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영훈 도시유전 대표

"친환경적으로 플라스틱에서 석유 캐낸다"

2021-04-19 11:24:14 게재

파동에너지 분해 기술

유해물질 발생 최소화

"최근 플라스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폐비닐 등도 훌륭한 자원이죠. 석유계 플라스틱의 경우 열분해를 통해 다시 석유(재생유)로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15일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만난 정영훈 도시유전 대표의 말이다. 도시유전은 자체 개발한 세라믹볼에서 발생하는 파동에너지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재생유로 되돌리는 'R.G.O(Regenerated Green Oil)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400℃ 이상 고열을 가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 대표는 "자체 개발한 세라믹볼에 300℃를 넘기지 않는 열을 가해 발생하는 파동 에너지가 플라스틱 제조과정에서 결합된 탄소분자 고리를 끊어내어 원래 모습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강점"이라며 "열이 아닌 파장을 이용해 분해 처리하기 때문에 전체 처리 과정에서 유해물질이나 냄새, 연기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고 내세웠다. 도시유전은 2015년 '가연성 폐기물의 저온분해 승화장치 특허출원'을 했다. 한국중부발전 등이 주요 거래처다. 스위스 주그지역에 본사를 둔 환경사업 기업인 'iQ International AG'로부터 투자의향서를 받기도 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으로부터 10만파운드를 지원받아 별도 연구소도 설립했다.
사진 이의종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의 경우 해외에서 더 적극적이에요. 저희만 해도 영국은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 공동연구 및 공동사업을 제안 받았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찬밥 신세였어요. 1980년대 최소 400℃ 이상 고온을 가해 쓰레기를 태워서 처리하는 열분해 유화 기술이 개발된 적 있죠.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정부 역시 과거 경험 때문에 불신을 했던 것 같아요."

도시유전은 사실 연구소에서 출발한 회사다. 관련 연구를 하다가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것. 신기술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통용기계공정유한공사는 중국 내 폐비닐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촉을 해왔다. 수년간의 협의 끝에 최근 중국의 칭화홀딩스와 도시유전 간 3자 화상회의를 통해 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뒤늦게 국내에서도 해당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한국중부발전 한국환경공단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도시유전 등이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쓰레기 대란 해결을 위한 '폐자원 재생유 고도화 및 활용을 위한 비대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 용인시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문의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 에머슨이 '공포는 항상 무지에서 나온다'는 말을 한 것처럼, 이 공포를 넘어서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어요. 신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우수한 신기술을 오히려 해외에서 먼저 인정해주는 현실이 애석할 뿐입니다. 다행히 도시유전의 경우 지난한 기간을 어렵게 잘 버텨서 해외에서 인정을 받게 됐어요. 하지만 다른 중소업체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기술은 우리 정부가 먼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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