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엔테크, 글로벌 제약업계의 ‘애플’”
메신저RNA 혁명 II ... 팬데믹 전만 해도 무명기업 불과했지만, 지금은 암치료 연구 선도
▶ 6월 28일 21면 ‘메신저RNA 혁명 I’에서 이어집니다.
메신저RNA(mRNA) 치료법은 많은 환자들에 희망을 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절염이다. 관절 주변엔 둥그스름한 연골세포가 있다. 이 세포가 수명을 다할 때 관절염이 생긴다. 고통스럽고 현재까진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다.
일본 도쿄의과치과대학 바이오소재-생명공학 연구소 이타카 케이지 박사는 mRNA 치료법으로 관절염을 완화하려 연구중이다. 이타카 연구팀은 mRNA를 지름 50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소구체 안에 포장하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소구체에 싸인 mRNA는 조직에 깊숙이 침투, 관절연골의 가장 안쪽까지 다다를 수 있다.
일본 연구팀은 이 방법이 무릎관절 연골세포를 강화시켜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연골세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다. 이타카 연구팀은 해당 단백질의 청사진을 가진 mRNA를, 내측반월과 주요 힘줄이 절단된 쥐의 무릎관절 내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
관절염을 앓던 쥐의 연골은 mRNA 주입으로 마모 속도가 크게 둔화됐다. mRNA 치료법에 따라 주입된 단백질이 연골세포 생산 속도와 연골의 내구성을 높였다.
일본 연구팀은 최근 관절염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 정부지원금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일본 신약개발기업 ‘액셀리드’와 함께 임상실험을 준비중이다. 이타카 박사는 “해당 실험이 2년 내 시작될 것”이라며 “재생의학 부문에서 첫번째 mRNA 치료법을 개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타카 연구팀은 또 디스크(척추 추간판 탈출증) 치료에도 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척추는 때가 되면 약화된다. 디스크가 쪼글쪼글해지면서 제 위치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연구팀은 필요 단백질 생성 설명서를 전달하는 mRNA를 쥐의 척추에 직접 주입했다. 실험에 쓰인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더 두꺼운 척추 디스크를 유지했다.
뇌 기능 복구, 가능할까
일본 연구팀은 또 노화로 인한 뇌 기능 저하를 막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로 불리는 단백질로 구성된 혈관 내 침전물이 신경세포 조직에 축적된다. 이는 기억 등 두뇌의 기능 수행에 해로운 물질이다. 하지만 축적된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네프릴리신’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연구자들은 mRNA 기술을 사용해 쥐의 뇌세포에 네프릴리신을 주입했다. 그 결과 뇌에 해로운 베타 아밀로이드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타카 연구팀은 또 다른 실험에서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집중했다. 뇌졸중이 발병하면 뇌는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다. 뇌 전체가 파괴될 수 있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로 불리는 단백질이 잠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발한다. 이른바 뇌에 주는 비료다. 일본 연구팀은 이에 상응하는 mRNA를 만들어 쥐의 뇌에 성공적으로 주입했다. 이타카 박사는 “덕분에 괴사할 것으로 예상됐던 뇌세포를 살려냈다”고 말했다.
스위스연방공대 생물계과학공학부 생물학자인 마르틴 푸세네거는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계속 떨림을 겪는다. 걸음걸이도 불편하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세포가 계속 죽어가기 때문이다.
