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비용·책임 소비자에 전가 우려"

2021-06-10 11:41:15 게재

금융회사 비대면 채널 감독 지침 마련해야

빅테크 금융업 진출 … 공정경쟁 이슈 발생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금융사의 규제 비용 및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상품시장 진입이 활발해지면서 이해상충과 공정경쟁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도 커졌다.

◆비대면 채널 유도 증가 =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9일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공동개최한 '금융소비자 보호와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 심포지엄에서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소법 제정 이후 금융회사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규제 등을 성실하게 준수할수록 소비자들의 절차적 불편은 증가하고,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비대면 채널 이용을 유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비대면 채널의 경우 금융상품 판매와 자문 규제의 적용 또는 준수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가 있어 금융회사의 혼선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채널의 경우 금융사는 고정 비용만 발생하나, 금융소비자는 절차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고령층 등 비대면 환경에 친숙하지 않은 계층은 금융상품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거나 이에 소외될 수 있다. 고객의 로그인, 명시적 의사표시 또는 금융상품조건 검색 여부 등에 따라 금융상품 권유여부가 판단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규제여부 판단도 가능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에 대한 광고, 추천, 중개 직판 간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가 각각에 상응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비대면 채널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지침으로 △금융회사의 비대면 채널로의 전환 요구행위에 대한 감독적 판단 △비대면 채널에서의 금융상품광고, 검색, 추천, 중개, 직판 등의 구분 기준과 제공방식 △비대면 채널에서의 금융상품 권유 여부 또는 시점에 대한 판단 기준 △비대면 채널에서의 적합성 평가 설문과 방식 기준 △비대면 채널에서의 금융상품 설명방식과 설명서 교부 여부의 판단기준 등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금융감독원은 6~7월 중 '비대면에서의 금융상품 판매 관련 감독 TF'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비대면 채널에서의 6대 판매행위 규제가 실효성 있게 준수되도록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빅테크기업과 갈등 발생 = 금융상품중개업 신설로 빅테크 기업이 금융상품시장에 적극 진출할 경우 빅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간의 갈등 발생도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상품중개업은 예금성 금융상품을 제외한 금융상품의 비교·중개를 하는 업무로, 이번 금소법 제정 때 만들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상품 판매시장 진출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출과 보험성 금융상품에 대한 비교·중개 서비스를 준비·시행하고 있다. 서비스 범위는 공모펀드 등 투자성 금융상품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빅테크기업의 경우 검색 또는 메신저 플랫폼의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금융회사의 플랫폼' 또는 '금융서비스의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질수록 공정경쟁 이슈도 지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금소법에 빅테크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방지하는 장치(과도한 수수료요구 , 특정 위탁금지)가 마련됐고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만큼 금융회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직접적으로 빅테크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문제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