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터뷰 - 안찬수 60+책의해추진단장
"책읽는 노인들 자존감 높아"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43.5%에 머문다. 60대 이상의 경우 31.5%에 그쳤다. 1주일에 1회 이상 책을 읽는 습관적 독자의 수는 더 적다. 50대는 11.1%, 60대는 10.8%에 머문다.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 '50+(신중년) 참여 독서 실현'이 명시돼 있으나 독서율을 높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독서문화생태계를 이끄는 민관은 '60+책의해추진단'을 꾸려 2021년을 '60+책의해'로 정하고 고령층의 독서진흥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펼치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추진단에는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대한출판문화협회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과사회연구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가 참여하고 있다. 안찬수 60+책의해추진단장(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를 만나 고령층 독서의 필요성과 올 한해 집중할 사업에 대해 들었다.
■왜 60+책의해인가.
2018년 '책의해'를 한 이후, 한 해만 할 것이 아니라 해마다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주제 계층 등으로 세분화해 독서문화생태계를 북돋울 수 있는 내용으로 '책의해'를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에 지난해 '청소년책의해'를 진행했고 올해 '60+책의해'를 진행한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각 지역별로 보면 이미 초고령사회인 지역이 상당수다. 특히 한국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가정과 학교에서 독서 교육을 하지만 이후에는 독서율이 추락한다. 정부 민간에서는 주로 자라나는 세대를 대상으로 독서 캠페인을 벌였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독서문화진흥의 역사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독서 캠페인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때문에 '60+책의해'는 일종의 역사적 반성이다.
■고령층이 책을 읽는, 혹은 읽지 않는 행태는 구체적으로 어떠한가.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이 50% 정도다. 책을 읽는 사람은 더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더 읽지 않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책이 아니라 유튜브 등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
이는 고령층의 경우 더욱 심하다. 고령층은 10명 중 3명 정도가 책을 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면 유튜브가 알려주는 알고리즘에 갇혀 사회를 보게 된다. 고령층에 책읽기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한국 고령층의 특징을 바탕으로 캠페인을 해야 할 텐데.
한국 고령층의 특징 중 하나는 빈곤이다. 2명 중 1명은 가난하다. 한국이 복지 체계는 만들었지만 아직 제대로 가동하기 이전에 은퇴한 세대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만큼 충분히 노인의 삶을 누린다고 보기 어렵다.
또 고령층을 힘들게 하는 것은 치매다. 8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한다. 가족 중 1명이 치매를 앓게 되면 온 가족이 매달리게 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책읽기를 통해 치매가 완화되는 사례가 있다. 올해 치매 치료 기관들과 연계해 책을 전달하고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다음해에도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해 나갈지 타진해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고령층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가치 보람 의미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전화로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대도시 중소도시 농·산·어촌 각 1곳씩에 대해 전화로 책을 읽어주는 사업을 해 보려고 한다. 일종의 복지 서비스로 낭독을 해 드리는 거다. 책을 잘 읽지 않더라도 어떤 계기가 있으면 책을 읽게 된다. 코로나19로 대면이 안 되는 가운데 고령층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전화로 책을 읽어드리자는 의견이 제시돼 채택한 사업이다.
그림책, 죽음에 관한 책, 건강에 관한 책 등 고령층이 원하는 책을 정기적으로 읽어드리고 낭독이 끝나면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얘기도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낭독활동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 외 사업은.
다음 세대에게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60대는 6분, 70대는 7분, 80대는 8분 동안 '내가 살아보니까 이 책이 좋았다'면서 다음 세대에 추천하는 책 영상을 찍고 싶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복지관 도서관에서 날을 정해서 고령층에게 책을 가져오게 해서 대중 앞에서 추천 책을 설명해 주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쌓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짧게 60자로 쓰는 독후감을 고령층을 대상으로 공모해 미디어월에 띄워 공유하는 사업도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작가회의가 참여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의 기억을 우리 사회에 남길 수 있도록 젊은 작가들이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의 삶을 남길 여력이 없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고 문집을 낼 수 있다. 고령층의 진솔한 삶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어린이도서관 사업을 꾸준히 해 왔다. 최근에는 청소년 도서관 건립 사업도 하고 있다. 전주시립도서관 꽃심에 마련된 트윈세대를 위한 공간 '우주로1216'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청소년들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3D펜으로 만들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도 이들이 원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아주 편안하게 책과 만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고령층을 환대해 주고 깨끗하고 쾌적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비치해 놓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고령층 독서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에 민간의 사회공헌 재원이 투자됐으면 좋겠다. 협력할 기업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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