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 한다더니…

2021-06-16 11:13:55 게재

기관·직원수·예산 증가

도의회 통폐합 강력주문

지난 2018년 7월 6일 이철우 경북지사는 취임 직후 출자출연기관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유사기관의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 전담팀 구성, 기관장 인사 원칙, 기관 운영방향 등을 밝혔다. 그는 기존 기관장의 임기는 법과 원칙에 따라 보장하면서 조직을 흔들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통폐합 방침은 칼바람을 예고하기에 충분해 출자출연기관은 물론 경북도의 담당부서들도 바짝 긴장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출자출연기관의 구조조정은 '찻잔속의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경북도의회에서 먼저 나왔다. 최근 김상조 도의원은 "출자출연기관의 수, 임직원 수, 출연금과 사업비 등이 크게 증가했다"며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방침은 사실상 헛구호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김 도의원은 행정안전부 자료를 인용해 경북도의 출자출연기관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3개로 경기도 22개, 경남도 16개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지역내총생산과 수출액 규모가 비슷한 광역지자체다.

행안부 '지방재정365' 자료에 따르면 23개 시군을 포함한 경북도의 출자출연기관 임직원 수도 2019년 기준 2721명으로 서울 경기 충남 다음으로 많았다.

또 최근 5년간 경북도가 출자출연기관에 사용한 출연금과 사업비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경북도의 예산지원액이 2017년에는 출연금 507억원, 사업비 436억원 등 943억원이었으나 2021년에는 출연금 595억원, 사업비 1377억원 등 1972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4년 동안 예산지원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김상조 도의원은 "이철우 지사 취임 이후 급격히 증가했고 경북도의 재정규모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 재임 3년 동안 경북도는 별도로 운영되던 청소년수련원과 청소년진흥원을 청소년육성재단으로 통합했다. 반면 경북도장학회에 평생교육진흥업무를 추가해 인재평생진흥원으로, 경북관광공사를 문화관광공사로 확대 개편했다. 농민사관학교는 신설된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에 포함시켰으나 사실상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농민사관학교는 구조조정된 것처럼 포장됐지만 학교장과 본부장직을 유지하며 공직자 출신으로 채웠다. 특히 경북도는 최근에는 일자리정책을 총괄하는 일자리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김상조 도의원은 "사업수와 규모가 작은 기관의 경우 사업부서는 유지하되 성격과 기능이 비슷한 기관과 통합해 예산을 절감해야 한다"며 "문화관광공사·문화엑스포, 경제진흥원·테크노파크·창조경제혁신센터, 한국국학진흥원·콘텐츠진흥원·문화재단 등은 사업성격을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는 "출자출연기관은 개별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립돼 운영되는 특수목적기관이긴 하나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재정여건, 체계적 정책 집행 등을 고려할 때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유사 기능의 통폐합 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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