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LH직원 땅투기 의혹 규명 속도 붙었다

기존 의혹과 별도 대규모 투기(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확인

2021-04-06 12:04:43 게재

빅데이터 수사기법으로 36명 특정 … 시흥 과림동 투기 관련자 구속영장 청구할 듯

경찰이 정부 합동조사단과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나 수사의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대규모 부동산 투기 정황을 확인했다. 이들의 자금흐름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LH 직원을 상대로 잇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부동산 투기 수사 촉구 기자회견│정의당 주최로 5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열린 대구 수성구 연호지구 의혹 등 부동산투기 제보내용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일 부패방지법 위반(업무상 비밀이용) 혐의로 LH 직원 A씨를 포함한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경찰이 LH 직원의 신병확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국수본을 중심으로 꾸려진 정부합동 특별조사본부(특수본)가 LH 직원 투기 의혹의 실체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의 첫 구속영장 신청 대상인 A씨는 LH 전북본부 직원이지만 민변,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투기 의혹에 연류된 인물은 아니다. 이들 단체가 고발한 전현직 LH직원들은 2월 3기 신도시 조성예정지로 발표된 시흥 과림동 일대 토지를 2018년 1월부터 매입했다.

경찰은 시민단체들의 고발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다 A씨 등이 그보다 빠른 2017년 3월부터 광명 노온사동 일대 토지 22필지를 취득한 정황을 포착했다. 전체 조사 대상은 총 36명이다.

경찰은 A씨가 노온사동 일대 투기 의혹의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투기를 시작한 2017년 당시 해당 지역 신도시 개발 업무를 맡고 있었던 그가 광명·시흥 지구의 개발 정보를 가족과 지인 36명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를 시작으로 노온사동 일대 투기 의혹 수사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수사 대상 36명 중에는 LH 직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친구인 B씨에 대해서도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동안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전·현직 직원 일부도 A씨로부터 정보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업무 관련성으로 보면 A씨가 LH 직원 땅 투기의 핵심 관계자"라며 "광명 일대 부동산 투기가 A씨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투기 수사의 핵심인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최근 5년간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고발, 수사의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투기 의심자를 특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흐름 등 투기 실체도 상당 부분 확인했다"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는다는 자세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 수사하고 부당이득은 반드시 환수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LH 전북본부 직원 C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과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이 직원은 완주 삼봉지구 개발계획 업무를 맡으면서 아내 명의로 주변 땅 3곳을 사들였다.

특수본은 이와 별도로 처음 시민단체들이 의혹을 제기했던 과림동 일대 투기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의해 처음 고발된 LH 전·현직 직원 15명 외에도 13명을 추가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경찰은 '강 사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출석조사를 마친 상태라 일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승렬 국수본 수사국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경기남부청에서 광명과 시흥 의혹으로 총 64명을 수사 중"이라며 "그중 일부의 신병처리와 관련해 검찰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잇따라 제기된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는 작업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국수본이 내사 또는 수사 중인 국회의원은 10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본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으며 3명은 가족 관련 의혹이 제기됐다. 2명은 투기 범죄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5명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모두 끝마친 상태다. 자료 검토를 거쳐 필요한 경우 당사자를 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전현직 고위공무원 2명도 내사 또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중 한명인 전 행복청장 D씨와 관련해서는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현재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을 분석 중이다. 이르면 내주 D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수본 수사 대상은 152건·639명으로 늘어났다. 수사 대상자를 신분별로 구분하면 △고위공직자 2명 △지방자치단체장 8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30명 △국가공무원 21명 △지방공무원 75명 △LH 직원 37명 등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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