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발 의혹, 검·경·언 이어 정치권으로

2021-07-06 11:11:47 게재

"정관계 유력인사 수십명에게 선물 보내" 주장

검사 등 피의자 4명 곧 조사 … 수사확대 가능성

현직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 모씨 사건이 정치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산업자 김모씨의 진열품│5일 현직 부장검·총경·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김모씨가 100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일 당시 자신의 집 거실에 진열해둔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관련 물품 사진. 촬영시기는 2019년 8월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정관계 유력인사 수십명에게도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5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가짜 수산업자 관련)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은 현재까지 4명이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면서 "이들 모두 경찰 출석 일정을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김씨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사람은 이 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최근 직위해제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이다.

김씨는 이미 '선동 오징어 매매' 등 100억원대 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검찰 송치 전 금품수수 의혹을 별건으로 확인해 4월 1일 내사에 착수했다. 이후 5월 하순쯤 김씨의 자택과 구치소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김씨의 수첩 메모 등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금품 수수 의혹 수사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씨는 유력인사들에게 옥중편지를 보내는 등 압박하며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혐의를 받은 대상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공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측은 "입건자들의 혐의 내용은 물론, 내사 중인 사람들에 대해선 더더욱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관련 참고인 12명을 조사했다.

김씨가 금품을 건넨 사람은 4명 외에도 특검, 정치권 등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에게 고급 외제차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 특검은 5일 입장문을 내고 "약 3년 전 전직 언론인 송 모씨를 통해 김씨를 처음 만났고 당시 포항에서 수산업을 하는 청년사업가로 소개받았다"며 "그 후 2~3회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고 가끔 의례적 안부전화를 한 적은 있으나 김씨 사업에 관여하거나 행사에 참여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고급 외제차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차를 시승한 뒤 렌트비를 건넸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김씨가 이 모 변호사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렌터카 회사 차량의 시승을 권유했고 회사가 지방에 있는 관계로 렌트를 했다"며 "이틀 후 차량을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은 이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특검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들 외에도 유력 인사 수십여명에게 선물을 배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기존에 알려진 박지원 국정원장, 김무성 전 의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사립대 전 이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장과 관련해선 직원을 통해 박 원장 자택에 수산물 선물을 보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원장 측은 "여러 명과 함께 식사했고, 김씨의 선물을 받기는 했지만 고가의 선물이거나 기억할 만한 특별한 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유력인사 수십 명에게 선물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6일 "아직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김씨와 만난 적이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의원은 "2년 전 이동훈 기자의 소개로 셋이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며 "처음 만나 포르쉐, 벤틀리 등 차가 다섯대나 있다고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줄 때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봤다"고 썼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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