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제 개편방안 토론회│노동의 디지털화, 기후위기와 일자리 충격
"K자 일자리 양극화 심화, '사회연대세' 도입해야"
정세은 교수, 개인(중상위)·법인에 한시적 증세 … 디지털·플랫폼세 강화, 데이터세 시기상조
코로나19로 K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변화와 기후위기 대응이 추가되면서 디지털화 에너지전환 등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디지털세 로봇세 탄소세 등 미래세를 거둬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내일신문과 한국노총은 공동으로 9일 서울 종로 내일신문사옥에서 '코로나시대 일자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바람직한 세제개혁 방안과 노조의 역할'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기조 발제를 한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전염병이 사그라지더라도 일자리 양극화 문제는 심화될 것"이라며 "K자 경제침체,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 등으로 인한 일자리 충격에 대한 단기적 조세 개편 방안으로 중상위 소득의 개인과 법인에 대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증세하는 '사회연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술변화는 숙련편향, 반복노동 대체적 기술발전, 특히 빠르게 진행된 우리나라의 로봇화가 코로나19 위기로 대면노동이 축소되고 비대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 양극화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으로 탄소과다 및 에너지과다 산업의 구조조정까지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자 일자리 양극화는 코로나 이전인 1990년 외환위기부터 진행되고 있었다. 기술변화, 세계화, 노동시장 규제 완화 등 3가지 요인으로 일자리 간 칸막이, 좋은 일자리 축소 등이 전개돼왔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에는 새로운 세금을 걷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본소득 개념의 바탕은 일자리와 소득이 없으면 소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기 토지 지식 빅데이터 등은 공유물이며 거기서 나온 소득은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된 부는 빅데이터 형성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분배돼야 하는데,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것을 모두가 나눠 갖는 것이 맞는다는 논리다.
◆구글 등 국내에서 과세권 없어 =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다국적 디지털기업들은 본사를 국제적 조세피난처에 두고 막대한 이윤을 올리지만 어느 나라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사업장이 실제 소득의 발생국가에 설치되지 않으면 그 국가는 과세권을 갖지 못한다. 프랑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들 다국적기업에 '디지털 서비스세'(DST)로 2~3%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도 이들 IT기업계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 교수는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대 다국적기업의 수익에 대해 해당 수익이 발행한 나라에서 각각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OECD는 올해 중반까지 다국적 IT기업의 과세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경우 구글 플레이를 통해 한국에서 2016년에만 4조46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액의 30%를 수익으로 계산해도 1조3400억원을 챙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구글은 유튜브를 통해 국내에서 40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액을 올렸다. 모두 1조7000여억원의 수익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16년에 구글이 낸 법인세는 200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매출 수준이 비슷한 네이버(지난해 기준 4조7000억원)는 법인세로 4231억원을 냈다. 미국이 제안한대로 디지털세가 결정된다면 5000여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플랫폼세, 기업 매출·소득 기준 = 플랫폼 경제가 커지면서 불안정한 노동이 공고화되고 있다.
정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거래되는 고용의 노동조건 개선 책임을 지우는 차원에서 플랫폼세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고용주 지위를 갖게 하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협상을 받아들이게 하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플랫폼세 도입까지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랫폼세는 기업의 매출 또는 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걷는 것이다. 데이터세는 개인이나 공공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제시됐다.
하지만 정 교수는 데이터세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는 "우선은 바람직한 빅데이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면서 "어느 정도까지 개방해야 하는지, 개인정보 이용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그 위에서 생태계가 조성되면 본격적으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투자세액 공제 혜택 줄이거나 없애야 = 우리나라는 제조업 고용비중이 20% 정도로 OECD 국가들에 비해 높고 제조업 로봇화 비율도 매우 높다. 로봇 도입은 우리 기업들의 제조업 경쟁력과 일정 일자리도 유지하게 해준다. 하지만 일자리의 양과 질에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로봇세도 거론된다. 이를 통해 로봇이나 자동화 공정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로봇을 어떻게 정의하고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가 문제다. 로봇의 핵심은 자동화인데 자동화 기계설비에 일률적으로 로봇세를 도입하면 고용을 창출하는 기계설비 도입도 억제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로봇세 도입보다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투자가 이뤄지면 자동적으로 고용이 늘었지만 지금은 투자가 고용증대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 대안으로 "자동화 효과를 국민 전체가 누리기 위해서 그 이익을 크게 볼 기업들에게 법인세 부담을 늘리는 대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게 혜택을, 고용을 감소시키는 기업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설계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전자에 대해서는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생각해볼 수 있고, 후자와는 인건비를 절약해서 발생한 이윤에 고용보험기여금 등 추가적 세부담을 시키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탄소배당 = 정부는 2050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위해 탄소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탄소국경세'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탄소세를 도입해 산업 전반에서 탈탄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구조조정, 지역경제 침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또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게 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가 있다.
