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경쟁, 기술 아닌 사회가 결정"
2021-06-25 11:07:46 게재
FT 존 손힐 에디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에디터 존 손힐에 따르면 1890년대 미국이 그랬다. 당시 수십명의 사업가들이 현대 자동차산업계를 열었다. 이후 수십년 동안 이들은 수백개의 기업을 창업했다. 수천개의 각기 다른 자동차 모델을 생산했다.
역사가 데이비드 L. 루이스와 로렌스 골트슈타인의 책 '자동차와 미국문화'에 보면 자동차산업 초기 헌신적인 열정가들은 다윈의 적자생존 세계에서 경쟁했다. '다른 분야에서 부자가 되느니, 자동차를 만들면서 파산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다. 오늘날 다시 등장하는 기조다.
하지만 자본집중적인 대량생산체계의 방법의 등장과 대공황,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경쟁자들이 솎아졌다. 1950년 자동차업계는 단 3개의 기업들이 지배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였다. 당시 이들은 글로벌 차생산량의 약 3/4을 차지했다.
오늘날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또 다른 기술적 격변이 벌어지고 있다. 다시 한번 새로운 진입자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인간이 구동하는 내연기관 엔진 모터를 대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며 창조적 경쟁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업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자동차제조사에서 배터리기업, 충전소 인프라제공업자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7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최근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올해 16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년 대비 28% 상승이다.
가장 성공한 신규 진입자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 부문을 재정의했다. 시가총액 6320억달러를 자랑한다. GM과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하지만 과거가 미래의 잣대라고 본다면, 보다 최근에 등장한 스타트업들 일부는 과열된 기술적 경쟁과 생산적 어려움 속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기업 '루시드'의 CEO 피터 로린슨은 "눈먼 돈이 마구 낭비되고 있다"며 "전기차 스타트업의 80%, 전통 자동차기업 20%는 파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직 테슬라 엔지니어였던 로린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우려 때문에 전기차 세계로의 전환은 일반이 기대하는 것보다 빠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루시드는 올해말 자체 전기차 세단을 출시한다. 한번 충전으로 500마일(약 800킬로미터) 이상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의 거리다. 로린슨은 "환경은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교통혁명 와중에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부문은 급속히 성장하는 시장이긴 하지만 아직은 왜소하다. 데이터 제공업체 'EV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4만대였다. 2019년엔 230만대였다. 유럽이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으로 등장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흥미로운 질문은 결국 누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것이냐는 것. 많은 이들은 대량생산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에 베팅한다. 한편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인 구글과 애플은 자동차를 '달리는 컴퓨터'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참여가 늦었지만 전통의 자동차제조사들 역시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GM의 비전은 충돌 없고, 탄소배출 없고, 교통정체 없는 자동차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GM의 회장이자 CEO인 메리 바라는 최근 2025년까지 전기차에 35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GM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강력한 반응, 긍정적 반응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라 CEO의 꿈은 충전거리에 대한 걱정 없이 매력적이고 신뢰할 만한 2만5000달러(약 2800만원)의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다. 프린스턴대 교수 알레인 콘하우저는 "전기차 미래의 승자는 정비업자와 화물운송업자들뿐 아니라 일상의 운전자들에게 어필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일 것"이라며 "이는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존 손힐 에디터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결국 소비자가 항상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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