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시대 서비스로봇 진격이 시작됐다

2021-07-05 11:20:34 게재

빌딩 내 물건배달 엘리베이터 타고 척척 … LG전자 KT 등 사업확대 '눈독'

비대면시대 서비스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이 원인이지만 도입한 곳에서 안정성과 운영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통신업체를 중심으로 서비스로봇 사업확대가 활발하다.

서비스로봇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대형빌딩이나 호텔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내 자율주행 배송로봇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들 로봇은 기존 안내·홍보 등 접객은 물론이고 음식 우편 객실물품 등을 자율주행으로 배달한다. 이외에 △건물 바닥이나 환기구를 청소하는 전문청소로봇 △CCTV 등 보안설비와 연계한 경비·순찰로봇 △방역이나 소독 등을 담당하는 로봇 등 대형 건물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대형빌딩 호텔 등에서의 로봇 도입환경 및 사례'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자율주행로봇 상용화 사례가 가장 많은 영역은 실내배송"이라며 "한정된 공간은 로봇 제어와 위혐변수 통제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실외는 개방적이고 변수가 많다"며 "기술 난이도가 실내보다 높아 상용화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 을지로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에서 호텔AI로봇이 투숙객이 주문한 편의용품을 배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KT 제공


◆호텔·빌딩에 AI로봇 도입 잇따라 = 지난 1일 오후 서울 을지로 노보텔 엠베서더호텔. 프론트 데스크가 있는 20층은 이른 여름휴가를 호텔에서 보내려 체크인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호텔에는 다른 호텔과 다른 점이 하나있다. 호텔 투숙객이 요청하는 수건 생수 등 편의용품(어매니티)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갖다 주는 것이다. KT가 2019년 12월부터 제공하고 있는 AI호텔 서비스다.

프론트 데스크 바로 옆 충전스테이션에는 'N봇'이라 이름 붙여진 1미터가 조금 넘는 바퀴달린 AI로봇이 대기하고 있다.

호텔 객실에서 생수 2병을 기가지니 단말을 통해 요청했다. 객실 요청을 접수한 호텔 직원은 로봇 적재함을 열어 생수를 넣은 뒤 로봇에 부착된 터치패드에 어매니티 요청이 들어온 객실호수를 입력했다. 직원이 객실번호 입력을 마치자 N봇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움직였다. 프론트 데스크가 있는 20층에서 요청이 들어온 14층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N봇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었지만 성인이 걷는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엘리베이터 탑승과 하차 과정에서 머뭇거림이 없었다.

N봇에 탑재된 AI프로그램은 엘리베이터 제어프로그램과 네트워크로 연결돼 버튼을 누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호출할 수 있다. 투숙객, KT직원과 기자 등 5명과 동승한 엘리베이터에서도 14층에 도착하자 앞장서 내린 뒤 거침없이 객실로 이동했다.

N봇이 도착하자 객실 내 기가지니 단말에는 '로봇 도착' 알림이 떴다. N봇 터치패드에 객실번호를 입력하자 적재함 뚜껑이 열렸다. 배달을 마친 N봇은 왔던 길을 되돌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0층 충전스테이션으로 복귀했다. 출발에서부터 복귀까지 20층과 14층을 왕복하는 데 불과 3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최운석 KT AI로봇사업단 차장은 "AI호텔로봇은 노보텔 엠베서더호텔에서만 1만회 이상 투숙객들에게 편의용품을 배달했다"며 "올해 초 대구 메리어트호텔에서 시작했고 이달 중으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도 AI호텔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GS25는 지난달부터 서울 역삼동 GS타워 매장에서 LG전자가 제작한 'LG 클로이 서브봇'을 이용해 로봇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GS25 점포 이후 두 번째다.

로봇배달서비스는 카카오톡을 통해 접수한 주문을 로봇으로 배달하는 형태다. 점포 직원이 로봇에 상품을 담고 고객 연락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율주행으로 배달한다. LG 클로이 서브봇도 KT AI로봇과 마찬가지로 무선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스스로 탑승 후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GS타워 내 매장의 경우 하루 평균 22건을 로봇이 배달한다. 로봇 배달을 기반으로 해당 점포의 배달 매출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50% 증가했다. GS25는 고층 오피스빌딩·병원·오피스텔 내 점포로 로봇배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GS25 직원이 로봇배달서비스를 위해 'LG 클로이 서브봇'에 물건을 담고 있다. 사진 LG전자 제공


◆전자통신업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서비스로봇 가능성이 주목하고 잇따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체 가운데는 LG전자가 로봇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LG전자는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에 초점을 맞춰 호텔 병원 식음료 등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자율주행서비스 로봇인 'LG 클로이 서브봇'을 출시했다. LG 클로이 서브봇은 병원을 포함해 호텔, 사무실 등에서 유용하다. 배송 중 도난, 분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 잠금 장치가 되어 있다. 또 관리자가 로봇관제시스템을 이용해 원격으로 로봇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사용 이력, 배송 스케줄 등을 관리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LG 클로이 살균봇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극자외선(UV)-C 램프를 이용해 세균을 제거한다. UV-C 자외선은 100~280나노미터(nm) 파장의 자외선으로 각종 세균을 제거하는 데 많이 사용된다.

한편 LG전자는 2019년 조직개편을 통해 CEO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했다. 이후 2021년 조직개편에서 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재편했다.

LG전자는 로봇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협력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 'LG 보스턴 로보틱스랩'을 설립했다. 로봇 인프라가 풍부한 보스턴에 거점을 확보해 미래 로봇기술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통신업계에선 KT가 로봇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AI 기반 로봇을 핵심적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KT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전략적 투자 협력을 체결하고, 국내 산업용로봇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했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KT의 기업전용 5G와 클라우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현대로보틱스 로봇에 접목한 '5G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로봇'을 함께 선보였다.

KT는 지난해 9월에는 스테이지파이브, 누와 로보틱스, 아쇼카 한국 3사와 공동으로 'AI 반려로봇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개사는 조만간 AI 반려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KT는 로보틱스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자문으로 위촉했다. 또 삼성테크윈과 네이버에서 로봇, CCTV, 비디오, 아바타 AI 연구개발을 주도한 배순민 박사를 신설 AI2XL 연구소장으로 영입했고, ABB코리아에서 로보틱스사업부를 거쳐 사업부 총괄을 역임했던 이상호 총괄을 AI·로봇사업단장으로 영입했다.

한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로봇산업 매출은 5조3351억원으로 2018년 대비 8% 줄었다. 분야별로 보면 제조업용로봇이 2조9443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부품과 소프트웨어(1조4779억원), 전문서비스로봇(3199억원), 개인서비스로봇(315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로봇산업 사업체는 총 2235개로 전년 대비 273개사(10.9%)가 감소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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