푸세네거 연구팀은 최근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뇌세포 괴사 속도를 둔화시킬 mRNA 기술을 개발했다. 푸세네거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며 “연구자뿐 아니라 제약사들 역시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장에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은 심장을 화관처럼 감싸고 있다. 전세계 여성 18%, 남성 28%가 관상동맥 수축 증상을 겪는다. 혈액 공급이 제한되거나 아예 혈근이 막혀 심근경색이나 부정맥, 심부전증을 일으킨다. 전세계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급성 심장병을 앓는 많은 사람들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그 대가로 심장 근육에 있는 수백만개의 세포를 잃는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의 리오 잔기 박사는 8년 전부터 심장기능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그는 “심근경색 이후 약해진 심장을 자극하고 재활성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잔기 연구팀은 새로운 혈관의 성장을 자극하는 mRNA를 만들어 심장병을 앓는 쥐의 심장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새로운 혈관이 형성됐고 실험쥐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진들은 이 실험결과를 접한 뒤 돼지를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수행해 성공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투자했다. 핀란드에서 모집된 24명의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관상동맥우회술 중 30번의 mRNA 약물을 주사처방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2700만명의 사람들이 만성 심부전증을 앓는다. mRNA 기술이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전세계 관심이 쏠려 있다. 임상실험 결과는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 mRNA 시장 880억달러 예상
제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mRNA 기술 시장은 수십억달러 규모로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베렌버그 캐피털 마켓’은 mRNA 약물 시장이 2030년 한해 88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올해부터 그때까지 누적 총매출은 4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베렌버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mRNA 관련 주요 제약사들은 2030년 코로나19 또는 기타 감염병 백신으로부터 전체 매출의 2/5를 얻을 전망이다. 나머지 3/5의 매출은 암과 자가면역질환, 단백질 치료 등과 관련한 mRNA 기술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베렌버그 전망 보고서 저자인 슈쥐치앙은 슈피겔에 “mRNA 기술은 많은 의료 영역을 창조적으로 파괴할 것”이라며 “전통적 치료법들을 속속 대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슈쥐치앙은 또 mRNA 선도 기업들이 당분간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 큐어백이 mRNA 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mRNA 기술은 새로운 영역이다. 개발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 몇몇 기업만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제약업계 역사를 기준으로 본다면, 다른 기업들이 현재의 선도기업들을 따라잡는 데엔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슈쥐치앙은 또 “독일 선도기업 두곳 중 하나인 바이오엔테크가 다시 오지 않을 최상의 기회를 잡았다”며 “바이오엔테크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테슬라 또는 애플과 비슷한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반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독일 마인츠 소재 바이오엔테크는 업계 밖에선 거의 무명이었다. 2019년 말 기준 바이오엔테크 임직원은 1339명이었다. 그해 매출은 1억800만유로로 전년 1억2700만유로에서 하락했고, 손실은 1억7900만유로로 전년 4800만유로에서 크게 치솟았다.
당시 샤힌과 튀레지는 주로 암에 대항한 mRNA 약물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터졌고 이에 대한 백신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이들은 암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 DZ은행 제약·생명공학 부문 전문 애널리스트인 엘마르 크라우스는 “바이오엔테크는 늘 암치료법 개발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 선발주자의 유리함을 갖게 됐다”며 “바이오엔테크 실험이 좋은 결과를 낸다면, mRNA 암치료 약물은 빠르면 2023~2024년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우스 역시 선도적 기업인 바이오엔테크가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을 앞서나갈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바이오엔테크는 mRNA 약물뿐 아니라 수술에서도 기술특허를 갖고 있다”며 “잠재적인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가 연구개발과 관련해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게 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바이오엔테크는 올해 120억유로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 2019년 대비 100배 늘어난 규모다. 또 유럽연합(EU)과 최대 18억회분량의 백신 장기공급계약을 매듭지었다.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까지 이뤄지면 향후 수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크라우스는 “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애플의 아이폰과 견줄 만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원하는 백신이다. 웃돈을 줘서라도 얻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바이오엔테크가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에 인수될 가능성은 없을까. 애널리스트들은 "바이오엔테크가 이전엔 스타트업이었지만 이젠 몸값이 비싼 기업으로 변모했다"며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바이오엔테크의 최근 시가총액은 약 530억달러다.
게다가 바이오엔테크의 주요 주주인 슈트륑만 형제들은 지분매도 의향이 전혀 없다. 이들은 200억유로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약 70억유로 지분을 갖고 있는 공동창업자 샤힌도 마찬가지다. 그와 슈트륑만 형제는 독일을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발전시키길 원한다.
mRNA 기술 관련, 바이오엔테크와 가능하나마 다툴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는 화이자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백신의 제조와 판매, 분배에서 양사는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인 화이자는 미래 다른 질병에 대한 자체적인 mRNA 약물을 개발하는 데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는 "우리 연구진들은 바이오엔테크와의 코로나19 백신 파트너십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3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mRNA는 극적인 영향력, 극적인 잠재력을 가졌다"며 "규모와 경험을 갖춘 화이자는 mRNA 기술을 차세대로 끌어올릴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 모더나는 바이오엔테크보다 더 큰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약 800억달러 가치다. 모더나 최대 주주는 58세 누바르 아페얀으로 레바논계 미국인이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벤처투자펀드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을 통해 여러 생명공학 기업들에 투자했다. 모더나는 자체 코로나백신 매출 덕분에 향후 수년 동안 새로운 mRNA 약물 개발을 진전시키는 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크라우스는 "바이오엔테크와 달리 모더나는 현재까지 주로 코로나 백신에 집중했다"며 "암치료 약물에선 바이오엔테크에 크게 뒤져 있다"고 말했다.
