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앞당긴 메타버스 시대

자신과 닮은 아바타로 소통하며 꿈 실현한다

2021-05-31 10:51:17 게재

기술발전 힘입어 영화 속 세상이 현실로 … 경제활동에도 영향

가상세계 속 다양한 직업 생겨나 … 사회·공공혁신 방안 검토해야

유명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2018년 선보인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2045년 암울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일한 낙은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에 접속하는 것이다. 오아시스에서는 현실의 지위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어디든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아바타를 활용해 현실에선 할 수 없는 일을 이뤄내는 것이다.

'Z세대의 싸이월드'라 불리는 제페토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는 'Z세대의 싸이월드'라 불린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처럼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페토 이용자들은 자신과 닮은 3차원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문자 음성 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한다. 이용자들끼리 모여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아이템을 판매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오아시스나 네이버의 제페토처럼 본인을 대변하는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세계와 같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싸이월드가 2차원에 머물렀다면 최근 주목받고 있는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결합시킨 3차원 가상세계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미국 SF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란 소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단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SKT는 지난 3월 '점프 버추얼 밋업' 플랫폼을 통해 순천향대 신입생 입학식을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했다. 사진 SK텔레콤 제공


◆Z세대는 메타버스에서 논다 = 메타버스(가상세계)는 인터넷이 국내외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늘 관심을 받는 분야였다. 온라인 게임이나 싸이월드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SNS 등이 메타버스 초기형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폭(플랫폼 자유도)이나 기술기반, 경제활동 측면에서 초기 서비스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과거 PC·인터넷 기반 메타버스는 평면적이고 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는 메타버스는 PC화면이라는 2차원 공간에서 화면 제약이 사라진 3차원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또 직접 만든 다양한 객체를 통해 공감각적 체험과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기술발전으로 동작인식기기 등을 이용해 오감으로 가상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는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로블록스와 제페토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레고를 닮은 게임 속 아바타를 움직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서비스다. 이용자 스스로 가상세계를 만들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2006년부터 서비스가 됐지만 Z세대들의 사랑을 받으며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세계 1억64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로블록스 이용자 가운데는 게임개발 아이템 판매로 연 1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이 60조원 규모다.

제페토는 이용자수가 2020년말 기준 2억명이다. 전체 이용자 중 80% 이상은 10대 청소년, 90% 이상이 외국인이다. 제페토에서 개최된 아이돌 블랙핑크 팬 사인회는 4000만명 넘는 이용자들이 다녀갔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지난해 빅히트 JYP YG 등 엔터테인먼트 3사로부터 170억원을 투자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메타버스 경제의 시장규모가 현재의 6배 이상인 270억달러(약 3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포스트 인터넷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어 CEO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SNS에서 업무 플랫폼으로 확장 = 메타버스는 이제 젊은 세대들이 즐기고 소통하는 공간을 넘어 직장인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앱 회사 직방은 최근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공간을 없애고 메타버스 회의 플랫폼 '개더타운'(Gathertown)에 사무실을 만들었다. 이제 직방 직원들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인터넷 공간속 사무실에 접속, 자신의 책상에 아바타를 앉히는 것으로 출근을 대신한다.

개더 외에도 '팀플로우'(Team Flow), '호핀'(HOPIN) 등도 가상 업무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호핀은 최대 10만명 동시접속이 가능하고 2020년 10월 기준 3만개가 넘는 기업과 단체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렇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MS는 3월 업무 협업 플랫폼 메시(Mesh)를 공개했고, 페이스북은 지난해 헤드업디스플레이(HMD)를 착용하면 PC 없이도 가상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는 '인피니트 오피스'(Infinite Office)를 발표했다.

정부와 기관에서도 메타버스 활용에 나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설 연휴 제페토에서 아이돌 있지(ITZY)의 아바타를 활용한 비대면 한국관광 홍보행사를 진행했다. 홍보영상 캡처.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설 연휴, 제페토에서 아이돌 있지(ITZY)의 아바타를 활용한 비대면 한국관광 홍보행사를 진행했다. 설 연휴인 2월 13~14일 이틀 동안 가상 한강공원에서 있지 아바타들과 팬미팅을 열었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제페토에 국내 최초로 스타트업 지원 공간인 '서울창업허브 월드'를 개관했다.

서울창업허브 월드에는 스타트업 64곳과 창업지원 시설을 볼 수 있는 홍보 전시관이 들어섰다. 스튜디오 콘퍼런스홀 사무실 등 시가 운영하는 다양한 창업지원 시설을 실제처럼 구현했다. 제페토 이용자는 본인 아바타로 서울창업허브 월드 내부를 둘러보고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메타버스 시대 무엇을 해야할까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최근 발행한 '메타버스 비긴즈'라는 이슈리포트에서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의 폭과 깊이가 매우 클 전망"이라며 "영향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어 감에 따라 새로운 기회 발굴을 위해 경제주체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개인은 메타버스 시대에 부상하는 새로운 직업과 '부캐' 인생에서 또다른 기회를 발굴하고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는 게임 개발자, 가상 의상 디자이너, 가상 건축가 등 다양한 직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로블록스 내에는 700만명의 창작자가 스튜디오를 활용해 전업 혹은 부업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제페토에도 이용자 6만명이 메타버스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정부에 대해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공·사회혁신 방안을 검토하고,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의 위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분야별 공공 인프라·서비스의 메타버스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정책효과를 제고하는 등 메타버스 정부 전환 방안을 모색 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국내에선 지난 18일 메타버스 관련 산업계와 협회 등을 중심으로 결성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현대차 분당서울대병원 네이버랩스 맥스트 버넥트 라온텍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KBS MBC SBS EBS MBN 카카오엔터 CJENM 롯데월드 등의 기업과 유관기관·협회가 참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얼라이언스가 제시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특히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지원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2차관은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이라며 "하나의 큰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닌 여러 기업과 주체가 함께 공존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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