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수외국어를 통한 포용과 성장

2021-04-22 12:30:15 게재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
국립국제교육원을 소개할 때마다 각주를 달듯 설명이 필요한 사업이 있다.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이 그것이다.

특수외국어교육이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외국어교육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부터, 어떤 ‘외국어’가 ‘특수’할 수 있는지까지 반응이 다양하다. 베트남어나 아랍어 같이 주변에서 제2외국어로 쉽게 접하지 못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탄생한 ‘특수외국어’는 법에서 ‘국가 발전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필요한 외국어’로 정의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 위상 변화 걸맞는 교육 필요

해외 특수외국어 관련 대표적인 기관으로 미국의 국방부 언어교육원(DLIFLC)이 있다. 2019년 당시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학부과정 총 8개 학과에서 16개 언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어는 아랍어와 중국어 다음으로 규모가 커서 연간 25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었다.

일본은 국립 동경외국어대학에 14개 지역, 28개 언어를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고 있고,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외국어 교육기관인 국립 이날코대(INALCO)가 18개 학부에서 131개 언어를 가르친다.

해외와 달리 우리는 국가 차원의 특수외국어 교육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2017년, 전문성과 여건을 갖춘 대학을 전문교육기관으로 지원하는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이 시작됐다. 5년이 지난 지금 사업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먼저 한국의 위상이 변화하면서 정치·경제 분야 외에도 ‘K-한류’를 세계 곳곳에 알리는 전문인력 양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문학 번역뿐만 아니라 웹툰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알릴 수 있는 인재양성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 등의 증가로 다양한 언어를 배경으로 하는 공동체 구성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입국 초기 적응을 지원하고 언어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특수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외국어를 접하도록 하는 것은 문화와 정서를 소통하며 국제적 이해와 교류를 넓히는 데 좋은 토대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간 언어 교류·협력은 외교적으로 훌륭한 의제가 된다. 한국어를 배우는 국민들이 늘고 있는 나라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급상승한다. 서로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국가 외교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더 설명이 필요할까?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 사업

최근 사업 성과로 나타나는 현장의 변화는 또 다른 이정표가 된다. 심각한 지방대 위기 속에서도 부산외대에서 사업 지원을 받았던 특수외국어 전공 학생들이 태국 예멘 등 현지 기업이나 대사관 등에 취업했다는 소식은 외국어교육의 다변화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외대는 국제적으로 큰 우려를 낳고 있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해 29개 언어로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번역한 29개 언어의 성명서는 국제적 연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전략적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언어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사회를 위한 촘촘한 지원의 토대가 되며, 국제 사회의 교류와 협력 확대를 이끄는 특수외국어교육 진흥사업은 단순한 외국어교육이 아니다. 바로 포용과 성장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