현재의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탄소세로 전환하려면 우선 탄소 배출량에 비례하도록 휘발유 경유 유연탄의 세율을 조정해야 한다. 한편 이 3개 에너지원 사이의 세부담을 맞추는 것과 동시에 탄소 배출량 세부담을 어느 정도 올릴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때 사용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탄소배당'이다. 스위스 사례를 보면 탄소배당을 지급함으로써 탄소세에 대한 저항을 누그러뜨리고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었다. 선진국처럼 배출권 무상할당량을 좀 많이 주던가, 탄소세 부과 후에 세부담 증가에 대한 적응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노동계, 세제·재정에도 관심을 높여야 = 이날 토론회는 지정토론자 3인의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은 자유토론에서 "미국이 유럽과 우리나라를 떼어놓기 위해 삼성전자 등에도 디지털세를 과세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유럽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 입장 사이에서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우리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노동계가 최저임금 등 전통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민생관련 세제나 재정에도 관심을 높여야 한다"면서 "노동계의 주장이 현실성과 수용성을 고려하고 노동에 도움이 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정훈 서울감정노동센터 소장은 "1953년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이 2021에도 그 뼈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면서 "새로운 노동환경에 맞게 기준과 규제·보호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독일은 기술발전에 '노동4.0'으로 대응해 제조업을 숙련노동 중심으로 생산성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가 독일 모델을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인정해야 한다. 노조의 교섭력을 키워 노동시장 균형을 추구하고 공동결정제도와 산업민주주의를 강화한 뒤에 기술발전으로 인한 탈경계화에 부합하는 유연성과 권리, 노동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을 제안한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 특위위원장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가장 먼저 검토하고 있는 분야가 철강업"이라며 "철강 부문 논의가 탄소세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지렛대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탄소세는 탄소 배출이 줄어들면 세금도 줄어들어 결국 탄소중립과 맞물리면서 사라질 것"이라면서 "탄소세 도입으로 단순화하기보다 사회적으로 치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코로나19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데 잘나가는 대기업, 플랫폼 기업은 배당금·성과급 잔치를 했다"면서 "초과이익공유제는 이런 문제를 자발적으로 맡겨둬서는 안되겠다는 고민에서 제시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정부가 2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내년까지 중소기업에 스마트팩토리 3만개를 보급하려고 한다"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일자리가 늘었다고 했지만 안산·시화산업단지의 경우 35세 미만 청년 노동자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정부가 국비를 지원해서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사람중심의 고용친화적긴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자리 충격에 대응하는 재원을 마련하고 자산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조세개편 방안으로 "자산 관련 불로소득 과제를 강화하고 부유세 도입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소득·임대소득·퇴직연금 등을 종합과세화 등 종합과세 원칙을 세워 공평 소득과세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서울감정노동센터 소장] 미래세제 활용·분배, 노조 주체로
새로운 조세제도에 대한 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향후 우리 사회가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디지털세의 경우 영국은 2020년 4월부터 시행하고 있고 프랑스는 2019년 7월 상원에서 법이 통과됐다. OECD는 2020년 1월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기본취지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용자 구분 모호성(이중과세), 온라인 서비스 개념구분 모호성, 세금부담 제3자 전가(구매자 추가비용)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디지털세 논의에서 핵심 당사자는 미국이다. 미국과 유럽국가들 사이의 논쟁 흐름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로봇세에 대해 영국은 낮은 자동화 수준이라 산업 발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프랑스 노동단체들은 자동화로 인해 파업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로봇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ECD와 EU에서는 로봇이 생산성 향상 수단이냐, 하나의 노동주체냐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탄소세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논의됐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 도입한 국가들이 많다. 그러나 배출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조세 저항이 발생하고 있다. 호주는 2012년 도입됐지만 2014년에 폐지했다. 호주의 광산 에너지 유통 기업에 큰 부담이 생겼고 결국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노조가 미래세제를 통해 마련된 세금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위 위원장] "탄소세 도입 위한 사회적논의 필요"
2018년 프랑스 유류세와 자동차세 인상에 반대한 '노란조끼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일방적인 세금인상에 국민적 저항이 생긴 것이다. 이는 탄소세를 탄소배당까지 포함한 논의로 이끄는 기폭제가 됐다.
탄소세 도입 원칙은 우선 '탄소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재원 확보다. 탄소세는 화석연료에 직접 과세함으로써 탄소가격을 조정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것이다.
탄소제는 '소득 역진성'을 가진다. 저소득층의 경우 각종 설비를 바꿀 여력이 없어 석탄이나 석유 의존도가 높다. 탄소세는 '탄소배당'의 형태를 통해 세입의 절반 이상을 저소득층과 에너지전환이 필요한 계층에 집중지원해야 한다.
둘째로 화석연료 전체에 탄소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산업용 석탄, 국내산 석탄에 대해서는 면세정책을 유지하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
수송용과 발전용에 한정된 기존 에너지세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셋째로, 기존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과 탄소세 전환은 조세 저항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탄소배당'을 통한 에너지전환 방식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넷째로 전력이나 핵연료 전반에 대한 에너지세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화물 유가보조금, 농어업용 면세유 등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등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코로나 초과이익공유세 한시 도입"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K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기업, IT 대기업, 비대면 산업은 재난특수를 누리며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정규직·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관광 등 대면서비스업종은 생존권 위협에 놓였다.
이에 위기극복을 위한 사회연대 차원에서 '초과이익공유세'를 재난시기에 한시적인 도입을 제안한다. 늘어난 세원을 활용해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소득수준이 낮은 분위(1분위)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장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재벌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에 몰두해 아파트 값 급등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
한편 9년 만에 통합투자세액공제가 도입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재벌대기업들은 세금감면 혜택을 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는 2조4623억원으로 2019년보다 8조원 이상 감면을 받았다.
기업의 세금감면은 설비 및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보다 더 많이 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여 동종업종 평균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 정부의 고용증대세제, 통합투자세액공제제도 등 재벌대기업의 감세정책 결과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