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적법 개정으로 중한민국(中韓民國)이 될까?

2021-06-10 12:31:20 게재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원장

법무부가 내놓은 국적법 개정안(2021.4.26.) ‘영주자의 국내출생자녀에 대한 간이국적취득제도’는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혈통주의에 출생지주의를 보완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부모양계 혈통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영주자격을 가진 부모로부터 국내에서 출생한 아이도 신고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출생지주의 요소를 추가하고자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체류 외국인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약 4%인 약 200만명이 우리와 더불어 시공간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귀화 등을 통해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도 벌써 21만명을 넘어섰다.

혈통주의에 출생지주의 보완이 목적

일각에서는 국적법 개정으로 “중한민국(中韓民國)이 될 판”이라고 걱정한다. 법무부는 2020년 12월 말 기준 영주권자는 16만 733명(통계월보)이며, 그 시점에서 개정안 시행을 가정할 경우 간이국적취득 신고대상이 되는 영주권자의 자녀수를 3930명 으로 추산한다. 그중 중국국적 동포인 영주권자 자녀는 3725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200만여명이다.

대상자 모두가 귀화를 신청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들 자녀 모두가 우리의 새로운 국민이 된다고 해서 ‘중한민국’이 될까? ‘억지 춘향(春香)’이 아닐까 싶다.

또 일각에서는 국적법 개정이 “특정 국가 눈치보기의 일환이며 정치적 의도가 있고, 목적이 의심스러운 위인설법(爲人設法)이 아닌가”라고 추궁한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출산율 제고를 고민하는 중국정부가 자국민을 잃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에게 자국민을 데려가라고 ‘눈치’를 줬을까? 개정안이 정말 ‘나라를 파는’ 정치행위일까?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개정안은 대상자를 새롭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영주권자 자녀 중 ‘받아들일 대상자라면 좀더 일찍 받아들이는 것이 개인의 발전이나 국익 차원에서 더 나을 것’이라는 목적에서 출발되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성장할 이들의 자녀들을 일찌감치 한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동의 인권보호는 물론 개인과 국익에도 보탬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사는 외국인 국적부여 찬성 압도적

개정안은 특정 국가에 대한 시혜와 관계없이 입안되었다. 단지 결과론적으로 개정법안의 대상에서 재한화교와 중국동포가 대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그렇다고 법안의 취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적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2019)에 의하면 국내에서 출생한 재한화교 3세와 재외동포의 국내 출생 자녀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의 찬성 비율은 각각 75%와 83%나 됐다. 우리 국민은 출생과 생활기반이 국내인 외국인에 대한 국적부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청원자의 의견 뿐 아니라 70%가 넘는 일반 국민들의 의견 또한 충분히 소중하게 고려되어야 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세계화 및 국제이주의 보편화와 더불어 혈통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많은 국가들이 보충적으로 출생지주의를 가미하는 제도로 변화해가고 있다. 정부는 국제사회 동향을 파악하고 입법예고기간 동안 제안된 의견을 거시적이고 종합적으로 분석해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고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국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