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과 산림자원 순환의 시작, 목재생산

2021-05-25 11:00:22 게재
최창호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나무를 심는다. 자연과 인간에게 필요한 일이다. 산림경영인은 더 나아간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심은 나무를 적절히 베어내고 다시 심는다. 조림과 목재생산이 산림경영의 기본 활동이다. 다만 목재생산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강한 규제의 대상이면서 지양해야 할 부정적 행위로 간주돼 왔다.

정부는 지난 50여년간 산림녹화를 우선과제로 삼고 목재생산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한국전쟁 이후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하기 위함이었고, 그 결과 현재 한국 국토의 64% 정도인 630만㏊가 울창한 산림이다.

국내 산림의 67% 정도는 소유자가 있는 사유림인데 이러한 성과를 이룬 건 한편으로 목재생산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산림녹화가 이뤄지는 동안 나무를 베어 목재로 가공·활용하는 임산업은 지속적으로 위축돼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매년 목재를 수확하는 양이 국내 산림 축적량의 0.5%에 불과하다. 이는 OECD 주요 29개국과 비교해도 27위에 그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혹시 국민들이 목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인지 살펴보면 국산목재 자급률은 수년째 16%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확인된다. 이는 국내 목재 수요량의 84%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한 목재로 충당한다는 걸 의미한다. 목재 수요가 분명히 있고 산림자원도 풍부한데 국산목재 자급률이 낮다는 건 제도적·구조적으로 국산 목재의 수확과 활용이 제한된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국회와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산 목재를 더 많이 생산하고 활용을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산을 관리하는 산주와 임업인들이 임산업의 위축으로 겪는 어려움에 공감해서다. 그들이 일부 지나친 규제로 인해 산림의 가치를 실현할 권리가 있음에도 목재생산 행위를 제한받는 동안, 국산 목재는 수입 목재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십년 가꿔온 나무를 높은 인건비를 들여 생산할 이유를 잃게 된 지 오래다. 국내 산림 중 일부는 입목밀도가 과하게 높아 산림생태 다양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산불에도 취약해져 숲가꾸기 사업 등을 통한 적절한 목재생산도 꾸준히 요구돼 왔다.

이 가운데 목재생산은 최근 다시 한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산림의 탄소흡수 기능을 높여 탄소배출량 저감에 기여하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에 목재생산 계획이 포함됐고, 이에 대한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은 목재수확을 위해 조성된 경제림에서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30년간 적절히 베어내고 탄소흡수 능력이 높은 어린 나무를 다시 심는다는 계획이다. 반대측은 나무가 나이가 들수록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를 신뢰하기 어렵고 산림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훼손하는 목재생산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조림과 목재생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이 과정에서 목재생산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거나 축소해선 안 된다. 목재생산의 확대는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산림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산주와 임업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논의되고 공감대가 형성됐던 사안이다. 산림청의 목재생산 계획은 산림녹화를 이룬 후 풍부해진 산림자원을 활용해야 된다는 산주 및 임업인 등 각계각층의 요구와 산림 구조·정책 패러다임 변화에 기반한 것이다.

나무를 심고 베는 게 산림경영의 기본이라 했다. 목재생산에 대한 과도한 불신과 비난보다 어떻게 목재생산을 친환경적으로 추진해 자연 보호와 자원 활용의 균형을 맞출지 방법을 찾을 때, 목재생산은 산림의 끝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순환 임업의 시작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