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 생태계의 지속성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위기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지만 작년 이맘때쯤에는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아주 긴 시간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수가 비관에 빠져 있을 때에도 많은 기업인들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들은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면 기회를 잃어버리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혁신은 중요한 과제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4차산업혁명,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탄소중립 산업전환 등과 같은 거시경제의 구조변화 가운데서 앞으로 사업과 기술을 어떻게 혁신해 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혁신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혁신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다. 월터 아이작슨은 ‘이노베이터’라는 저서에서 디지털 혁명은 해커들과 천재들, 그리고 괴짜들간 협업에 의해 창출된다고 주장했다. 혁신이 소수의 천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4차산업혁명 기술을 보더라도 이것이 뛰어난 능력을 가진 소수의 천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는 않다. 혁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개별제도나 사업이 잘 작동하는지보다 혁신환경이 제대로 디자인돼 있는지 총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혁신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혁신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간 균형이 잘 잡혀 있는 것이 중요하다. 테라리움은 물 이끼 토양 미생물 등으로 구성된 작은 정원을 담고 있는 유리병이다. 테라리움을 보틀가든(bottle garden)이라고도 한다. 테라리움이 수족관과 다른 것은 유리병이 밀봉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부로부터 햇빛을 공급받는 것 외에는 수분조차 차단된 채 오로지 유리병 안 자체 순환작용을 통해 스스로 생존을 이어간다. 어떤 테라리움은 밀봉된 채로 40년간이나 생존이 지속된 것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지속가능한 테라리움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물 이끼 토양 등 구성요소들 간 적절한 배합뿐만 아니라 순환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배치도 중요하다.
혁신 생태계도 원활한 순환정책이 중요
혁신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각각의 구성요소를 업그레이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체적인 측면에서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을 저해하는 문제점들을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 추진을 저해하는 시장구조나, 원활한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 시장의 필요에 맞게 적절히 설계되고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 사업재편과 창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시장에서 거래당사자간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금융관행이나 법·제도들도 바꿔야 한다. 특히 세컨더리펀드 지분유동화펀드 등을 통한 중간회수시장 활성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정책금융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4차산업혁명과 탄소중립 시대로의 산업전환은 필요자금 규모가 매우 커서 민간금융만으로 조달이 힘들다. 정책금융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책금융 규모나 대상이 민간의 자발적인 혁신 노력을 지원하는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