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투자기업 400~500개로 늘릴 것"
인수합병보다 유망기업 무리(群) 형성 주력 … "60대 가기 전에 후계체제 고심"
소프트뱅크 작년 50조 순익
일본기업 역대 최대규모 실적
손정의 회장이 13일 일본의 유력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경영방침과 향후 투자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손 회장은 우선 올해 최대 500개 기업까지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해 224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했는데 앞으로 400개, 500개사로 늘려 나갈 것"이라며 "유망한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적극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인터뷰에서 투자와 관련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투자를 준비하고 집행할 단계에서는 투자대상 기업의 95% 정도가 적자인 데다 적자규모도 늘어나는 상태였다"면서 "그런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발을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그러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20~30% 주가 변동이 있는 것은 일상적이다. 매 분기마다 1조엔 정도의 손익이 왔다 갔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상장주식이 될만한 기업을 계속 늘려 나가는 것인데 10년, 20년 단위로 장기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손 회장은 또 "SBG가 최근 수년간 투자회사로 변한 것이 맞다"면서 "기업의 매출이 1000억엔, 2000억엔을 넘어서면 경영자는 투자회사로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성장할 수 있는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가려내면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지론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손 회장이 내건 경영전략은 이른바 '군(群)전략'으로 불린다. '정보혁명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무리(群)를 만드는 것'이 투자의 목적이라는 의미이다. 그는 "투자기업의 경영진과 함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 전략을 함께 논의하면서, 같은 기업가로서 함께 고민하는 집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보통의 투자회사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단언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도 폭 넓은 투자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투자를 통해서 기업가집단(群)을 형성하는 데 자금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업을 매수(인수합병)하는 것보다 (자사의 비전펀드)투자를 통한 이른바 '군(群)전략'을 확장해 나간다는 의도다. 그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단순한 매수는 집단을 통한 군전략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후계자 발굴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올바른 후계자상과 관련해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 없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63세인 손 회장은 평소 60대에 후계체제를 물려 주겠다는 말을 해왔다. 그는 "앞으로 10년간은 같이 달려가면서 후계자 후보를 좁혀나갈 계획"이라면서 "경영에 대한 의욕이 쇠퇴하지 않는다면, 70세, 80세까지 어떤 형태로든 경영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은 12일 발표한 실적발표에서 순이익 4조9879억엔(51조3750억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SBG의 실적과 관련 "일본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규모의 순익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애플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에 이은 세번째 규모의 순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이동통신 등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지분투자를 통한 이익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투자한 기업의 주가 등에 의해서 실적이 극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전년도 실적에서 역대 최대인 9615억엔(9조904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