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노동 플랫폼 경제 | 1.플랫폼노동의 성장과 실태

플랫폼노동자, 전체 취업자의 7.6%(179만명) 추정

2021-06-08 11:33:56 게재

ILO, 10년새 온라인기반 3배, 지역기반 10배 증가 … 고용·소득 불안정, 사회안전망 사각지대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중이다. 주식 같은 금융거래는 물론, 다양한 공산품과 서비스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온라인에서 팔지 않는 물건과 서비스가 없고, 이에 따라 거래를 위한 시간과 품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편익이 커진만큼 어두운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에 미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고용 감소도 걱정이지만 고용의 질에 관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플랫폼노동자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정하게 대접받고, 사회안전망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플랫폼 경제도 지속가능하다.
사회적 숙제로 등장한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현실을 분석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해외 사례와 비교해 시사점을 얻고, 노사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음식배달 시장 3년새 6.4배 커졌다 | 3월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주문 배달 음식 시장이 3년 새 6배 이상 커졌다. 온라인 주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해 17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8.6% 늘었다. 2017년 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6.4배 수준으로, 95%가 모바일을 통한 주문 거래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플랫폼노동을 알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디지털 플랫폼은 온라인상에서 다른 쪽에 있는 이용자 집단의 수요를 연결·중개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재화를 직접 생산하기보다 재화의 공급자와 잠재적 재화 구매자, 이 두 그룹을 플랫폼 내부에서 거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한다. 플랫폼노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는 서비스(용역) 또는 가상재화 생산노동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노동에 대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서 고객이나 일거리를 얻고 '플랫폼회사가 노동의 대가를 중개'하는 것으로, 일거리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고 플랫폼이 특정인에게 과업을 지시하지 않는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플랫폼 노동은 제공하는 노동의 방식에 따라 음식배달과 같은 '호출형', 가사와 돌봄서비스 등의 '관리형', 화물운송 등의 '중개형' 등으로 나뉜다.


◆플랫폼 종사자 규모, 정의에 따라 달라져 = 플랫폼노동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랫폼노동자 규모는 전체 취업자의 1.7~2.0%에 해당하는 47만~54만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 정책연구용역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수행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7.6%인 약 179만명으로 추정된다.

플랫폼노동의 정의에 따라 조사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정확한 통계도 없다. 중요한 점은 플랫폼노동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점점 더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올해 2월 발표한 '2020년 전 세계 플랫폼노동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지난 10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웹) 기반 플랫폼노동은 3배 이상, 지역 기반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 기반은 일거리를 플랫폼을 통해 구하지만 실제 노무제공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경우고, 온라인 기반은 실제 노무제공도 주로 온라인으로 수행하는 경우다.

◆음식배달·심부름, 서울 기준 가장 많이 종사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서울지역 플랫폼노동 종사자 실태조사(2020년)에서 업종분포를 보면 음식배달·심부름이 16.51%로 가장 많았다.

퀵서비스는 13.07%, 대리운전이 11.83%, 문서작성·번역·디자인·영상편집 등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10.6%로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5세 이상 54세 이하 '중장년층'이 33.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년층(24.1%, 35~44세), 청년층(23.1%, 19세~34세), 장년층(19.0%, 55세 이상) 순이었다. 교육수준은 초·중·고 중퇴 및 졸업 등이 48.1%, 대학 재학은 12.93%, 대학 졸업 이상은 29.93%이다.

◆고용상 '근로자'로 판단 42.0% = 플랫폼에서 일을 구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 것(1·2순위 복수응답)은 '시간 유연성'으로 전체 1452개 응답 가운데 28.2%(410개)를 차지했다. 이어 '일거리를 구하기 쉽다'가 23.8%(346개)로 조사됐다.

플랫폼에서 일을 구하기 전의 경제활동에 대해 물었다. 취업준비 학생 주부 등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음'이 48.6%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 임금노동자였다는 17.5%, 비정규직 임금노동자였다는 22.8%로 나타났다. 자영업을 하거나 고용주였다고 응답한 비임금 노동자도 11.1%나 됐다.

향후 일자리 이동에 대해 물었는 데 81.8%가 '이직 예정이 없다'고 응답했다. 18.2%만 '이직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직 희망 지위는 정규직이 절반(45.2%) 가까이로 가장 많았다. 현재의 고용상 지위는 '근로자'로 판단하는 비율이 42.0%로 가장 많았다.

◆5명 중 1명은 계약서도 없이 일해 = 플랫폼노동이 보호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고용·소득의 불안정성에서 출발한다. 전통적인 고용체계에서의 '근로자'와 같은 명확한 고용지위를 갖고 있지 않아 계약과 근로조건을 보호받을 수 없고, 일자리가 불안하고 소득도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기본적 사회안전망도 아직 사각지대가 많다. 일은 하지만 전통적 개념의 노동자로서의 주권 및 대표권 확보 등은 플랫폼노동 종사자들에게는 머나먼 특권이다.

먼저 일자리를 얻는 방식에서 계약도 없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5명 중 1명이 넘는다. 김 선임연구위원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노동 종사자가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약관 동의' 34.9%, '서면 계약' 28.2%였고, '계약 없이 노무를 제공한다'는 비율도 21.6%나 됐다.

플랫폼으로부터 얻는 소득은 분야별로 달랐지만 대체로 열악했다. 운송기사는 월 기준 307여만원이지만 비용 46만원을 빼면 260만원을 손에 쥔다. 비용 제외 255여만원을 받는 물류배송은 운송기사와 함께 플랫폼노동 종사자 중에서 그나마 소득이 높은 편으로 분류됐다. 가사 청소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28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일부 배달 플랫폼노동자의 경우 소득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시간이나 노동강도, 위험에 따른 보험료 자기부담과 이륜차 대여·수리비 등을 고려하면 최저 수준의 댓가"라고 말했다.

노동시간은 주 평균 노동일 기준 5.1일, 야간노동일은 1.5일, 평균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7.3시간, 대기시간은 51.5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N잡'이라고 불리는 다중직업의 경우는 주 평균 노동일 1.8일, 일 평균 노동시간 5.1시간으로 조사됐다.

◆플랫폼으로부터 지시·명령, 10명 중 7명 = '근로자'와 구별되는 기준인 자율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업체로부터 지시와 명령을 '일부 받는다' 또는 '받는다'라고 응답한 플랫폼노동 종사자가 10명 중 7명(73.6%)이 넘었다. 지시와 명령을 받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6.4%에 불과했다.

불공정 계약과 관련, 전반적으로 계약된 보수가 지연 지급된 경험이 14.7%로 가장 많았고, 과도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이 청구된 경험 13.4%, 계약된 보수가 일방적으로 삭감된 경험 12.6%, 수익이나 매출에 대한 정산자료를 지급받지 못한 경험 11.5% 순으로 조사됐다.

플랫폼노동 종사자는 업무 수행과정에서 고객들로부터 받는 부당대우 경험(인권침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폭언 14.6%, 괴롭힘 6.6%, 성희롱 3.9%, 폭행 3.1% 등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부당대우 발생시 종사자의 절반은 '그냥 참고 넘김'(43.9%)이라고 응답해 고객들의 후기나 별점을 의식한 감정노동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고단한 노동 플랫폼 경제" 연재기사]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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