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바이든, 서민주거보호 대책에 전력투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 85%에게 1인당 1400달러씩 현금을 제공하는 3차 직접 지원을 거의 마무리한 가운데 서민주거보호 대책에도 주력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의 서민주거보호 대책은 △임차료가 밀린 세입자 가구에 대한 강제퇴거 중지령(에빅션 모라토리엄) 추가 연장 △500억달러 규모의 밀린 렌트비 탕감 △2022년까지 주택 모기지 상환금이 밀려 있는 주택소유자에 대한 주택차압(포클로저) 금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주거비가 저렴한 공공주택 200만호 확충 계획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렌트비 밀린 가구 강제퇴거 방지
미국에서 타인의 개인주택이나 아파트에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세입자는 4300만가구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월세를 밀린 세입자들만 해도 900만~1000만 가구, 이들이 연체한 월세는 현재까지 7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월세를 석달치 내지 못하면 집주인이나 아파트 회사들이 강제퇴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를 ‘에빅션’(Eviction)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자 정부와 지자체는 우선 강제퇴거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에빅션 모라토리엄으로 부르는 강제퇴거 중지령은 각 지역 정부별로 시행하기도 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보통 3개월씩 기간을 정해가며 실시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3월 31일 만료 예정인 연방정부 차원의 에빅션 모라토리엄을 6월 30일까지로 3개월 추가 연장했다. 연방차원의 강제퇴거 중지령으로 월세가 밀려 있거나 밀릴 가능성이 있는 전체 세입자 4300만가구가 6월 말까지는 강제퇴거라는 최악의 사태만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4300만가구의 세입자 가운데 5가구당 1가구꼴로 월세를 연체한 셈이지만 연방차원의 강제퇴거 중지령을 이용하려는 세입자들은 연소득이 개인 9만9000달러, 부부 19만8000 달러 이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월세를 납부하려고 애써왔다는 점, 강제퇴거시 노숙인(홈리스)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는 점 등을 진술해야 한다.
밀린 월세 탕감 조치도 시행중
미국 연방정부는 강제퇴거 중지령뿐 아니라 주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월세 보조, 즉 밀린 월세를 탕감해주는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전임 트럼프행정부 시절 승인됐던 2020년 12월의 2차 코로나 구호조치와 올 3월 바이든 미국구조법안에 따라 각 250억달러씩 모두 500억달러가 월세 보조비로 배정됐다.
연방정부가 각 주정부와 지자체별로 500억달러를 내려보내면 지자체가 세입자들이 내지 못한 월세 12개월치를 집주인이나 아파트 회사에 대납해준다. 또 향후 3개월치의 월세를 낼 수 있게 지원해준다.
단 주정부 및 지자체를 통해 집행되고 있어 실제 도움을 받기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하다. 또 월세 12개월치를 밀린 세입자는 탕감 받는 반면, 가까스로 월세부터 내고 생활고를 겪어온 세입자들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모기지 상환 못해도 내년까지 차압 없다
미 정부와 주택모기지 회사들은 자가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시행중이다. 미국에서는 내집을 마련할 때 대체로 20% 는 본인이 한꺼번에 목돈으로 내고 나머지 80%는 15년 또는 30년짜리 주택모기지를 얻어 충당한다. 주택모기지는 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회사들이 빌려주지만 거의 대부분을 연방정부 산하인 연방주택청(FHA)이나 패니메이(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이라는 기관을 통해 보증하고 있어 사실상 연방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 2월 기준 모기지 월 상환금이 밀린 주택소유자는 300만가구를 넘었다. 그중 210만가구는 90일 이상 연체했다. 또 170만 가구는 매달 내는 모기지 상환금을 지불유예 받고 있다
미국에선 3개월치 모기지를 내지 못하면 모기지회사들이 차압 절차에 착수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차압을 금지하는 보호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연방정부는 모기지를 내지 못하더라도 2022년까지 주택차압을 금지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연방정부에서 주택차압 금지령을 담당하고 있는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모기지를 연체 중인 주택에 대해서도 2022년까지 차압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의 1차 초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내달 10일까지 일반시민과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수정 여부를 결정해 9월에 발효시킬 방침이다.
시점을 9월로 잡은 이유는 현재 주택모기지 지불유예를 받고 있는 170만가구의 혜택이 9월이면 모두 종료돼 대규모 차압위기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집 소유자들 모기지 상환 1년 이상 연기
미국에서 내집 소유자들은 차압 금지령 덕에 집을 빼앗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체에 앞서 매달 내는 월 상환금을 1년 이상 연기할 수 있는 조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모기지대출 회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주택소유자들에게 3개월씩 1년 동안 매달 내는 모기지 상환금을 유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납부하지 못한 상환금은 맨나중으로 미룰 수 있게 조치해주고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새 차압금지 규정이 9월에 시행발효되면 모기지 연체 주택들에 대한 차압 절차를 단순히 금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월 상환금을 낮추는 ‘모디피케이션’(모기지 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차압금지 기간 중에 월 상환금을 낮추고 상환기간을 40년까지 늘리는 조건에서 모기지 회사들이 정밀심사 없이 간단한 절차를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새 차압금지 규정은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에만 적용되고 투자성 임대주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저렴한 공공주택 200만호 공급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올 여름부터 저렴한 공공주택 200만호 공급에 나설 계획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공공주택은 저소득층뿐 아니라 한인 노년층이 많이 선호한다. 그러나 적체가 심해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적체 수준을 일단 절반으로 감축할 방침이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바이든 대통령은 2130억달러의 세제혜택을 제공해 미 전역의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200만호 추가 공급하는 계획을 곧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첫째, 바이든 공공주택 확충 플랜에 따르면 400억달러를 내셔널하우징트러스트펀드에 무상출연하게 된다. 내셔널하우징트러스트펀드는 현재 각 주와 지자체의 공공주택 신축이나 개보수를 무상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펀드의 자금지원을 받아 공공주택을 확충하려는 프로젝트는 700억달러 규모가 적체돼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든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받아 400억달러를 추가로 주택펀드에 무상지원하게 되면 적체돼 있는 700억달러 규모의 공공주택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이 다시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바이든 플랜은 200억달러의 세금 감면을 배정해 공공주택 50만호를 새로 짓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각 주정부나 지자체, 건설사들이 공공주택을 신축·확충할 경우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저소득층과 노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새로 증설할 수 있도록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셋째, 지역정부가 공공주택을 확충하기 위해 ‘조닝’(주거 상가 주상복합 등 용도지역지구제) 제한을 폐지할 경우 무상보상하는 조닝그랜트 프로그램을 제시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서 엄격한 조닝 제한을 폐지하는 데 반대의 목소리가 나올 소지는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8년간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사회인프라 일자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공주택 확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이를 확정해 올 여름 연방의회에서 승인을 받기 위한 입법 캠페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