 코로나19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기능시험 중 급가속, 외부충격 등 안전사고 예견 상황 발생 시 시동을 자동 차단하는 긴급자동제어장치를 서부·강서·청주 3개 시험장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공단 이사장 취임 후 경영방침은 무엇인가.

취임하며 밝힌 경영철학과 설문조사를 통해 전달 받은 직원 의견을 종합해 안전·동행·윤리·혁신을 경영방침 키워드로 선정했다.

공단 설립목적이 교통질서를 확립하고 교통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인 만큼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안전'을 설정했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동행'은 수평적·쌍방향 의사소통으로 서로 신뢰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공단 구성원과 국민이 동행하는 상생·협력 경영을 추구하는 동시에 대국민 소통을 통한 배려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윤리'는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렴경영을 추구하고, 임원진의 솔선수범과 직원들의 동참으로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윤리경영을 확립해 깨끗하고 투명한 공단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했다.

마지막으로 '혁신'은 커넥티드카·자율주행차와 같은 미래 교통환경 변화에 따른 R&D 투자와 안전 가이드라인 개발 그리고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도로교통안전 전문기관으로서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고, 혁신적인 성과 창출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문진헌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