큐어백이 바이오엔테크를 따라잡는 건 더욱 힘들 전망이다. 큐어백 역시 mRNA 선도기업에 속한다. 암치료 연구에 상당한 경험을 축적했다. 하지만 코로나백신 실패로 큐어백의 향후 전망은 암울하다. 큐어백이 최근 공개한 자사 백신의 효과는 50%에 못 미쳤다. 승인 여부도 미정이다. 설령 독일 당국의 승인을 받는다 해도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독일 보건장관 옌스 슈판은 백신접종 캠페인에서 큐어백 백신을 제외했다.
큐어백은 당초 EU와 2억2500만회분량의 백신, 부스터샷으로 1억8000만회분량을 공급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 EU위원회 한 대변인은 "유럽의약청의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큐어백 백신은 시장에 출시될 수 없다. EU 회원국들이 큐어백 백신을 구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큐어백 백신 가격은 회당 10유로로 매겨졌다. 결국 이는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될 수 있었던 유동자금 수십억유로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이는 큐어백에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현재 큐어백은 백신 외에 다른 곳에서 매출을 올릴 데가 없다. 2020년 큐어백의 매출은 5000만유로가 채 안됐다. 큐어백 백신 효과가 발표되자 주가는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큐어백의 시가총액은 80억달러가 안된다.
그렇다면 큐어백은 글로벌 제약사의 인수 대상이 될까. 꼭 그렇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요 주주인 'SAP' 공동창업자 디트마르 호프는 생명공학 지주회사 '디비니'를 통해 큐어백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주주는 독일 연방재건은행으로 16%를 갖고 있다.
현재까지 호프는 생명공학 투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생명공학 관련 경영에선 손을 뗐다. 주요 결정은 디비니 CEO 프리드리히 폰 볼렌 운트 할바흐가 내린다.
폰 볼렌 운트 할바흐는 독일 철강회사 '크루프'의 전 회장 조카로, 신경생물학 박사다. mRNA 기술에 빠삭하다. 신약 기술에 열정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기업이나 투자자들과 협력하는 대신 홀로 시도하는 걸 선호한다. 코로나19 백신 실패도 거기서 연유했다는 평가가 있다.
수십억유로 자산가인 호프는 생명공학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14억유로를 투자했다. 이후에도 최소 16개 생명공학 회사에 투자했다. 투자 일부는 실패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큐어백 투자를 실패작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주가로도 호프의 큐어백 지분은 60억유로가 넘는다. 하지만 81세인 그가 계속 연구개발에 돈을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많은 투자자들이 생명공학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려 줄을 섰다. 코로나19 백신 성공 이후 mRNA 기술에 투자자들의 골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mRNA 기술의 가능성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은 mRNA 대리인을 세포 속으로 집어넣는 데 필수적인 지방질을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지방질 공급과 관련한 에보닉의 시장잠재력은 2026년 기준 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에보닉은 스탠퍼드대학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mRNA를 각기 다른 조직과 장기에 주입하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전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mRNA 기반 치료법과 백신이 개발과정에 있다. 소규모 연구팀들이 mRNA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은 어느 연구팀과 제휴할지 관망하고 있다. mRNA 연구 약 절반 가량은 북미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메디컬센터 소재 병원 '휴스턴 메써디스트'는 병원 연구자들이 환자를 위한 맞춤형 mRNA를 주문할 수 있는 자체 전문부서를 갖추고 있다.
바이오엔테크 공동창업자 샤힌은 "mRNA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mRNA를 둘러싼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큐어백 공동창업자 잉마르 호에르는 "mRNA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한계는 없다"며 "약국에서 mRNA 약물을 구입하는 일은 10년 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