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우, 제2의 방탄소년단이 되려면

2021-06-15 11:52:45 게재
김태경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프랑스 문화비평가 기 소르망은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단순한 경제문제가 아니라 세계에 내세울 만한 문화적 이미지나 상품이 없는 데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기생충’ ‘윤여정’ 등 문화적 이미지와 상품을 아시아 그 어떤 나라보다 풍성하게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최근 10년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연평균 9.3%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엔 역대 최대 규모인 1750만3000명이 방문했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산업 질적 도약 모색할 때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우산업도 질적 도약을 모색할 때다. 코로나로 인해 외식시장은 급격히 위축됐지만 가정 내 육류소비는 급증했다. 특히 정부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소고기 소비가 늘었고 한우가격은 단군 이래 최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한우가격 폭락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기성세대와 다른 MZ세대의 회식문화로 투플러스 등심구이 중심의 한우 소비문화도 변화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인구감소, 저성장 기조에서 소득양극화 확대 등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에도 외식시장의 감소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서 인구·사회적 변화로 외식산업 침체를 겪은 일본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화우를 내세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집중 마케팅을 했고, 코로나 직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외국 관광객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화우가격은 폭락했다. 일본은 문화적 이미지보다는 ‘마블링’(근내지방분포)이라는 품질로 접근했다는 게 특징이다.

과거 1990년대 초반 소고기 수입개방에 따라 우리 한우를 지키고자 품질 좋은 고급육 공급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한우의 품질이 개선되고 전 국민의 사랑에 힘입어 한우 300만마리를 사육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입육에 대응한 방어적인 생각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맛’과 ‘멋’ 결합한 한우 마케팅 전략을

이제 한우를 세계화해야 할 때다. 그러나 갑자기 수출하겠다고 하면 해외시장은 검역 등 여러 장벽을 세울 것이고, 40년 전부터 최고의 마블링으로 세계시장에 알려진 일본 화우와도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내방한 외국인 관광객 입맛을 사로잡는 마케팅 전략에서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단순한 ‘맛’이 아니라 한민족의 소고기탐식문화라는 ‘멋’을 포함한 콘텐츠로 전략을 펼쳐야 한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소고기 탐식의 역사가 가장 길고, 가장 세밀하게 구분해서 소비하는 민족이다. 그만큼 다양한 소고기 요리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에게 ‘일두백미’(一頭百味)라 할 정도인 한우 부위의 다양한 맛을 한국의 전통 요리법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선시대 한양에는 소고기 전문 도축판매점 현방이 24곳 있었다. 그 현방터를 찾아 한우특구와 전문거리로 조성하고 현방마다 차별화된 한우 부위 요리를 특화해 관광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우농가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한국관광공사 등이 협력해 맛과 멋을 결합한 한우문화로 침체의 길로 접어든 외식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한우세계화의 주춧돌을 놓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