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주 52시간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7월 5인 이상 사업장 시행 … "경쟁력 강화 기회 삼아야"
중소기업계, 유연 근로제 확대 위한 제도 개선 요구
중기연, CEO 인식전환·생산성 향상 노력 필요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크다. 뿌리산업이나 조선업종 등은 주 52시간제를 이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장기적인 경기침체,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이상 주 52시간제는 지켜야 한다. 주 52시간제는 시대적 흐름이다. 중소기업에게 생산성 향상과 근로환경 개선이라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던져진 셈이다.
그동안 주 52시간제는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돼 왔다.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까지 적용돼 사실상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된다.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 5~299인 이하 사업장은 82만2314개사, 근로자 수는 929만369명이다.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 5인 이상 49인 이하 사업장은 78만3072개사, 근로자 수는 613만5769명이다. 전체 근로시간 단축 적용 사업장의 94.8%, 근로자 수는 52.3%를 차지한다.
대부분 중소기업과 창업 초기기업들이다. 일부 소상공인 업종도 포함돼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15만2000개사, 도·소매업은 13만2000개사, 숙박·음식업은 11만6000개사, 정보통신업은 1만5000개사다.
◆혁신벤처업계도 우려 = 이들 기업은 대부분 경영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자금인력운용 연구개발 등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주 52시간제 시행을 걱정하는 배경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0인 미만 기업 319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월까지 주 52시간제 준비를 완료할 수 있다고 응답한 곳은 3.8%에 그쳤다.
중기중앙회·고용부·중기부 공동조사에서 50인 미만 제조업체의 38.8%가 아직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가 안됐으며, 17.6%는 7월 이후에도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뿌리산업과 조선업종 207곳을 대상)에서도 응답 기업의 44.0%가 주52시간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혁신벤처업계도 창업과 스타트업 활동의 위축을 걱정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90% 이상이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이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16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획일적 잣대에 의한 주52시간제 도입은 혁신벤처기업의 핵심 경쟁력 저하를 가져오고,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이 무기인 혁신벤처기업의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며 주52시간 근무제의 1년 유예를 주문했었다.
특히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뿌리산업과 조선업의 경우 주52시간제 확대로 침울하다.
뿌리산업은 24시간 내내 기계를 돌려야 한다. 주52시간제를 준수하려면 인력 충원으로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인력이 늘면 인건비 부담이 는다. 국내 청장년층은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마저 입국이 중단돼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조선업도 기후에 영향을 받는 야외작업이 빈번해 유연근로제 도입을 위한 인위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매우 어렵고, 인력충원을 통해 대응하려 해도 추가 숙련인력을 구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특별연장근로제 인가기간 확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 확대 △탄력근로제 절차 완화 △노사합의시 월·연 단위 추가연장근로 허용 등의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기업문화 개선 노력 = 이러한 우려속에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을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주52시간제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CEO 인식전환, 생산성 향상, 기업문화 개선, 청년인재 확보와 유지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주52시간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좋은 기회라는 중소기업 CEO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며 "주52시간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생산성 향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9.6달러로 OECD내 28위다. 중소기업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28.7%로 OECD 평균(64.6%)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
연구원은 "주52시간제 도입을 단순히 근로시간제 변화에 국한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기업문화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노사간 신뢰문화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고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주52시간제 시행을 중소기업 청년인재 확보와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는 논리다.
주52시간제를 대비해 정부정책을 활용해 교대근무제, 유연근로시간제, 업무효율성 증진, 근로시간 강화, 일과 가정의 균형 방안 등을 도입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플라스틱 부품업체 A사는 주야 맞교대제로 인해 상시적으로 초과근로가 발생하자 정부의 일자리 함께하기, 설비투자 융자 등을 통해 교대제 개편, 설비투자, 유연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로봇 및 빌딩 청소시스템 제조·개발업체 B사는 특정 업무의 독립성이 큰 편이고 근로자별로 업무량이 많은 시간대가 달라 직무별로 주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컨설팅을 통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