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지구촌 누구나 오세요” 미국 백신관광 돌입

2021-05-11 12:42:56 게재

넉넉한 백신으로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사는 미국이 전국민 백신접종에 이어 외국인들을 유치하려는 백신관광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시와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댈러스 등 미국내 대도시들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무료백신을 접종시켜주는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백신관광

뉴욕시는 9일(현지시간)부터 타임스스퀘어와 센트럴파크, 선셋파크, 브루클린다리 등 유명 관광지에 백신버스 등 이동접종소를 설치하고 이곳을 찾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백신버스는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다.

멀리서 오는 방문객들을 고려해 한번만 맞아도 되는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주로 접종하고 있다. 뉴욕주는 뉴욕시가 모든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백신접종 자격에서 거주민 조건을 없애는 개정을 승인하고 주 전체로 백신관광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등지에서는 미국 주요도시를 찾는 백신관광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최대 수만명 규모의 외국인 백신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특히 지리상으로 아시아와 가깝고 이민자들이 많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외국 방문객들이 대거 백신관광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태국의 한 여행사는 1인당 2400달러와 항공료를 받고 10일 동안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며 관광과 쇼핑, 무료 백신접종을 하는 관광상품을 판매해 200명의 예약자를 받았다.

뉴욕에 앞서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에서는 이웃 멕시코인들을 상대로 대규모 백신관광을 유치하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과 댈러스 등에는 수만명의 멕시코인들이 방문해 약국 체인점 등에서 무료로 백신을 맞고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미국으로 출발한 멕시코인들은 4월 20만7000명으로 3월 17만7000명, 2월 9만5000명 대비 매달 급증하고 있다. 4월 한달 동안 휴스턴은 4만1000명, 댈러스는 2만6000명의 멕시코인들을 유치했다. 멕시코 관광회사들은 ‘무료백신을 포함해 댈러스를 즐기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백신관광객들을 모집하고 있다. 멕시코 항공사는 휴스턴과 댈러스행 항공기 운항을 크게 늘렸다.

노스다코다주가 이웃나라 캐나다의 트럭운전사 6000명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등 캐나다 접경지역의 북부 각주들은 캐나다인들을 단체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미국의 대도시들이 타 지역 거주민과 외국인을 상대로 백신관광을 적극 유치하고 있는 것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도래할 전면개방, 일상복귀에 맞춰 관광업과 관련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6월 15일이면 성인의 70%가 한번 이상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날을 전후로 모든 제한조치를 해제하고 전면개방하면서 일상으로 복귀를 시작할 방침이다. 백신접종률이 높은 동부와 서부 지역 주들은 5월 하순부터 사실상 전면개방에 들어간다. 나머지 지역들은 늦어도 6월 15일엔 제한조치 해제를 계획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코로나로부터의 독립’ ‘일상복귀의 시작’을 선언할 방침이다. 주요 주들은 그보다 앞당겨 정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뉴욕시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한해 666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으나 올해는 364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조속히 복원할 방침이다.

전면개방 맞춰 관광·유관업계 경제살리기

미국은 신속한 백신접종으로 코로나 탈출에 성공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관광업부터 되살려 경제회복에 속도를 내려 한다. 미국은 백신관광 활성화에 앞서 자국으로 오는 국제선 항공이용객에게 적용해온 코로나19 음성판정 증명요건을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7일 자가진단을 통해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은 이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미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지난 1월 26일부터 미국에 입국하려는 국제선 승객이 출발 3일 이전에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탑승 전 의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다만 CDC는 국제선 탑승자가 자가진단을 하더라도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진단키트를 이용한 경우에만 인정하기로 했다. 또 검사는 키트 제조사와 연계된 원격의료 서비스를 통해 진행돼야 하고, 원격의료 제공자는 검사받은 이의 신원과 검사결과를 확인해 CDC 요건에 맞는 증명서를 발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미국항공운송협회는 “국제여행 절차를 손쉽게 하는 고무적 조처”라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들어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을 꺼리는 주민들이 상당수에 달해 일부 주에선 연방정부가 배정한 백신을 전량 주문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행정부의 전국민 백신접종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 성인들 중 향후 백신접종 의사가 있는 비율은 9%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둔화되면서 일부 주와 도시들이 무료 맥주와 현금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CDC, ‘부스터샷’ 필요성 검토중

이런 가운데 CDC는 계절성 백신 ‘부스터샷’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부스터샷은 백신의 면역효과를 강화하거나 효력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로 맞는 백신주사를 말한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 할리우드 여배우 제니퍼 가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면서 최악에 대비하고 싶다”며 “백신의 면역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하는지와 함께 미국에 이미 들어온 특정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겨냥한 부스터샷이 필요할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은 “우리는 부스터샷이 필요할지, 그리고 그게 6개월일지, 또는 1년일지 2년일지 알기 위해 부스터샷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르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그에 대해 준비가 돼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내놓기 위한 절차를 이미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월렌스키 국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은 독감백신과 똑같은 방식으로 부스터샷을 하게 되리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계절마다 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지만 그래야 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지난 6일 내놓은 예측 모델에서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새 백신접종 목표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백신 거부와 변이 코로나바이러스로 겨울철 대확산이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예측 모델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0%에게 최소한 한 차례 코로나19 백신을 맞히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5월 말까지 달성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론 한 달 이상 조기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델은 또 9월까지는 성인 인구의 약 88%인 1억8500만명이 백신을 맞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그 이후로는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저항에 직면하면서 백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