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터 뷰 │ 장제국 동서대학교 총장

"최고보다는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한다"

2021-06-28 11:28:13 게재

전공유연화·융합연계전공 기반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 … 글로벌 강소대학 '미래형대학'이 목표

부산 사상구에 있는 동서대는 한 마디로 '미래형대학'으로 정의되는 글로벌 강소대학을 목표로 한다. 이 대학은 부산·울산·경남 지역 기업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산학협력 교과목과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22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장제국 총장을 만나 동서대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대학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장제국 총장│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동서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2003. 3 ~)/동서대학교 부총장(2007 ~ 2011. 2)/동서대학교 총장(2011. 3 ~)/일본 간사이대학 객원교수(2013 ~ 2018)/주부산 헝가리 명예영사(2016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2020~)/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2020 ~ )


■지역(지방)대학, 특히 사립대학의 위기가 사회적 화두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으로서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 수도권 집중현상,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들은 존폐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수도권집중 양상을 고려하면 지역사립대 위기는 앞으로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문제는 지역대학 위기가 단순히 해당 대학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의 교육력 저하, 지역 경제 쇠락, 청년 인구 유출 가속화 등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져 지방소멸로 가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다. 지역대학은 지역의 자산이며 국가의 장래다. 국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입학정원 조정 방식을 놓고 이견이 많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대학들과 지역대학들의 입장 차이에 따른 이견이다. 대학 간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이해 당자자들의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할 교육현안이다.

■논란의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이 있다면.

모든 문제는 재정문제로 귀결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응급조치에 나서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안정책을 모색하는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나아가 국립대와 사립대의 역할 정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립대를 대학원 중심의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재편하면 지역대학 미충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고등교육 예산을 꾸준히 증액했다고 한다. 반면 대학들은 재정지원이 부족하다는 입장인데.

정부가 말하는 증액의 대부분은 국가장학금이다.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2018년 기준 고등교육예산은 2011년에 비해 1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대학 등록금은 13년 동안 사실상 동결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019년까지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사립대 실질 등록금은 24.8%나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 특히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들이 정부에 재정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로 어느 때보다 교육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동서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동서대는 모집단위 다양화를 통한 전공 유연화를 꾀하고 융합연계전공 교육과정 개발을 통해 미래형 교과운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대학은 융합연계전공을 통해 복수학위가 아니라 주전공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도 도입할 것이다.

또한 과거 학과 개념인 각 전공이 스스로 교육의 질을 점검하며 실사구시형 인재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 인증제'를 도입했다. 교육과정 구성·운영·성과에 대해 각 전공들이 자체 평가하는 이 제도는 지금까지 29개 전공이 1단계 인증을, 5개 전공이 2단계 운영인증을 획득했다.

대학본부는 1단계 인증을 획득해야만 교육과정을 승인하는 등 전공별로 적극적, 자율적으로 교과과정 연구개발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만으로 산업구조와 사회 변화를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비교과과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 대학은 비교과과정을 잉여선택지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필수코스로 끌어안으려 노력하고 있다. 교육혁신본부 산하에 비교과통합관리센터가 교육과정 통합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이 곳에서는 모든 비교과 교육과정에 대한 프로그램별 관리는 물론, 장학금 지급 등 이수에 따른 각종 장려책을 지원한다. 특히 특정 비교과군을 이수할 경우 '디지털배지'라는 일종의 명예획득 증명서를 수여해 학생들에게 비교과과정 이수를 독려하고 있다.

■디지털배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독서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리더스 클럽', 학습공동체과정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러닝 커뮤니티'라는 디지털배지를 달아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시점까지 이수한 비교과 교육과정을 '셀프브랜드개발 증명서'라는 일종의 자기개발이력서에 포함시켜준다. 자기개발이력서는 취업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결국 교육의 질이 문제다. 교육의 질은 무엇보다 교수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학교 정책이 있다면.

