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적폐수사·태극기 놓고 야권 '동상이몽'
2021-04-30 11:21:54 게재
서병수 "탄핵 잘못됐다 믿어" … 권성동 "단 1명도 동조 안해"
김용판 '윤석열 사과' 요구에, 정진석 "자잘한 감정 씻어내야"
황교안 복귀에 나경원 "천천히 계시는게" 윤상현 "도움될 것"
논란의 시발점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평가였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해말 대국민사과까지 한 사안이지만, 당내 최다선인 서병수 의원이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탄핵 당시 소추위원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은 29일 "탄핵을 부정하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줄 경우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단 1명도 (탄핵 부정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서 의원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김용판 의원의 '윤석열 저격'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김 의원은 28일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대선주자로 나서기 전에) 고해성사의 과정을 먼저 거쳐라"며 '잘못된 적폐수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수사를 지휘했던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당내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해석됐다.
윤 전 총장의 친구를 자처하는 정진석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 윤석열은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것일 뿐"이라며 "검사 윤석열에게 수사했던 사건들에 대해 일일이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좁쌀에 뒤웅박을 파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정권교체라는 큰 강물에 자잘한 감정은 씻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영세 의원도 "사심없이 객관적으로 수사했다는 것을 밝히고 행동으로 보이면 되지, 반성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당내 공세에 방어막을 쳐준 것이다.
강경보수로 꼽히는 황교안 전 대표의 복귀를 놓고도 찬반이 엇갈렸다. 태극기세력과 가까웠던 황 전 대표가 내년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최근 정계에 복귀하자, 같은 시기 원내대표를 지냈던 나경원 전 의원은 29일 "지금은 천천히 계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황 전 대표의 복귀를 완곡하게 반대한 것. 나 전 의원은 "사실 제가 당시 원내대표 임기가 (21대 총선까지) 6개월 당연히 연장되는 줄 알았는데, 2019년 12월에 갑자기 그만두게 되지 않았나"며 "결국 황 전 대표 측에서는 황 전 대표식 정치나 투쟁이 저와 맞지 않고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원내대표를 그만두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의 복귀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뺄샘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덧셈은 비단 중도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전통 보수층도 당연히 덧셈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황 전 대표가 비록 패장이지만, 그 분의 경륜은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고 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전 대표 시절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던 윤 의원이 황 전 대표의 복귀를 지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탄핵과 적폐수사, 태극기를 둘러싼 당내 혼란은 향후 야권재편 과정에서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의 거취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탄핵을 반대하고 적폐수사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윤 전 총장의 무혈입성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탄핵에 찬성하는 세력은 윤 전 총장과의 연대에 적극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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