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너도나도 … "배가 산으로 갈라"

2021-05-10 10:59:07 게재

부산 대구 수원 용인 등 삼성 인연 내세워 유치전

미술계에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의 일부를 전시할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미술계가 먼저 삼성가의 미술품 국가기증 이후 '국립 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전시작품과 건립 장소를 거론하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주비위는 근대미술품 1000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미술품 2000여점을 전시할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시 송현동 문화공원 부지와 정부서울청사를 미술관 건립장소로 꼽았다.

미술계의 근대미술관 건립주장이 나오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섰다.

부산시가 가장 빨랐고 대구시 등 광역 지자체는 물론 경기 수원·용인, 경남 진주 등 기초지자체들도 삼성가와의 각종 인연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려 유치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문화의 서울 집중도가 극심한 상황에서 또 서울이라니요? 수도권에는 삼성의 리움미술관도 있고 호암미술관도 있다"며 "문화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하고 고인의 고향도 이곳(부산)"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6일 삼성그룹과의 인연을 내세워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활동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1920년대 전후부터 서울-평양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했고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중구 인교동)인데다 1938년 삼성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재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문화역량의 지역배분을 위해서라도 근대미술의 발상지인 대구가 이건희미술관의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7일 실무협의회를 열어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대구유치추진위 구성 및 추진전략을 논의했다. 이밖에 광주시, 인천시, 대전시, 세종시 등도 유치에 관심을 보이며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수원시(고 이건희 묘소와 삼성전자 본사 위치), 용인시(호암미술관 위치), 의령군(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 진주시(고 이병철 회장이 공부한 초등학교 위치) 등이 삼성그룹과 고 이건희 회장과의 각종 인연을 내세워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바라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내부 회의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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