교수인력은 대학의 핵심역량 중 하나다. 동서대는 교수학습 역량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수·학습법 개선시스템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기본교수법(Edu-Kit)과 심화교수법(Edu-Master) 연수로 이뤄졌다. 모든 교수들은 연간 4시간 이상 기본 교수법과 직급별로 기준 시간이 정해진 심화교수법 연수과정을 이수한다. 특히 심화교수법 연수는 우리 대학의 교육특성화 방향인 미래형 교육에 맞춰 적응형교육, 융합교육, 경험학습 그리고 e-러닝 등 4가지 영역으로 구성했다.

이 외에도 우수한 교수법의 공유와 확산을 위해 다양한 연구회를 지원한다. 또 신임교수가 임용 후 2년간 교수학습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 이외 업무에서 완전 면제시켜주는 '신임교원 교육몰입기간'도 운영한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이 가중됐다. 학생들에 대한 취업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학생의 생애주기와 역량을 고려한 3단계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단계는 직업적성과 탐구를 위한 '취업동기부여' 단계다. 2단계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기본 기술 습득을 위한 '기본역량습득' 단계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실무를 위한 현장실습과 산학프로젝트를 위한 '실무역량습득' 단계다.

별개로 학생역량과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과 기업의 눈높이를 맞춰 취업성공률과 구인 만족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산학협력 방식이다. 기업의 수요를 사전에 파악해 직무교육에 반영하고, 학생들은 졸업 전에 희망기업에서 직무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매칭 프로그램이다.

■취업만큼이나 창업지원도 중요한 시대다. 학생·교수 창업을 위한 지원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그리고 앞으로 계획도.

우리 대학은 개교 초기부터 창업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창업보육센터를 설치·운영했다. 창업보육센터는 20년 이상의 창업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창업 초기 애로사항을 집중 지원하는 '초기창업패키지사업'과 교수·대학원생의 우수 연구결과물이 사장되지 않고 창업으로 연결되도록 지원하는 '실험실특화형 창업선도대학사업'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최근 22개 팀을 모집한 '2021년 초기창업 지원프로그램'의 경우 1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선발된 팀은 평균 7000만원 이상의 창업지원금을 받는다. 여기에 우리 대학의 시설과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관련분야 교수의 전문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 성공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된 산학협력도 중요한데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가.

동서대는 부산·울산·경남 지역 기업들의 수요를 기반으로 산학협력교과목을 개설한다. 이들 과목에는 기업 전문가가 교수로 참여해 학생들과 기업 애로사항이나 지역사회 현안을 함께 풀어나가는 '클래스셀링'이라는 독특한 산학협력방식을 운영한다.

기업은 학교 교수진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현안을 해결할 수 있고, 학생은 현장실무 경험과 장학금 수혜를 받는 윈-윈의 산학협력 방식이다. 이를 통한 각종 과실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니 '일석삼조'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대학은 또 지역협업센터를 중심으로 동서대의 강점인 문화콘텐츠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자체, 지역 유관기관과 함께 장애인, 다문화가정, 지역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노력들로 동서대가 우리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라는가.

우리의 꿈은 'The Only One' 인재를 양성하는 글로벌 강소대학이다. 우리는 이를 '미래형대학'이라고 부른다. 미래형대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창의적이고 경쟁력 강한 대학을 말한다.

구태여 벤치마킹 대상을 하나 꼽으라면 국경을 초월해 글로벌 인재가 모여드는 '미네르바대학'을 지목하고 싶다.

'The Only One'은 최고보다는 최적화된 인재를 지향하는 우리 대학의 오랜 교육이념이다. 동서대는 역사가 짧은 젊은 대학이지만, 바로 그런 젊음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다른 대학들이 갖추지 못한 역동성을 지녔다. 이미 그런 역동성의 과실이 곳곳에서 나타나 지역의 강소대학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대학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학의 기존 교육시스템을 송두리째 뒤 흔들고 있다. 이미 몇 년전부터 미래형대학 실험의 일환으로 비대면 수업을 시행해온 동서대는 첨단교육시스템을 활성화시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 아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앞으로 기존 대면과 비대면 수업뿐 아니라 대면-비대면 혼합형 등 더욱 새롭고 다양한 방식을 도입한다. 이와 함께 포스트 팬데믹시대를 맞아 글로벌 성장산업의 인재수요 변화를 발빠르게 감지해 산학연계형 지역대학의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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